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긴 여정 끝에 지난 9월 1일 하나가 된 대한민국 고속철도. 33년간 철도 기관사로 일한 바 있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속철도 통합의 의미와 철도 안전에 대한 당부의 말을 들었다.

고속철도 통합이 이루어진 지 두 달가량 지났습니다. 기관사로서 철도 현장을 경험하신 만큼 코레일·SR 기관 통합을 바라보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일, 본래 하나였던 철도가 둘로 나뉘었다가 10년 만에 다시 하나로 합쳐진 모습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하는데, 이번 통합이 꼭 그런 장면 같습니다. 오랫동안 철도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그 울림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특히 고속철도가 양분된 이유가 민영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통합이 오랜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취임 이후 철도 현장을 여러 번 방문하셨는데, 기관사의 경험과 고용노동부 장관의 시각으로 볼 때 안전에서 특히 중요하게 챙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관사 시절 매일같이 마음에 새긴 단 하나의 원칙은 ‘내가 운행하는 열차에 탄 승객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모시자’는 것이었습니다. 철도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작동하지만, 결국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기관사부터 시스템 관리자, 선로 담당자까지 ‘이 정도쯤이야 괜찮겠지’ 하고 넘기는 태도를 경계해야 합니다. 철도는 잠깐의 방심도 중대 재해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 관리에 특히 철저해야 합니다. 사업주부터 노동자까지 ‘평소 하던 대로’라는 관성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을 늘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안전은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며 기계가 오작동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 둘을 보완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노사의 참여와 기업의 책임감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더해지면 안전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지난 10월 1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큽니다. 노사정과 전문가가 함께 산재 예방을 논의하는 안전한일터위원회 설치, 위험 요인을 가장 잘 아는 현장 노동자 등의 작업 중지 요구 범위 확대, 다수·반복적인 사망 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가 담겼습니다. 제도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온 힘을 다하고, 노사와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돈보다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단순히 운영 체계를 합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철도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통합의 목표는 국민 편익이고, 그 첫 번째는 안전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철도의 최고 가치라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대량 수송이 가능한 철도는 탄소 배출이 적은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입니다. 철도를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더 많은 국민이 열차를 이용하도록 이끄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가장 실천적인 노력이 될 것입니다. 좋은 철도란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고, 철도 노동자에게는 안전하고 존중받는 일터이며, 우리 사회에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이어야 합니다.
33년간 철도 기관사였고, 1년여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철도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열차가 제 시간에 출발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이 평범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철도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특히 철도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 서비스인 만큼 현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사와 승무원의 안전과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국민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옛 동료 여러분,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시길 바랍니다.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여러분의 노력이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을 선물합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철도를 아끼고 이용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열차가 KTX-이음인데요, 철도는 이름처럼 우리의 일상을 이어 줍니다. 출퇴근길부터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 여행을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가 편안하게 열차를 탈 수 있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철도는 기후 위기 시대에 사회적 비용을 줄여 주는 녹색 교통이자, 향후 남북 철도 연결과 대륙 철도로 이어졌을 때 물류 혁명을 이끌어 낼 한반도의 주요 전략 자산입니다. 부산역이 네덜란드 로테르담역처럼 유라시아의 관문이고, 서울역은 유럽으로 향하는 국제 역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