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은 별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보현산천문과학관에서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별을 관측하고, 신성일기념관에서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은 대스타 신성일의 주요 작품을 살펴본다. 보현산댐 출렁다리에 야간 조명이 켜지면 수면에 비친 빛의 물결이 은하수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별빛이 흐르는 도시, 영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1. 미지의 우주로 한 뼘 더 가까이
보현산천문과학관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우주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 싶다면 보현산천문과학관으로 향하자. 보현산천문대 입구 별빛마을에 위치한 보현산천문과학관은 영천에서 천체 관람을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갖췄다. 관람은 천체투영관, 주관측실, 보조관측실 순으로 이어지며, 특별 관람을 선택하면 별자리 강연도 들을 수 있다. 천체투영관에 들어서자 천장을 뒤덮은 돔 스크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크린 아래 놓인 의자에 앉아 등받이를 완전히 뒤로 젖히자 사방이 어두워지고 천장은 밤하늘로 변한다. 달을 비롯해 화성·목성·토성·해왕성 등 태양계 행성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천체가 공전하듯 원을 그리며 천천히 움직인다. 이후 작은 별이 하나둘 떠오르며 선으로 연결되더니 사자, 목동, 처녀 형상의 별자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자자리에서 유독 빛나는 1등성 레굴루스, 목동자리에서 주황빛을 내는 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스피카까지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익힌다. 우주를 가볍게 탐험했다면 이제 두 눈으로 직접 천체를 관측할 차례. 2층 주관측실에 들어서면 국내에서 열 번째로 큰 800밀리미터 카세그레인식 반사망원경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늘을 향해 뻗은 경통 아래에 눈을 갖다 대니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이 눈앞으로 끌려와 표면의 흑점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관측의 하이라이트는 옥상의 보조관측실이다. 달 관측에 최적인 굴절망원경, 성운과 은하처럼 어두운 심우주 관측에 유리한 반사망원경 등 여러 장비를 옮겨 가며 천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경북 영천시 화북면 별빛로 681-32
문의 054-330-6446
2. 한 시대의 별을 추억하다
신성일기념관


신성일은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청춘·액션·멜로·시대극을 넘나들며 한국 영화계를 이끈 ‘충무로의 전설’이다. 영천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 한적한 괴연동에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신성일기념관이 자리한다.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2층 높이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초상이 먼저 시선을 붙든다. 영화 <맨발의 청춘> 속 젊은 신성일의 얼굴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하나의 이미지가 총 8512장의 개인 사진과 영화 스틸컷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1층 실감영상실에는 신성일의 데뷔작 <로맨스 빠빠>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가 360도 스크린 위로 펼쳐진다. 화면의 빠른 전환과 과감한 분할 연출이 몰입감을 높여 순식간에 한 편의 영화를 흡입한 듯하다. 2층 상설전시관에서는 배우 신성일과 인간 신성일의 삶을 밀도 있게 들여다본다. 출연 작품 538편, 그중 528편에 주연배우로 출연, 1960년대 당시 영화 한 편당 출연료 45만 원 등 숫자로 정리된 그의 기록은 58년 배우 인생의 필모그래피와 전성기를 응축해 보여 준다. <맨발의 청춘> 속 음악다방을 재현한 체험 존도 지나치기 아깝다. 신성일의 소장품인 의상과 소품을 착용하고 영화 속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신성일기념관 관람을 마친 후에는 신성일 배우가 생의 마지막 10년을 보낸 ‘성일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나무 숲과 반송, 벚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은 고요한 풍경을 이루고, 채약산 자락에 안긴 청기와 한옥이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쉽지만, 신성일 배우와 동시대를 살며 그의 작품에 열광한 이들에게는 성일가 주변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남다를 테다.
주소 경북 영천시 신성일로 363
문의 054-335-2557
3. 오감을 깨우는 숲속 휴양지
보현산자연휴양림


