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바다는 조용하지 않다. 파랑이 쉼 없이 호미곶의 단구를 깎고 절벽에 구멍을 내며 현무암 기둥 사이를 지난다. 소란한 파도는 오래전 화산이 식으며 생긴 땅을 다시 빚는 바다의 소리다. 사람들은 그 바다에 배를 띄워 그물을 던지고, 철을 녹여 도시를 일으켰다. 한반도 동쪽 끝, 경북 포항으로 간다.

포항 여행의 지도를 바꾼
‘스페이스워크’
2021년 11월,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환호공원 언덕에 ‘스페이스워크’가 공개됐다. 717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333미터의 철 구조물로, 독일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디자인했다. 작가는 ‘관람객이 작품 위를 걸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건축적 조각’이라는 말로 체험형 설치미술 작품 ‘스페이스워크’를 설명했다. 실제로 작품 위를 거닐다 보면 발아래 구름을 두고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스페이스워크’는 영일만과 포항 도심, 포스코 제철소 일대를 조망하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공개 초기부터 포항 여행의 지형을 바꿀 획기적인 공공 미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이 작품을 2500여 개의 계단이 벌집 모양으로 얽힌 구조물 ‘베슬’과 함께 언급하곤 했는데, 산이 없는 뉴욕에서 ‘베슬’은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지만 포항에는 이미 아름다운 전망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워크’로 향하는 길, 언덕 중턱에서 70대 아일랜드 여성을 만났다. 경주 여행 중 이 작품을 보러 포항에 왔으며, 이곳에서 일몰을 보고 죽도시장에서 저녁을 먹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스페이스워크’ 관람객 중 12~15퍼센트가 외국인이다. 어쩌면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나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예술이 여행의 경험은 물론 도시의 운명까지 바꿀지도 모른다. 해가 진 후 ‘스페이스워크’의 우아한 곡선에 조명이 들어오자 파도치는 바다를 그린 추상화처럼 느껴진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30
문의 054-270-5176

2026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포항은 면적과 인구 대비 공공 미술 작품이 가장 많은 도시다. 2012년부터 개최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성과다. 포항문화재단은 해마다 페스티벌 출품작을 선정해 시상하고, 페스티벌이 끝난 뒤 도시 곳곳에 작품을 전시한다. 올해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테마는 ‘탁마’다. 철을 깎고 다듬으며 삶의 가치를 되돌아본다는 의미다. 포항 역사를 철판에 새긴 ‘철벽서사 포항’, 시민들의 얼굴을 담은 ‘퍼블릭 포토레이트 포항’을 비롯해 지역 작가나 초청 작가의 협업 전시 등 다채로운 아트워크가 도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 예정이다.
기간 10월 24일~11월 15일 장소 경북 포항 동빈문화창고1969, 송도해수욕장 및 포항시 일원
문의 054-289-7852

바다 위에서 추는 춤, 서핑
제 키보다 큰 보드를 밀며 물살을 거슬러 저벅저벅 바다로 나간다. 보드 위에 몸을 납작하게 누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를 관찰한다. 파도의 발자국을 섬세히 읽다가 ‘내 파도’가 왔을 때 몸을 일으켜 물 위를 미끄러진다. 긴 기다림 끝에 느끼는 짜릿한 쾌감, 포항의 파도가 서퍼를 부른다. 포항 북구 바다에는 부산과 제주를 오가던 서퍼들이 찾아낸 포인트가 여럿이다. 가장 북쪽의 월포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넓고 수심이 얕으며 파도가 높지 않아 초심자가 서핑을 배우기 좋고, 해저에 암석이 많아 상대적으로 파도가 높은 용한리해수욕장 일대는 중상급자가 즐길 만한 구역이다.
용한리해수욕장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로 33

바다 건너에는 독도, 이가리 닻 전망대
바다가 요동친다. 암초 지대를 지난 성난 파도가 해안 절벽에 온몸을 부딪혀 부서지는 소리가 사위를 채운다. 두꺼운 회색 구름을 힘겹게 밀어 올리며 오늘의 해가 떠오른다. 해안 도로를 따라 칠포항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다 월포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길가를 서성이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림자를 삼킨 어둠을 헤치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파도 소리를 따라가니 길 끝에 독특한 모양의 전망대가 보인다. 닻을 형상화한 이가리 닻 전망대다. 마을이나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있는 외딴곳에 전망대를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를 가로질러 251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독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징성 덕분인지 이가리 닻 전망대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해안 절벽 상단과 연결된 전망대는 높이 10미터, 길이 102미터에 이르며, 전망대 아래 해변을 따라 도보 여행 길인 해파랑길이 조성돼 있다. 파도 위에 반짝이는 빛을 남기며 해가 머리 위로 천천히 움직인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이가리 산67-3
문의 054-270-3204

