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의 투명한 물을 끌어와 대지를 적시고, 치악산 푸른 봉우리를 모아 하늘에 이었다. 고요한 자연을 품고 살아가는 강원 원주 사람들의 삶에는 묵직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가을의 가장자리를 걸어 표표히 사유의 바다로 향한다.


하늘을 걷는 기분, 소금산 그랜드밸리
투명한 유리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뱃속에서 수백만 마리의 나비가 춤을 추는 것 같다.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천천히 발걸음을 뗀다. 골짜기에 부는 가을바람보다 심장 뛰는 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100미터 상공에 설치한 소금산 출렁다리를 앞에 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섬강과 삼산천이 만나는 물길을 사이에 두고 봉긋하게 솟은 소금산과 간현봉의 자연을 활용한 관광지다. 케이블카를 타고 소금산에 올라 길이 200미터의 출렁다리를 건너 하늘정원을 돌아보고, 암벽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소금 잔도를 건너 전망대 스카이타워에 올라 소금산의 절경을 감상한 다음 길이 404미터의 울렁다리를 건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코스다. 천천히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주말 저녁이면 암벽을 이용해 미디어 아트 ‘나오라쇼’를 상영한다.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지정로 317
문의 033-749-4860

예술을 입고 시민 곁으로 돌아온, 치악산바람길숲
하늘은 높고 구름은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가을 초입의 따가운 햇살을 이고 무작정 걷기 좋은 계절이다. 원주의 걷기 코스 중 지난해 10월 개통한 치악산바람길숲은 옛 중앙선 폐철도를 활용한 도심형 산책로다. 우산동 한라비발디아파트 후문에서 구 반곡역까지 11.3킬로미터에 이르며, 구간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몄다. 활력의 숲, 일상의 숲, 힐링의 숲 등 세 개의 숲길을 걷다 보면 구간마다 달라지는 수종과 조형물을 만난다. 옛 원주역을 새 단장한 원주센트럴파크를 비롯해 중앙시장과 연결되는 중앙광장, 무지개 철길로 변모한 유교역 광장,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반곡역사 등 볼거리가 많다. 하이라이트는 원주터널. 입구에서 우주를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를 상영하고, 터널 내부에는 바닷속을 헤엄치는 고래를 형상화한 경관 조명이 종일 반짝인다.
주소 강원 원주시 우산동 186-8(한라비발디아파트 출발 시)

가을의 꽃, 반계리 은행나무
2024년 원주시역사박물관은 국립산림과학원에 반계리 은행나무의 정확한 나이 측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1317년, 국내 최고령 은행나무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목편을 추출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것이 아니라, 수령 추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일반적인 수령 측정 방법과 달라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진위와 별개로 반계리 은행나무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높이 32미터, 몸통 둘레 16.27미터, 밑둥 둘레 14.5미터에 달하는 이 나무는 마치 일곱 그루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옛날 옛적 고승이 길을 걷다 물을 마신 뒤 지팡이를 꽂고 유유히 사라졌는데, 얼마 뒤 지팡이에서 싹이 텄고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 은행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상황은 네이버 지도 CCTV 테마 탭에서 ‘국도 42호선 반계IC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소 강원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1495-1


하루의 끝, 붉게 물든 흥원창
충주를 지나온 남한강과 횡성에서 발원한 섬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움직이지 않는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다. 조선 시대 세곡 운반선인 조운선을 모티브로 한 전망대다. 흥원창은 조선 시대 소양강창, 가흥창과 함께 좌수참에 소속돼 인근 고을의 세곡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강원 영서 지방 5개 고을의 세곡을 수납해 보관했다가 서울 조창(조세로 거둔 현물을 모아 보관하는 창고)으로 운송하던 곳이다. 조창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아름다운 일몰은 그대로다.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이지만 남한강자전거도로와 원주굽이길이 지나 행인이 많다. 원주굽이길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와 포장길을 피하고 흙길과 숲길, 물길, 마을 안길을 연결한 길이다. 흥원창은 20코스로 이뤄진 원주굽이길 8코스에 있다.
주소 강원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972
위대한 유산
전통 한지 작업장, 대문호의 집, 명상하는 미술관까지. 마음에 쉼표를 찍고 원주가 품은 위대한 유산과 만난다.


