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와 함께하는 인구 감소 지역 여행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 정선
정선의 민요



아리랑박물관 & 정선아라리촌
구성진 가락이 흘러나오는 곳
정선아리랑은 1971년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향토민요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만큼 정선 곳곳에 아리랑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2016년 정선아리랑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공연장과 박물관을 갖춰 문을 연 정선아리랑센터가 그중 하나다. 아리랑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먼저 아리랑박물관을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2층 상설 전시실에 들어서면 조선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함께해 온 아리랑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아리랑은 지역별로 노랫말의 유형과 음악적 특성이 다른데, 이곳에서 지역 명창이 들려주는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릿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강원도의 정선아리랑에 이어 서울·경기의 본조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충청도의 중원아라성 등을 차례로 들으며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리랑박물관을 나선 다음에는 조선 시대 정선의 주거 문화를 재현한 정선아라리촌을 산책하면 좋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통 가옥을 살펴보고, 주말과 장날(2, 7일로 끝나는 날)에는 아라리 학당에서 정선아리랑을 배우는 경험도 특별할 테다. 11월 7일까지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는 정선아라리촌 야외무대에서 마당극 <아리랑 고개너머, 시집살이>가 펼쳐진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애산로 51(아리랑박물관), 애산로 37(정선아라리촌)
정선의 간이역



나전역카페
추억을 선물하는 카페
1969년 개장한 나전역은 1989년 대한석탄공사 나전광업소가 폐광하면서 이용객이 줄고 역무원 없는 간이역이 되었다. 2020년 나전역카페로 새 단장한 뒤 한때 철거 위기까지 겪었던 이곳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현인 대표는 정선 사람들이 어렵게 지켜 낸 역인 만큼 본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며 인테리어를 꾸몄다. 탑승구를 알리는 표지판, 역에 걸려 있던 시계, 당시 쓰던 의자와 수납공간, 기장이 착용하던 모자와 제복 등이 그대로 남아 옛 풍경을 상상케 한다. 대표 메뉴는 곤드레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나전역 크림 커피. 여기에 곁들일 디저트로는 곤드레 몽블랑 갈레트, 곤드레 크림 크루아상, 사과 크로플 등이 있다. 목련나무에서 채취한 꽃을 일곱 번 덖어 우린 목련꽃차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더덕라테 등 논카페인 음료도 다양하다. 메뉴 주문 시 옛 비둘기호 승차권을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또 로컬 웰니스 브랜드 운기석9020의 팔찌, 나전역이 그려진 엽서와 마그네틱 등 정선 여행을 추억할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여행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생긴다면 1년 뒤의 나에게 전할 내용을 담아 ‘미래로 보내는 엽서’를 써 보자. 엽서가 도착하는 날, 여행지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테다. 올 하반기에는 폴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TV 광고에 등장해 눈길을 끈 선평역도 정 대표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난다. 선평역은 카페, 독립 서점, 사진관의 기능을 합친 ‘기억 저장소’로 바뀔 예정이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북평8길 38
정선의 기찻길



정선레일바이크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 여행
2005년 국내 첫 레일바이크로 운행을 시작한 정선레일바이크는 정선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구절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킬로미터 구간을 시속 15~20킬로미터로 달리는 철길 자전거로, 페달을 밟는 동안 정선의 아름다운 풍광을 두 눈에 담는다. 중간중간 터널을 지날 때는 서늘한 한기가 땀을 식혀 주고, 어둠을 지나 다시 만나는 햇살은 더없이 반갑다. 레일바이크는 동행인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특별하다.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닿으면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두 마리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탑승객을 맞는다. 종점에 다다르자 여기저기서 수고했다는 말이 쏟아지고, 짧은 여정을 함께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격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모든 레일바이크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풍경열차를 타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간다. 정선레일바이크는 철도 터널과 풍경열차를 활용한 이색 체험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개장 20주년을 기념해 구절리역과 제2터널 구간에서 ‘DJ와 함께하는 터널 뮤직 열차’ 행사를 개최했다. 실내 조명과 음향 장비로 터널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노추산로 745
+정선아리랑열차
강원도 청정 지역을 가로지르는 관광 열차 정선아리랑열차가 운행을 재개한다. 정선선 낙석 발생으로 한동안 민둥산~아우라지 구간 운행을 중단했다가, 제천역과 아우라지역을 오가는 것으로 구간을 조정해 지난 5월 22일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매주 주말과 장날(2, 7일로 끝나는 날)에 왕복 1회 운행한다. 열차가 지나는 역 중 별어곡역은 ‘억새꽃’, 정선역은 ‘오일장’, 나전역은 ‘대합실 콘셉트의 카페’, 아우라지역은 ‘주막 거리’를 테마로 운영 중이다. 각 역에서 특산물 장터나 막걸리 시음회 등을 열고, 열차 내에서는 스토리텔러가 지역 설화를 설명해 준다. 정선아리랑열차와 정선시티투어버스를 연계하는 등 지역 관광 특화 콘텐츠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선의 골목길



