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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에서 발견한 초록빛

2025년 05월 28일

  • EDITOR 김수아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지난해 11월 30일, 중부내륙선이 개통하며 경기도 판교와 경북 문경이 훨씬 가까워졌다. 판교역 근처에서 여행자의 눈이 맑아질 만한 싱그러운 빛깔을 찾아 여섯 곳을 탐방했다.

상상에 상상을 더하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판교역에서 3분 정도 걸으면 그림책과 전시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나온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작가 이수지, 신화나 고전문학을 재해석하는 아르헨티나 작가 파비안 네그린 등 그동안 여러 작가의 원화를 선보이며 그림책의 매력을 알려 온 곳이다. 7월 6일까지는 환경 그림책 전시 <내일도 만나 See You Again>로 국내외 작가 22명의 작품 170여 점을 공개한다. “나무에서 한없이 베푸는 사랑을 느껴 보세요” “부드럽게 날고 있는 꿀벌을 찾아 보세요” “그림에서 사라지는 색과 점점 많아지는 색은 각각 무엇인지 자세히 감상해 보세요” 같은 그림 아래 적힌 문장이 관람 방향을 안내한다. 열린 서재에는 영유아용 그림책부터 성인용 그림책까지 60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소설 속 문장을 따라 걸어가는 이야기의 여정도 즐겁지만, 그림과 짧은 문장 사이 여백을 채워 보는 모험도 짜릿하다. 그 상상의 시간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빈백에 편히 몸을 기대어 앉아 그림 속 풍경에 빠져 보자.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6번길 20
문의 031-5170-3700

쉽고 재밌게 배우는 생태계 이야기
판교환경생태학습원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논하려면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강조해야 한다. 판교환경생태학습원은 어린이가 마을 콘셉트의 공간을 거닐며 자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존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먼저 1층에 위치한 초록마을에서는 멸가치, 얼레지, 호제비꽃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야생화 표본이 시선을 끈다. 초록마을과 이어진 실내 온실에 들어서면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비슷비슷하게 느꼈던 식물들이 각자 얼마나 개성이 강한지를 생생하게 눈에 담는 시간이다. 2층 파란마을에서는 하늘과 물에 사는 동물의 생김새를 보여 주고, 하얀마을에서는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뒤에는 일상에서 실천할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해 준다. 전시관 건물 밖으로 나오면 화랑공원과 이어진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645번길 21
문의 031-8016-0100

도심 속 맑은 공기를 마시다
화랑공원

판교에서 점심시간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화랑공원이다. 평일 낮, 산책로를 따라 양산이나 부채를 들고 햇빛을 피해 동료들과 걷는 직장인이 빼곡하다. 공원을 채운 무성한 초록 잎과 잔잔한 호수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곳곳에서 들리는 작은 물소리에 집중하는 시간도 특별하다. 귀로 하는 ‘물멍’이라고 할까. 그늘 아래에서 쉬고 싶다면 화랑정에 오르길 권한다. 정자를 지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판교의 회색 건물이 비친 호수,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그 호수를 스쳐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도 꽤 흥미롭다. 갑작스럽게 비가 올 경우 화랑공원 내에 위치한 판교크린타워 전망대 북카페에서 한숨을 돌려도 좋다.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눈앞의 이야기에 집중할 차례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09
문의 031-707-4982

말차의 색다른 변신
오브차

ⓒ 오브차

차는 추운 계절에만 어울릴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초등학교 동창인 허모현 · 석철 공동 대표는 차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쌉싸름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말차를 빙수, 맥주, 모히토와 결합해 시원하고 청량한 여름 메뉴를 개발했다. 그 덕에 겨울보다 여름에 오브차를 찾는 손님이 많다. 디저트는 차와 어우러지도록 당도를 적절히 조절했다. 바닐라 향이 입안을 부드럽게 채우는 달콤한 커스터드 푸딩과 직접 만든 우롱 · 라벤더 · 말차 아이스크림을 찹쌀피 사이에 넣은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가장 반응이 뜨겁다. 이틀간 절인 사과 슬라이스에 우롱차를 부으면 꽃처럼 퍼지는 애플 티도 인기 메뉴다. 내부는 아늑하고 편안한 좌식 테이블과 혼자서도 조용히 머무르기 좋은 바 테이블로 구성했다. 선별한 원두로 내려 주는 커피 메뉴도 있으니 언제나 커피를 고수하는 사람이 은은한 차를 선호하는 친구와 같이 방문하기 좋은 찻집이다. 여름에는 무조건 빙수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구도 빼놓지 말고 데려가자.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14번길 15
문의 0507-1480-1265

기념일에 방문하는 레스토랑
구우트

곳곳에 진열된 와인병, 치즈와 샐러드를 장식한 꽃, 그리고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 권하연 대표의 모습까지, 구우트에 들어서면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치즈에 빵과 구운 채소 등을 곁들여 내는 스위스 요리 라클레트다. 또 다른 인기 메뉴 울릉라이스는 권 대표가 아이에게 자주 만들어 주던 음식을 보완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부지깽이나물을 넣은 볶음밥에 듬뿍 얹은 들깨 크림소스가 담백하고 고소해 취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즐긴다. 특별한 날에 방문한다면 생일 빵을 눈여겨볼 만하다.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세 종류의 상큼한 베리, 레드 와인을 졸여 만든 잼을 넣은 빵이 기분을 확 끌어올려 줄 것이다. 독일어로 좋다는 의미의 ‘gut’에서 따온 가게 이름처럼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
문의 @guut.official

10월이 아니어도 떠오르는 브런치
카페 악토버

사계절 변함없이 10월을 외치는 브런치 가게가 있다. 바로 백현동 카페문화거리에 위치한 카페 악토버(영어로 10월). 대표 메뉴는 칠리 에그와 포카치아로, 튀르키예에서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터키시 에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브런치다. 리코타 치즈와 그릭 요구르트 베이스에 수란, 튀긴 채소, 칠리 버터가 들어가는데 노릇하게 구운 콜리플라워와 알감자의 짭조름한 맛이 매력적이다. 소스가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더라도 고소하고 담백한 수란이 맛을 중화해 준다. 건강하게 먹으려면 완두콩 후무스와 그레인 샐러드 등 초록빛이 가득한 메뉴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사람은 수프를 추가해도 좋다. ‘오늘의 커피’ 주문 시 따뜻하게 한 번 리필이 가능하고, 라테의 경우 우유를 오트 음료로 변경할 수 있다. 가족 단위 손님을 고려해 아이 전용 의자를 구비해 둔 점도 인상적이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52번길 9
문의 @cafeoctober.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