백 번의 손길, 원주 한지
서울 종로의 한지가헌에서 한지 공예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시서화의 매체로만 생각했던 한지가 조형예술로 재탄생한 것을 보고 감탄했다. 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원주한지테마파크를 찾아가 문화해설사와 함께 전시관을 둘러봤다. 원주에 닥나무가 많아 한지 문화가 발달했으며 지금도 곳곳에 관련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로 시작한 해설은 종이의 발명과 이동, 한지 공예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원주에 무형문화유산 한지장 보유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원주한지로 향했다.
닥나무로 담장을 세운 단층 건물로 들어서자 장응열 장인의 아내와 딸, 사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내는 닥나무 섬유에서 불순물을 고르고, 사위는 쌍발뜨기(발틀 안에 물을 가두어 한지를 뜨는 방식)로 색지를 뜨고, 딸은 장작불로 데운 철판에 한지를 건조 중이다.
“한지를 백지라고도 해요. 흰 백(白)이 아닌 백 백(百)을 쓰는데, 백 번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한지가 완성된다는 의미예요.”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들려면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겨울이면 섬유질이 풍부해진 닥나무를 베어 물에 삶는다. 겉껍질인 피닥을 벗기고 흰 속껍질 백닥만 남긴 다음 잿물로 다시 삶으면 실 같은 섬유만 남는데, 이를 방망이로 찧어 만든 것이 닥죽이다. 지통에 물을 붓고 황촉규 뿌리에서 얻은 접착제인 닥풀과 닥죽으로 닥물을 만든다. 이제 한지를 뜰 차례다. 장응열 장인은 전통 방식인 외발뜨기를 고수한다. 대나무 발틀을 하나의 줄에 묶고 앞뒤, 대각선, 좌우로 흔들어 섬유를 건져 올리는 과정에서 섬유층이 쌓이며 고른 결이 만들어지는데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이렇게 완성한 습지는 포개어 물기를 빼고 건조한 다음 두드리는 도침 과정을 거친다. 섬유 사이의 틈을 메우고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작업이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종이는 이렇게 탄생한다.
장응열 장인 집안에서는 할아버지 대부터 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업을 잇기 싫었던 그는 전기 기술을 배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다 아버지의 부고를 접했고, ‘전통 한지의 맥을 이었으면 좋겠다’는 유지에 따라 원주로 돌아왔다. 그 무렵 원주한지 인근에는 한지 작업장이 열 군데 넘었는데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일이 워낙 고되고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꼭 후대에 물려주고 싶다는 장인의 시선이, 헤드셋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색지를 뜨는 사위를 향한다.

원주한지테마파크
종이의 발명부터 이동, 한지의 유래와 쓰임, 원주 지역의 한지 문화, 닥나무를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질기고 보존성이 뛰어난 한지는 책과 문서뿐 아니라 창호, 생활용품, 장식품, 조형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했다. 원주한지테마파크의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한지가 단순한 종이를 넘어 한국의 미감과 기술이 축적된 문화유산임을 알게 된다. 예약하면 한지로 생활 소품을 만드는 공예 체험과 한지 뜨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여러 겹의 섬유가 만들어 내는 한지의 질감을 경험할 수 있어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주소 강원 원주시 한지공원길 151
문의 033-734-4739