마을호텔 18번가
주민이 만든 폐광촌의 기적
고한읍은 1960년대 탄광 개발이 시작된 후 20년 넘게 전성기를 누렸지만, 1989년 정부가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탄광이 차례로 문을 닫자 쇠퇴의 길을 걸었다. 빈집이 늘고 건물 주변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골목은 점점 지저분해졌다. 삭막했던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마을 주민들이었다. 정선 토박이인 김진용 마을호텔18번가 협동조합 이사장의 주도로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골목을 청소하고 화단을 가꾸며 마을의 모습을 바꿔 나갔다. 이후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소를 만들고, 기존에 운영하던 가게와 연결해 마을을 하나의 호텔처럼 꾸몄다. 마을 초입에 위치한 중식당 국일반점과 삼색등이 손님을 맞는 영주이발관은 마을호텔18번가의 부대시설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로운 건물도 들어섰다. 지난 3월 소금빵 맛집으로 이름난 카페 베이크우드 2호점이, 5월에는 지역 굿즈를 판매하고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관광라운지가 문을 열었다. 오는 9월에는 주민들의 개성이 담긴 작은 정원을 공개하는 골목길 정원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골목길 합창경연대회도 함께 진행해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흥겨운 노랫말이 울려 퍼질 것이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2길 36
정선의 시장



고한구공탄시장
탄광촌 모습을 재현한 시장
경일교 부근부터 400여 미터 이어지는 마을호텔18번가 골목을 걷다 보면 고한구공탄시장에 다다른다. 연탄을 때서 방을 덥히고 음식을 만들던 시절의 추억과 옛 탄광촌의 흔적이 시장 곳곳에 스며 있다. 노란 안전모를 쓴 광부 모형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벽화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탄가루와 같이 잊혀지지 않을 흔적의 공간입니다” 등의 글귀는 전성기의 탄광촌을 상상케 하고, 그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도 느껴진다. 갱도를 형상화한 시장 안에선 연탄재를 특수 가공해 그림과 글을 더한 연탄 아트를 전시하고, 연탄 모양의 빵을 굽는 카페도 운영한다. 카페 피고지고의 유미자 대표는 각각 흑임자 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넣어 구공탄을 피우기 전과 후의 모습을 한 구공탄빵을 개발했다. 꽃차 소믈리에인 유 대표가 내려 주는 꽃차와 달콤하고 촉촉한 빵이 입안에서 어우러진다. 오징어 먹물을 활용해 석탄을 표현한 스콘도 판매한다. 올해도 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에 맞춰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야시장이 열릴 예정이다. 플리마켓에서 정선의 특색이 담긴 물건을 구경하고, 바삭한 전에 시원한 막걸리를 곁들여 여름밤의 낭만을 느껴 보자.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4길 46
정선의 맛



곤디
곤드레를 넣은 이색 디저트
“한치 뒷산에 곤들레 딱쥐기 마지메 맛만 같으면/ 고것만 뜯어다 먹으면 한 해 봄 살아난다.” 곤드레는 정선아리랑 가사에 나올 정도로 지역의 유명한 먹거리다. 쌀에 곤드레를 얹어 짓는 나물밥이 널리 알려졌지만, 곤드레를 활용한 이색 디저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정선역 앞 광장에 위치한 곤디에서는 심현주 대표가 개발한 곤드레 분말과 시럽으로 다양한 음식을 낸다. 대표 메뉴는 정선곤디샌드와 정선곤디치케. 정선곤디치케는 콩가루 시트에 크림치즈를 올리고 곤드레 소보로를 더한 큐브형 케이크다. 치즈의 진한 풍미에 고소함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맛이라 얼린 뒤에 살짝 녹여 와인 안주로 먹어도 제격이다. 새로 출시한 크런치 베이글과 곤드레 몽글슈도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곤드레를 사용한 음료도 흥미롭다. 아메리카노에 정선곤드레 크림을 올린 곤슈페너, 정선곤드레 시럽을 넣은 우유에 커피 크림을 얹은 곤커크라테, 정선곤드레 시럽과 딸기를 넣은 우유에 크림을 더한 곤딸크라테는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 곤디는 다섯 개의 프라이빗 룸과 바 테이블, 야외 테라스 등으로 이루어져 방문 인원과 취향에 맞게 공간을 이용하기 좋다. 테라스에는 정선역을 배경으로 꾸민 포토존을 마련했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녹송8길 47
정선의 책방



숲속책방
덕산기계곡의 헌책방
덕산기계곡은 문치재 고갯길을 굽이굽이 넘어야 닿는, 정선의 숨은 비경을 품은 곳이다. 정선 출신 소설가 강기희는 동화 작가인 아내 유진아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책방을 차렸다. 이들 부부가 소장한 방대한 양의 책과 기증받은 서적으로 헌책방 숲속책방을 연 것이다. 이곳에 가려면 비포장 자갈길을 지나야 하고, 장마철에는 계곡물이 불어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나 잠시 속세를 떠나 나만의 비밀 아지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설레기도 한다. 숲속책방에서는 보물찾기하듯 오래된 책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초판본이나 절판된 책은 일부 판매하지 않지만 책방에서 보는 건 가능하다.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유를 누리는 시간도 소중하다. 3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 지금은 유진아 작가 혼자 책방을 지키지만, 부부의 글과 그림을 한데 모아 낸 소설 <겨울 동화>는 여전히 숲속책방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에 숨어들어 문장 하나하나에 몰두하고 싶을 때 숲속책방의 풍경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덕산기길 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