영천의 명산인 보현산 자락에 자리한 보현산자연휴양림에서는 숙박은 물론, 다양한 체험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보현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숲속의 집과 야영 덱을 넉넉히 마련한 캠핑장, 그리고 세미나실, 다목적 구장, 어린이 놀이터 등 부대시설도 알차다. 액티비티 마니아라면 보현산자연휴양림의 산림레포츠체험관을 놓치기 아깝다. 난이도별 클라이밍 코스와 점핑 타워, 수직 슬라이드, 집잭 등 역동적인 레포츠 시설을 갖췄는데, 그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집잭(zip zag)이다. 집잭은 아파트 3층 정도 높이에 설치된 곡선 레일을 따라 도는 집코스터다. 두 발을 떼는 순간 몸이 공중에서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가속도가 붙어 꺾이는 구간마다 몸이 튕겨 나갈 듯 크게 흔들린다. 퀘스트를 깨듯 다른 레포츠도 하나씩 체험하다 보면 잠들어 있던 담력이 서서히 깨어난다. 격렬한 움직임 뒤에는 휴식이 필요한 법. 바로 옆 산림치유체험관에 들어서자 차분한 음악이 들뜬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힌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로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한 뒤 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니 흐트러진 감각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고, 뭉친 근육도 자연스레 풀린다. 한편 보현산자연휴양림에서 차로 15분 거리에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놀이터인 보현산녹색체험터가 있다. 폐교된 자천중학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너른 운동장에 놓인 언덕 미끄럼틀과 트램펄린 같은 놀이 시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알록달록한 건물 안에는 추억의 교실을 재현한 곳과 라이브 스케치관, 인터랙티브 체험관 등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 특히 좋아한다.
주소 경북 영천시 화북면 배나무정길 334
문의 054-336-6618
4. 호수 위로 흐르는 은하수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

보현산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보현호에는 특별한 다리가 놓여 있다. 2023년 3월에 준공한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다. 총길이 530미터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이 다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X자형 주탑 2개와 중앙을 차지한 노란 별이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오각형 별 모양의 전망대에 닿는다. 다리 위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새의 시선으로 출렁다리를 보는 방법도 있다. 바로 집와이어를 타는 것. 와이어에 몸을 맡기면 약 90초 동안 댐을 향해 미끄러지듯 내려가는데, 수면 위를 가로지를 때의 짜릿함이 온몸을 전율케 한다. 해가 진 후에는 이곳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출렁다리에 설치된 야간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형형색색 불빛이 음악에 맞춰 반짝이면 수면에 밤하늘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하다.
주소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산42-1
문의 054-335-6586
꽃향기 가득한 영천
경북 영천 곳곳에 핀 아름다운 꽃이 여행자를 계절의 한가운데로 이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날, 영천에서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나들이 코스를 제안한다. 대구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영천호에는 봄을 제일 먼저 맞는 벚꽃백리길이 있다. 이미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소풍 명소로 이름난 곳으로, 돗자리를 펴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특히 영천댐에서 보현산천문과학관까지 이어지는 약 40킬로미터 구간은 벚나무가 길게 늘어서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는다.
5월 초가 되면 영천강변공원에는 보라색 유채꽃이 만개해 강변 일대가 은은한 보랏빛으로 물든다. 올해는 청년 플리마켓이 열려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로컬 푸드와 수공예품, 개성 가득한 굿즈를 둘러보는 재미는 물론, 보라 체험 존과 보라 푸드 존까지 마련해 공원 전체가 하나의 축제장으로 변신한다.
보랏빛 향연이 잦아들 무렵이면 또 다른 꽃이 절정을 이룬다. 5월 중순,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약이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는다. 전국 최대 작약 주산지로 손꼽히는 영천의 화북면, 화남면, 신녕면, 대전동 일대에선 작약 축제가 열린다. 작약이 만개한 꽃밭은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 된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어 보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