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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혔을 때 돌파하세요

2026년 06월 01일

  • EDITOR 이미선

20년째 데뷔 못 한 영화감독 지망생과 트라우마와 사투를 벌이는 영화사 PD가 철길 건널목에서 만났다. 앞을 가로막은 적신호와 차단봉. 무기력하게 갇혀 있을 것인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돌파할 것인가.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사회적 인정과 성취의 잣대에 내면이 잠식된 인물들이 자기 인식을 바꾸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의 중심에 황동만이 있다. 영화계 모임 ‘8인회’에서 유일하게 데뷔하지 못한 감독 지망생이다. 불안을 허세로 감추며 버티는 그의 말과 행동에는 시기와 질투, 분노, 자조가 섞여 있다. 날카로운 비평 실력으로 업계에서 ‘도끼’라 불리는 영화사 PD 변은아는 정상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고요한 절망 속에 갇혀 있다. 실패가 오래 지속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던 황동만은 변은아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냉철한 비평가 변은아 역시 황동만을 만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극 초반부에 황동만과 변은아가 철길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광주 송정공원역 근처의 거리다. ‘STOP’ 표지판 너머로 두 사람을 가로막은 차단봉에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운전 중 차단기가 내려와 철길에 갇히면 부수고 빠져나오라는 뜻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이 문구는 불안을 감추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드는 황동만에게, 엄청난 분노와 절망을 이겨 내기 어려워 무력감으로 ‘자폭하고 싶은’ 변은아에게 인생을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하는 위로처럼 들린다. 참고로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는 문구는 몇 해 전 “갇히면 이 차단봉을 뚫고 나가세요”로 바뀌었다. <모자무싸>는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다. 전반부는 황동만과 변은아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성실하게 풀어낸다. 과거의 실패를 너무 오래 끌어안고 사는 사람, 사회적 기대에 눌려 자신을 점점 잃어 가는 사람, 내면의 깊은 공허와 자기혐오를 숨기고 사는 사람 등. 그들이 드러내는 밑바닥 감정은 우리네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작가가 등장인물에게 묻듯 드라마를 보며 자문하게 된다.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투명하게 직시하고 나의 무가치함을 돌파할 것인가, 갇힌 채 좌절할 것인가.

<모자무싸>는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홀로 성과를 내지 못해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던 영화감독 지망생이
인생에 과부하가 걸린 영화사 PD를 만나면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평온을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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