새로운 시선으로 포항을 감상하는
해오름대교전망대
2026년 2월 영일대해수욕장과 송도해수욕장을 잇는 물길 위에 해오름대교가 개통했다.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교량 하부를 22~28미터 높이의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7월 말에는 해오름대교 주탑에 전망대가 문을 열었다. 낮에는 푸른 영일만과 도시 전경이, 밤에는 형산강 수면 위로 포스코 야경이 펼쳐진다. 해오름대교전망대는 3층 실내 공간과 4층 옥외 테라스로 나뉜다. 건물을 원형으로 설계한 데다 벽면을 모두 유리로 마감해 바다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오름대교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 영일대 방면에서 보행로를 따라 걷거나 송도 방면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예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동시 입장객을 50명 내외로 제한한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253-123
문의 054-270-3314


2026 포항국제불빛축제
철강 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빛과 뜨거운 용광로를 상징하는 불을 테마로 하는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린다. 송도 삼표시멘트 공장의 사일로 외벽을 스크린 삼아 미디어 파사드를 공개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둘째 날에는 영일대에서 송도 부두까지 퍼레이드를 하고, 마지막 날은 불빛라디오, 시민합창제 등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사가 종일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오후 8시부터 진행하는 국제 불꽃 쇼와 그랜드 피날레.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 일본이 참여한다. 축제 기간 동안 영일대에 불빛 라운지를 운영하고, 야시장인 불맛미식로드를 비롯해 포항 10미를 선보이는 먹거리 장터를 연다.
기간 11월 19일~21일
장소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원
문의 054-289-7853
파도가 쓴 네 편의 시
국내 유일의 등대 박물관, 산성 역할을 겸한 장기읍성, 복합 문화 공간이 된 냉동 창고, 생동생동 활기찬 죽도시장까지, 모두 포항의 파도에서 비롯된 진귀한 장면이다.

호미곶 일출 다음, 국립등대박물관
칠흑 같은 어둠을 밀어내고 해가 수평선을 완전히 벗어나자 일출을 보기 위해 호미곶에 모인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바닷가 카페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간, 바람을 피해 마을 안길로 걸음을 옮긴다. 키가 작고 담이 높은 집들도 바람을 피해 한껏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일출 후에도 호미곶을 서성이는 이유는 대한제국 시기인 1908년 세운 호미곶등대가 궁금해서다. 2022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등대유산에 등재된 이 등대는 철근 없이 벽돌만 쌓아 6층으로 지었는데, 각 층의 천장마다 조선 왕실의 상징인 배꽃 문양이 있다고 한다. 황태 해장국으로 든든하게 속을 덥힌 후 호미곶등대가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을 찾았다.
국립등대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등대 전문 박물관으로, 사라져 가는 등대와 항로표지 유물을 보존·전시한다. 국립등대박물관 전시관에는 두 개의 상설 전시실이 있다. ‘등대의 시간’ 전시실은 2500년 등대의 역사를 보여 준다. 고대 횃불과 나무 표식부터 근대식 등대가 등장하고 현재의 첨단 항로표지로 발달하는 과정을 전시한다. 등대원의 삶을 보여 주는 유물은 물론 전국 등대와 항로표지 이야기도 소개한다. ‘등대와 과학’ 전시실은 빛마을, 소리마을, 전파마을, 에너지마을, 항해마을로 나눠 항로표지에 숨은 과학 원리를 체험하는 콘텐츠로 채웠다. 이 외에 등대·등주·등표처럼 빛으로 위치와 위험을 알리는 광파 표지, 안개가 짙어 빛이 닿지 않을 때 쓰는 음파 표지, 전파를 이용한 현대적 항로표지 실물도 전시했다. 전시실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등대가 빛, 소리, 전파를 과학적으로 조합해 선박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아쉽게도 호미곶등대 내부는 볼 수 없었다. 1년에 10회 진행하는 숙박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만 공개한다고 한다. 전시관 2층 무인 등대 카페를 찾았다. 통유리 너머로 호미곶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립등대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로150번길 20
문의 054-284-4857

