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을 만드는 공간과 사람, 일곱 가지 이야기
삼척의 바다
이사부길 & 삼척해상스카이워크


동해의 절경과 파도가 빚은 예술 작품
동해의 푸른 정기를 받고 싶다면 이사부길로 향하자. 삼척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이어지는 약 4.8킬로미터의 길은 2000년 새해를 맞이하며 개통돼 ‘새천년해안도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 이사부길이라는 명칭은 공모전을 통해 채택된 것으로, 신라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하기 위해 출항했던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드라이브와 산책이 모두 가능한 이 길을 따라가면 기암괴석과 망망대해가 빚은 한 편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A, B, C 세 구간으로 나뉜 이사부길은 모두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덕분에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사부광장에서 소망의 탑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사자바위가 나오는데, 바위 오른쪽에서 바라봐야 그 형상이 제대로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우산국 정벌을 마친 이사부 장군의 배에서 내린 사자 한 마리가 삼척을 지키기 위해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지난 3월엔 삼척의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 길이 100미터, 높이 77미터 규모의 해상 스카이워크가 들어선 것이다. 해안에서 바다를 향해 U자형으로 뻗은 삼척해상스카이워크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함을 선사한다. 발밑으로 파도의 출렁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유리 바닥 구간이 특히 인상적이다.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삼척해상스카이워크는 기상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되기도 하니 공식 홈페이지나 SNS 채널을 통해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새천년도로 61-18(이사부길), 정하동 5-9(삼척해상스카이워크)
삼척의 숲
삼척활기치유의숲 & 봉황산산림욕장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채우는
삼척의 아름다움을 오직 코발트빛 바다에서만 찾으려 했다면 아직 삼척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해안선 뒤편에는 내륙 깊숙이 뿌리 내린 소나무 숲이 있다. ‘늙지 않으며 활기 가득한 동네’라는 뜻의 미로면(未老面) 활기리(活氣里)에 자리한 삼척활기치유의숲이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붉은 금강송이 빼곡하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가득한 숲길은 세 가지 난도로 분류해 산책길을 총 16개 코스로 조성했다. 모든 코스가 계곡을 따라 이어진 덕분에 발걸음마다 청아한 물소리가 동행한다. 숲 한복판에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목조건물의 치유 센터가 자리한다. 족욕, 온열, 다도 등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싱잉볼, 우드버닝, 명상 등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듣는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봉황산산림욕장도 삼척에서 꼭 들러야 할 힐링 포인트다. 해발 148미터 봉황산 꼭대기에 일명 육향대라고도 하는 신선각이 있고, 맨발 걷기 숲길과 체육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덕분에 삼척 시민이 즐겨 찾는 쉼터로 사랑받는다. 잘 가꾼 나무 덱 양옆으로 봄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피어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 오르면 시내 전경과 함께 삼척항을 낀 동해 바다가 펼쳐진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준경길 651-230(삼척활기치유의숲), 정상동 362(봉황산산림욕장)
삼척의 동굴
환선굴 & 대금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지하 세계
거대한 입구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환선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석회암 동굴로, 약 5억 300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와 함께 기기묘묘한 동굴 생성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머리형 석순, 도깨비방망이, 마리아상, 만리장성 등 생김새에 따라 비슷한 모양의 이름이 붙었다. 환선굴에 가려면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매표소부터 해발 500미터 지점의 입구까지 가파른 길을 30분 넘게 걸어야 비로소 거대한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환선굴은 어마어마한 규모가 감탄을 자아내는 반면, 대금굴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은 동굴 생성물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빨아들이듯 목소리를 삼키는 8미터 높이의 장쾌한 비룡폭포 소리에 몸이 얼어붙는 듯하다. 주름진 커튼을 닮은 종유석 ‘커튼’과 계단식 논처럼 층을 이룬 석회암 ‘휴석소’ 등 신비로운 모습이 곳곳에 펼쳐진다. 만물상 지역에는 지름 5센티미터, 높이 3.5미터로 국내 최대 규모인 막대형 석순이 자리한다. 종유석과 석순이 100년에 1센티미터씩 자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동굴 생성물에 깃든 유장한 세월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환선로 800(대이동굴관리소)
삼척의 절경
삼척해양레일바이크 & 삼척해상케이블카