우리에겐 박경리가 있다
2026년은 박경리 작가 탄생 100주년인 해다. 얼마 전 박경리 작가를 좋아하는 친구가 작가의 서울 정릉 집터를 찾아갔는데, 잡초 속에 방치돼 있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작가가 말년을 보낸 원주의 집들은 무사할까. 박경리문학공원으로 향했다. 박경리 작가가 1980년 서울을 떠나 1994년까지 살며 <토지> 4부와 5부를 집필한 옛집과 주변을 보존해 조성한 공간이다. 해설 시간에 맞춰 ‘박경리 문학의 집’에 들어서니 문화해설사가 반갑게 맞는다. 불행한 학창 시절과 짧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 김동리 작가의 눈에 들어 등단한 일, 김지하 시인과 딸의 결혼, 딸의 가족을 따라 원주에 정착한 이야기 등 작품 너머의 작가와 만날 수 있었다. 누구나 <토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장과 육필 원고도 인상적이다. 박경리 문학의 집을 나와 옛집으로 향했다. 예약자에 한해 개방하는 곳이다. 야트막한 구릉 위 단아한 이층집이 눈에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서니 작가가 사용한 소파와 탁자가 놓인 거실부터 서재, 안방까지 시간이 박제된 듯하다. 서재 옆 집필실에는 옷장과 책상, 방석 하나가 전부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집필실이 그토록 소박했다는 게 놀랍다. 박경리 문학의 집과 옛집 사이에는 카페 ‘서희’가 있다. 2023년 TV 예능 프로그램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과 협업해 리모델링하면서 블루리본 스티커가 두 장이나 붙은 집이다. 박경리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군고구마 라테 ‘토지’, 메밀과 쑥을 이용한 밀크 슈페너 ‘서희’가 인기 메뉴다.
박경리 작가가 머문 지역에는 그를 기억하려는 공간이 있다. 고향인 통영에는 묘지와 함께 박경리기념관이 있고, <토지>의 주요 배경인 하동 평사리에는 박경리문학관과 함께 드라마 <토지> 세트장이 있으며, 원주에는 박경리문학공원과 박경리뮤지엄이 있다. 2021년 작가가 생애 마지막 10년을 보낸 집에 개관한 박경리뮤지엄으로 향했다. 내부에는 소박한 일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하는 많은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살아왔고, 이를 생명 사상과 연민으로 체화했던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전시실로 꾸몄다. 박경리뮤지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한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작가의 동상에 시선이 머문다. 같은 동상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도 있다. 한러대화(한국 러시아 간 민관 대화 채널)의 문화 외교 사업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한국에 알렉산드르 푸시킨 동상을 보내온 것에 대한 화답이다. 생각해 보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푸시킨의 문장과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라는 박경리 작가의 문장이 닮은 듯하다. 삶의 고통과 기쁨을 모두 긍정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깊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라고 위로하지 않는가.
주소 강원 원주시 토지길 1(박경리문학공원), 흥업면 매지회촌길 79-1(박경리뮤지엄)
문의 033-762-6843(박경리문학공원), 070-7734-2777(박경리뮤지엄)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김세희
박경리뮤지엄을 둘러보니 할머니의 손주 사랑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어려운 상황에 놓이다 보니 할머니가 형과 저를 많이 돌봐 주셨어요. 지금 박경리문학공원이 된 옛집에 대한 추억이 특히 많죠. 할머니는 비범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한번은 제가 유령이 나타날까 무서워서 밤에 어두운 곳에 가기 싫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유령도 불쌍한 존재이니 너무 무섭게만 생각하지 마라”고 하셨어요. 자연의 모든 존재에 생명이 있고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는 걸 다 자란 후에 알게 됐죠.
이사장님이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저는 시를 더 좋아해요. 할머니의 시는 저를 포함한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산다는 슬픔>도 시집이에요. 토지문화재단 소장 자료에서 발굴한 미공개 시 47편을 엮었어요. 고도로 농축된 슬픔이 드러나 할머니의 인간적인 모습을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박경리뮤지엄 관람 포인트를 알려 주세요.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유품을 둘러보면 할머니가 살아온 삶의 자취를 따라갈 수 있어요. 근검절약하고 생명을 깊이 사랑했던 할머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경리라는 한 작가가 남긴 문학적 업적, 후배들을 위해 일군 창작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거쳐 간 수많은 작가가 만들어 낸 한국 문학·문화의 위상은 단지 원주라는 한 지역에만 국한되는 가치가 아니에요. KTX를 타고 문학창의도시 원주를 지날 때,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함께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미술과 건축과 명상의 공명, 뮤지엄 산
미술품을 감상하는 일은 시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들여 꼼꼼히 살피고, 작품의 배경과 시대 상황 등을 고려하며 상상의 퍼즐을 맞춰야 겨우 작가의 생각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너머의 텍스트를 읽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는 여백이 많은 매체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이 적극적이고 느린 호흡이 명상과 닿아 있다. 그래서 여행할 때마다 미술관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편이다. 원주 여행에서는 뮤지엄 산을 추가했다. 작품 감상과 연계한 명상 워크숍이나 미술관 안팎의 정원을 거닐며 자연의 시간을 탐구하는 프로그램, 호흡을 의식하며 일상 속 스트레스를 낮추는 프로그램 등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 노출 콘크리트의 간결한 선이 산자락에 살포시 내려앉은 듯한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소통을 위한 단절’을 슬로건으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이다. 그중 명상관은 2019년,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추가했다. 돔 형태의 명상관에 들어서니 천장의 좁고 긴 틈새로 빛이 스며든다. 매트에 눕자 시선이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모인다. 싱잉볼 연주자가 볼을 두드리며 소리를 낸다. 금속이 진동하며 만들어 내는 배음이 공간을 채운다. 소리가 몸을 통과해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공간은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회차별로 쉼, 여유, 자연의 소리, 라이브 싱잉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명상관을 나와 스톤가든 끝자락으로 걸어가면 제임스 터렐관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스카이스페이스, 스페이스 디비전, 호라이즌룸, 웨지워크, 간츠펠트 등 다섯 작품이 기다린다. 각각의 방은 빛과 공간의 착시를 이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스카이스페이스. 천장에 뚫린 타원형의 구멍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는 공간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늘 색이 변하고 방 안의 벽과 바닥까지 물들인다. 수평선이 무한히 이어지는 착시를 만들어 내는 호라이즌룸은 어디가 벽이고 어디가 공간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안도 다다오와 안토니 곰리의 협업으로 탄생한 그라운드로 향했다. 돔 중앙에 원형 천창이 뚫려 있어 고대 로마의 판테온을 연상시킨다. 땅속에 묻힌 거대한 돔은 무덤처럼 고요하지만,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바람, 그리고 관람객의 숨소리가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든다. 그라운드 곳곳에 놓인 안토니 곰리의 ‘블록 워크’ 시리즈 역시 멀리서 보면 추상적인 기둥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사람 형상을 하고 있다. 서 있거나 누워 있거나 웅크린 자세의 조각 사이사이를 거닐다 한참을 누워 있었다. 비움은 결핍이나 공백이 아닌 감정이나 욕망을 밀어낸 뒤 비로소 드러나는 감각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주소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문의 033-730-9000

