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경북 경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복수. 차 트렁크에는 낯선 남자가 실려 있다.


엄마와 세 딸이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후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경북 경주로 여행을 떠난다. 시종일관 티격태격하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은 네 모녀는 꽤나 단란해 보인다. 그런데 차 트렁크에 낯선 남자가 묶여 있다. 경주를 죽인 살인범이다. 여행의 목적은 복수. 완전범죄를 위해 낮에는 관광지를 다니며 인증 사진을 찍고, 어두워지면 살인범을 죽일 계획이다. 살인 후 매장하기 위해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공동묘지 위쪽 펜션을 숙소로 잡았다. 그러나 살인범이 탈주하면서 전세가 뒤집힌다. 영화 <경주기행>은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복수극이다.
가족의 상실과 사적 제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가 어둡고 비장한 것만은 아니다. 가족들이 알리바이를 위한 사진을 남기면서 경주의 주요 관광지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동궁과 월지에서는 평범한 가족여행객처럼 기념사진을 찍고, 봉황대에서는 일부러 CCTV에 동선을 남긴다. 첨성대에서 엄마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보며 막내 경주를 떠올리고, 분황사 모전석탑 앞에서는 남편과 막내의 극락왕생을 빈다. 그리고 살인범이 도망친 다음 날, 파란 우비를 입고 거대한 고분이 모여 있는 대릉원을 거닌다. 실제 <경주기행>은 김미조 감독이 경주에서 우연히 목격한, 비 내리는 대릉원을 같은 우비를 맞춰 입고 일렬로 걷는 가족의 모습에서 착안했다.
영화 <경주기행>은 하와이 국제영화제와 피렌체 한국영화제, 바르셀로나 한국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복수극의 전형을 깬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고분 도시 경주, 그곳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복수극을 펼치는 네 모녀는 막내 경주를 온전히 놓아줄 수 있을까.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대학원 졸업 작품인 <갈매기>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들꽃영화상 등에서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엄마 옥실 역에 이정은, 세 딸 장주·영주·동주 역에 공효진·박소담·이연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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