마을과 숲·바다를 품에 안는
삼척의 명물인 해송림과 기암괴석을 가장 편하게 감상하는 방법은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이다. 총길이 약 5.4킬로미터 복선으로 운행하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의 정거장은 궁촌항과 용화해변 근처에 있다. 바이크에 앉아 바퀴를 천천히 굴리다 보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보이지 않던 바닷가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에 젖어 든다. 루미나리에와 레이저로 꾸민 해저터널을 지나면 다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는 정거장에 도착한다. 1시간 정도 이동하며, 도착지에는 다시 출발점으로 데려다줄 셔틀버스가 준비돼 있다. 지상에서 삼척의 속살을 만났다면, 이제는 하늘에서 삼척의 품을 굽어볼 차례. 용화해변에서 장호항까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874미터 길이의 삼척해상케이블카에 오르면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의 투명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유일의 해상 케이블카인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용화리와 장호리를 가로지르며 짧지만 인상적인 여정을 선사한다. 용 모양의 두 역사가 마주하는 가운데, 빨간색 케이블카 2대가 중간 철탑 없이 874미터 구간을 미끄러지듯 오간다.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창밖으로 고요한 바닷가 마을과 빨간색 등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 일부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 발밑으로 바닷속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이 느껴진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공양왕길 2(삼척해양레일바이크 궁촌 정거장), 삼척로 2154-31(삼척해상케이블카 용화역)
삼척의 유산
죽서루 & 이사부독도기념관



자연을 품은 누각과 바다를 닮은 건축물
관동팔경 제1경이자 자연주의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죽서루. 2023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최초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 문인 김극기가 죽서루에 올라 지은 시가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12세기경으로 추측된다. 죽서루 지붕 아래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조선 시대 문인들의 편액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송강 정철이 술잔을 기울이며 <관동별곡>을 구상하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그가 노래한 ‘옥빛 물길’ ‘신선이 머무는 곳’이 바로 이 장면인가 싶다. 자연 암반과 초석 위에 자리한 죽서루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해 질 녘이다. 죽서루 뒤쪽 오십천 방향에서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삼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사부독도기념관도 빼놓을 수 없다. 2024년 개관한 이사부독도기념관은 이사부 일대기를 영상으로 감상하는 이사부실감영상, 독도의 사계절을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독도미디어아트관을 포함해 관광 안내 센터, 복합 휴게 공간 등 네 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동과 동 사이를 이동하며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인상적인데, 건물 사이를 감싸는 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독도의 이미지뿐 아니라 바다를 매립한 땅에 지었다는 역사성을 상징한다. 우리 땅 독도를 지켜 낸 이사부 장군의 숭고한 정신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 9-3(죽서루), 새천년도로 28(이사부독도기념관)
삼척의 시장
삼척번개시장

새벽 공기를 가르는 삶의 현장
오전 5시, 삼척역 앞 광장은 서둘러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왁자한 분위기다. 이름하여 삼척번개시장. 플래시몹 이벤트처럼 상인과 손님이 순식간에 모였다 사라지는 이 시장은 오전 7시면 자취를 감춘다. 삼척번개시장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삼척항(옛 정라항) 주변에 수산물을 파는 노점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장이 형성됐다. 어부들이 동해에서 밤새워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은 은빛 광채를 뿜으며 좌판을 가득 채웠고,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투박한 손놀림으로 즉석에서 썰어 내는 막회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박한 성찬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살이 오를 대로 오른 대게가 주연 자리를 꿰차고, 여름이면 동해의 오징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곰치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엔 그물을 망가뜨리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바다로 던져지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삼척번개시장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금치’가 됐다. 잘 익은 묵은지를 숭숭 썰어 넣고 시원하게 끓여 낸 삼척식 곰칫국은 밤새 차가운 바람을 견딘 여행자의 속을 뜨겁게 달래 주는 ‘해장국의 끝판왕’이다. 갓 구운 토스트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붕어빵, 대게로 육수를 낸 어묵 꼬치도 삼척번개시장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다.
주소 강원도 삼척시 중앙로 12
삼척의 축제
2026 삼척 장미축제


장미 향 물씬한 5월의 무대
매년 5월, 삼척을 반드시 찾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삼척장미공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공원이 들어선 구역은 본래 시내를 가로지르는 오십천 하류 둔치에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된 공터였다. 그러다 2013년 삼척시가 시민과 여행자를 위한 공간을 고민한 끝에 도심 속 쉼터로 탈바꿈했다. 약 8만 4000제곱미터의 드넓은 대지에 아베마리아, 핑크 퍼퓸 등 222종 16만 그루의 장미를 심어 국내 최대 규모의 장미공원이 탄생했다. 탐스러운 장미가 가득한 장미 터널을 지나 싱그러운 잔디 광장과 시원한 바닥 분수로 이어지는 길은 봄의 절정을 만끽하는 삼척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2016년에는 아름다운 장미정원에서 제1회 삼척 장미축제가 열렸다. 삼척의 대표 봄축제로 자리매김한 삼척 장미축제는 올해 5월 19일부터 25일까지 삼척장미공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알록달록한 꽃과 푸릇한 나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과 초대 가수의 신나는 음악 공연, 장미꽃 퍼레이드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삼척의 식자재와 주류를 감각적으로 페어링하는 먹거리 존과 삼척의 숨은 문화 콘텐츠를 굿즈로 만들어 파는 기념품 코너도 흥미롭다. 계절의 여왕 5월, 장미 향 가득한 삼척으로 떠나 보자.
주소 강원도 삼척시 정상동 232(삼척장미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