뮤지엄 산 치유 큐레이터
노은실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상 공간도 늘었습니다. 뮤지엄 산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건강해지려면 계절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해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건강한 삶인 거죠. 하늘이 많이 높아졌네, 단풍이 지는구나, 가을볕이 이렇게 예뻤나 등 자연을 보며 계절 감각을 회복하면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객관화하기 쉬워지는 것 같아요. 또한 뮤지엄 산은 예술적 영감이 가득한 공간이에요. 예술가의 삶과 생각, 표현 방식을 탐구하며 내면의 감각을 깨울 수 있어요.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공간에서 계절 감각을 회복하고, 예술적 영감을 깨워 여유로운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뮤지엄 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뮤지엄 산에서 명상하기 좋은 계절을 추천해 주세요. 꽃 피는 봄, 녹음이 짙은 여름, 단풍 든 가을, 눈 덮인 겨울 등 사계절 모두 감상이 달라서 계절마다 방문하길 추천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비 오는 날이에요. 높은 곳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운무가 멋들어지게 펼쳐져요.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죠. 물의 정원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명상에 잠길 수 있어요. 그런 경험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명상관 안에 들어가 보세요. 슬릿 창을 통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휴식이 될 거예요. 맑은 날에는 정오 즈음에 슬릿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와 바닥에 일직선으로 빛이 드는 시간도 좋아요. 저녁에는 문 닫힌 미술관 안을 거닐 수 있는데, 어둠이 감싸는 시간이어서 내면에 더 집중하게 돼요.
10월 원주는 즐거울 ‘만두’ 하지
100가지가 넘는 만두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원주만두축제가 열린다. 각종 재료를 감싸 만드는 만두처럼 다양한 입맛을 가진 식객들을 두루 보듬어 주는 축제다.
Editor’s Pick
원주 만두 맛집 5

예진네김치만두의 김치만둣국
채식주의자 모여라! 3대째 손맛을 잇는 집으로 만두에 고기를 넣지 않는다. 김장김치로 빚은 칼칼한 김치만두가 주인공. 채수에 들깨를 넣고 끓인 뽀얀 국물을 더해 감칠맛이 일품이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31-3
문의 033-748-5289

