Travel

행신역 맛집 탐험

2026년 06월 01일

  • WRITER 박진명(헤이! 트래블 기자)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2004년 KTX가 개통한 후 22년 동안 한국 철도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해 온 행신역. 기차역 바로 앞 골목에서 철도인과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집 여섯 곳을 찾았다.

한식과 전통주의 조화
환대

3년 전 임한솔 대표가 직장 생활을 접고 문을 연 환대는 한식과 전통주의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얀 천으로 나뉜 프라이빗 좌석과 나무의 따스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 자리에 앉는 순간 마음이 푸근해진다. 대중성과 창의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환대의 요리는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대표 메뉴는 진한 고기 육수에 아롱사태와 스지, 싱싱한 채소를 더해 끓인 아롱사태 스지 전골, 향긋한 미나리와 가리비 관자를 바삭하게 구워 낸 관자 미나리전이다. 제철 식재료의 싱싱하고 건강한 맛을 한 그릇에 담은 토마토 바지락찜과 문어 봄나물 샐러드도 놓칠 수 없다. 강릉소주, 황금보리, 고소리술, 삼해소주 등 지역 대표 전통주와 함께 와인, 위스키, 하이볼까지 주류를 다양하게 갖춰 취향에 따라 음식과 페어링하면 근사한 다이닝이 완성된다. 행신동의 느릿한 밤 풍경을 배경 삼아 술과 안주를 즐기는 시간. 이곳에선 제대로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무원로54번길 7-19
문의 0507-1315-3206

행신동 골목에 흐르는 사랑과 연대
쏘머럽

“So much love/ 너와 나 사이엔/ 남들 닿지 못할 깊이가 있어.” 인디 밴드 검정치마의 노래 ‘Big Love’는 이렇게 시작한다. 첫 소절 ‘So much love’에서 이름을 딴 카페 쏘머럽은 행신동을 찾는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4년 전, 김혜선·김정환 부부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망해 보자’는 배짱으로 문을 연 이곳은 커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유쾌한 아지트가 됐다. 고구마 파이, 순우유 케이크 등 손님들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굽고, 기념일마다 직접 디자인한 굿즈를 나누며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정성스레 만드는 음료도 이곳의 인기 비결. 여름날의 갈증을 씻어 주는 토마토 바질 에이드, 진한 플랫 화이트에 그린티 아이스크림을 얹은 말차 플랫은 쏘머럽을 다시 찾게 만드는 시그너처다. 이곳에서는 종종 플리마켓이나 작은 음악회, 전시 등이 열리기도 한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현로35번길 5
문의 0507-1472-5114

행신동 터줏대감 맛집의 자존심
행신족발

2013년에 문을 연 행신족발은 행신동의 터줏대감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현재 행신족발을 이끄는 사람은 손은혁 대표. 2017년부터 그의 하루는 매일 아침 족발을 삶는 것으로 시작된다. “보통 팔각이 족발 맛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저는 팔각 향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 양을 과감히 줄였습니다.” 하루 세 번, 2시간 간격으로 20족의 족발을 정성껏 삶는 그는 강한 향신료 대신 원육의 고소함을 살리기 위해 물엿만으로 깔끔한 단맛을 낸다. 유행을 타지 않는 가장 한국적인 족발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팔각의 양을 줄인 대신 족발 맛을 결정짓는 핵심 재료로 각종 약재를 사용한다. 질 좋은 약재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 가장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약재 보관 창고로 쓰며 정성을 다한다. 손 대표가 족발만큼이나 자신 있게 내놓는 또 다른 메뉴는 보쌈이다. 당일 첫 족발 육수로 삶아 풍미가 살아 있는 데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이 완벽한 오겹살을 사용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다. ‘멀리 사는 지인에게도 이 맛을 보여 주고 싶다’는 손님의 찬사가 이어지는 건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정성을 다해 조리하는 손 대표의 진심 덕분이다. 음식 하나하나에서 행신동 터줏대감 맛집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충장로 2
문의 0507-1497-3421

4월의 낭만이 머무는 곳
사월의주방

지난 10년 동안 행신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 준 퓨전 선술집. 양식을 전공하고 호텔과 주류 회사에서 실무를 쌓은 김선진 대표가 오너 셰프로 맹활약하고 있다. 사월의주방 메뉴판은 김 대표가 아내와 함께한 여행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인기 메뉴인 아보카도 참치 타르타르는 오키나와 여행에서 맛본 참치 요리에 아내가 좋아하는 과카몰레를 조합해 개발했다. 고기를 듬뿍 넣은 마파두부는 이탈리아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중식당에서 경험한 맛을 재현한 것. 양파를 먹지 않는 아내도 좋아한 마파두부였는데, 이를 고려해 연두부와 고기 위주로 레시피를 개발했다. “오픈 초기, 늦은 밤 행신역에 내리면 이곳만 불이 켜져 있어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손님들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주변 가게들이 수십 번 바뀐 지난 10년 동안 행신역 앞 골목을 묵묵히 지켜 온 사월의주방. 이곳은 앞으로도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 변함없이 따스한 불빛이 되어 줄 것이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무원로6번길 21
문의 0507-1378-4852

우리 동네 생면 파스타 맛집
수비토

밀가루와 달걀로 반죽해 건조 과정 없이 바로 요리하는 생면 파스타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과 진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안성모 대표가 2021년에 문을 연 수비토는 행신동에서 생면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오너 셰프가 요리와 손님 응대를 동시에 하는 바 테이블에 앉아 조리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다. 안 대표는 수제 생면은 물론 식전 빵과 뇨키, 소스, 치킨 스톡까지 핵심 재료를 직접 만들어 맛의 깊이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대표 메뉴는 고구마 크림 뇨키. 감자로 정성껏 반죽한 뇨키와 달콤한 고구마 크림소스, 얇게 구운 치즈 크러스트가 삼박자를 이뤄 풍성한 맛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매장에서 바질 페스토, 치미추리 등 수제 소스를 별도로 판매해 수비토에서의 특별한 미식 경험을 집에서도 이어 갈 수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충장로 2
문의 0507-1444-6625

취향 저격 스페셜티 전문점
커네스 브루잉스팟

커네스 브루잉스팟(이하 커네스)은 50여 종의 브루잉 커피를 선보이는 스페셜티 전문점이다. 클래식 원두부터 펑키한 원두까지 폭넓은 라인업이 가장 큰 매력. 커피 교육자로 활동하던 차미경 대표의 철학이 커피에 그대로 집약되었다. 브랜드명은 커피, 네추럴(차 대표가 좋아하는 원두 프로세싱 방식), 스페셜티의 앞 글자를 따와 조합한 것이자 튀르키예 고어로 태양을 뜻한다. 커네스에서는 다크 초콜릿 느낌의 진하고 묵직한 커피 M블랙, 견과류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의 질감이 느껴지는 커피 J브라운, 재스민 향과 열대 과일의 향미가 우아한 게이샤 블렌드 등 취향에 맞는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 공간은 모던하면서도 커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꾸몄다. 바 테이블에 앉으면 바리스타가 정성스럽게 커피 내리는 과정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커네스의 수준 높은 스페셜티는 서울 연남동의
2호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현로53번길 8-4
문의 0507-1351-6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