바불리옛날왕만두의 왕만두
옛날식 왕만두 전문점. 폭신한 반죽에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왕만두는 한두 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고기만두, 김치만두에 찐빵까지 세 종류를 판매하며, 포장 전문점이라 좌석이 없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로 135
문의 033-735-3666

오늘칼국수의 들깨만둣국
자가제면 칼국수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원주문화재단이 주최한 웰만두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만두 맛집 타이틀도 따냈다. 껍질을 깐 들깨로 국물을 낸 들깨만둣국이 추천 메뉴.
주소 강원 원주시 만대공원길 14-5
문의 033-732-5559

동승루의 군만두
만두 전문 중식당으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군만두가 대표 메뉴다. 만두 소에 돼지껍질을 넣어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하다. 만두피를 반죽할 때 무즙을 첨가해 부드러우면서 소화가 잘된다.
주소 강원 원주시 이화4길 30
문의 033-742-8166

원주만두뱅크의 탕수만두
평범한 만두는 가라! 탕수만두, 왕새우만두, 메밀왕만두 등 다양한 찐만두를 선보인다. 원주만두축제 창업 1호점으로, 튀긴 만두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더한 탕수만두가 대표 메뉴다.
주소 강원 원주시 중앙로 91
문의 033-747-5633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제4회 원주만두축제가 열린다. 이 기간 동안 원주천과 문화의 거리 일대가 축제장으로 변한다. 원주는 어떻게 만두의 성지가 됐을까.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배급한 밀가루로 칼국수와 만두를 해 먹던 것이 시작이다. 특히 김치만두는 원주 최초의 청과물 도매시장인 도래미시장에서 남은 배추로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빚어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배추를 절여 고춧가루로 버무린 배추김치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41만 명이 방문한 원주만두축제는 올해 ‘시장에서 한판, 즐거울 만두’를 테마로 한다. 메인 축제장인 원주천에는 원주 시내 업체의 다양한 만두와 만둣국을 판매하는 원주만두존과 전통 시장 먹거리를 선보이는 전통마켓존을 설치한다. 또한 방문객의 발걸음이 만두 맛집이 모인 전통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두 로드’를 조성하고 ‘전통 시장 스탬프 투어’를 진행한다. 원주천에서 축제를 즐긴 뒤 전통 시장에서 먹거리를 맛보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원주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에게는 원두만두축제의 귀여운 굿즈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간 10월 23일~25일
장소 강원 원주천 및 문화의 거리
문의 033-760-9863, mandufestival.co.kr
KTX 타고 원주로 오세요!

2026 원주만두축제 총감독
유병훈
감독님은 어떤 만두를 좋아하나요? 김치만두, 고기만두, 튀김만두 등 종류를 가리진 않지만 시장에서 갓 쪄 낸 만두를 가장 좋아합니다. 만두는 피와 소의 조화가 맛을 결정하는 음식이에요. 원주만두축제는 여러 종류의 만두를 조금씩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같은 만두라도 빚는 사람에 따라 식감, 재료, 간, 모양, 크기가 모두 다 달라요. 올해 원주만두축제에서는 원주 전통 김치만두부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색 만두, 세계 각국의 만두 등 다양한 만두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26 원주만두축제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만두 빚기 체험입니다. 만두는 직접 빚고 쪄서 먹을 때 가장 맛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꼭 참여해 보세요. 아이에게는 즐거운 놀이가 되고,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시간이 될 겁니다. 생생한 현장감을 즐기고 싶다면 라이브 쿠킹쇼와 만두경연대회도 놓치지 마세요. 개성 있는 만두와 함께 ‘딤섬의 여왕’ 정지선 셰프를 만날 수 있답니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을 귀띔해 주세요. 화려한 축제 부스도 좋지만, 전통 시장 안쪽의 만두 노포와 원주만의 먹거리를 찾아보세요. 시장 골목을 거닐며 ‘무엇이 가장 맛있냐’고 상인들에게 묻다 보면, 온라인에 공유된 적 없는 숨은 맛집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맛집을 발굴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원주 사람들의 정을 느끼는, 특별한 축제 경험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