제29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
‘한 해의 시작과 끝을 어디서 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답이 포항 호미곶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이곳에서 12월 31일 저녁부터 이듬해 1월 1일 아침까지 해맞이축전이 열린다. 12월 31일 밤 전야제 공연으로 시작해 새해 카운트다운과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 1월 1일 오전 7시 30분경 하늘이 붉게 물들며 일출이 시작되면 전통 공연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희망찬 새해를 맞는다.
기간 2026년 12월 31일~2027년 1월 1일
장소 경북 포항 호미곶해맞이광장
문의 054-289-7855

향교에서 배우는 선비 정신
장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정상에서 정갈하게 쌓은 돌담을 만난다. 장기읍성 외벽으로 그 위에 서면 누렇게 익은 들판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하지만 이 돌담은 전망대로 지은 게 아니다. 고려 시대 여진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토성을 조선 시대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석성으로 고쳐 지었다. 조선 시대에는 지방 관아와 민가를 둘러 읍성을 쌓았는데, 평지에 있는 읍성과 달리 구릉 위에 자리 잡은 장기읍성은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산성 기능을 겸했다. 장기읍성에는 장기향교와 동헌 터가 남아 있다. 향교란 조선 시대 한 고을에 하나씩 설치한 국립 교육기관으로, 유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성현들의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제향 공간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학 공간으로 나뉜다. 흥미로운 건 외세의 침략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장기향교 유생들이 임진왜란 땐 의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독립투사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장기향교는 현재 유교 문화와 장기 지역의 역사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장기향교에서 만난 정봉용 전교와 포항문화원 이상준 부원장은 고요한 시골 마을인 장기가 올해 꽤나 시끌벅적했다고 운을 띄운다. 장기발전연구회가 국가유산청 지원 아래 개최한 역사 체험 프로그램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에 학생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과 외국인까지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다. 장기의 역사를 기반으로 개발한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는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그중 ‘유생, 의병이 되다’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글 암호를 풀어 장기향교에 모신 위패를 구출하는 체험이다. 경주성 탈환 시 사용한 화약 무기 비격진천뢰를 모티브로 씨앗 폭탄을 만들기도 했다. ‘코드명 학 세 마리’는 일제강점기의 학삼서원이 배경이다. 참가자는 서원을 누비며 현판 여섯 개 중 김구의 친필 현판 두 점을 찾는다. 이때 암호를 풀어 군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밀정에게 잡히면 감옥에 갇힌다. ‘물고기, 용쓰면 용 된다’는 장기향교에서 선비 정신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향교에 새겨진 용과 물고기 문양을 찾아 등용문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 선비의 상징인 갓을 만든다. ‘K-선비, 오늘 나의 이름이오!’는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유생복을 입고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책으로만 접한 임진왜란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놀이와 체험으로 풀어낸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는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내년부터는 10명 이상 그룹을 대상으로 예약자에 한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성길 92
문의 054-270-2274

포항문화원 부원장
이상준
오랫동안 장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장기면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고향에 깃든 역사와 선조들의 삶을 후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30년 전부터 문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배 문화와 선비들의 발자취를 정리해 <장기고을 장기사람 이야기> 등 여러 권의 향토사를 펴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장기발전연구회의 역사 체험 프로그램 ‘장기향교, 태극마크 달다’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셨다고요.
장기향교는 임진왜란 때 유생들이 의병으로 나서 나라를 지킨 애국의 현장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유생, 의병이 되다’와 ‘코드명 학 세 마리’처럼 참가자가 역사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을 통해 선조들의 충효 정신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장기면을 여행할 독자들에게 간단한 지역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기향교와 여섯 개의 서원이 있는 장기는 충효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선비 문화가 살아 있는 고장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등 여러 석학이 독특한 유배 문화를 남긴 곳이기도 합니다. 장기읍성, 장기향교, 학삼서원 등을 천천히 걸으며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 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이 지역의 역사를 다음 세대로 이어 줄 것입니다.


예술적 영감을 저장하는 문화 창고
얼음을 생산하고 수산물을 저장하던 냉동 창고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동빈내항에 면한 동빈문화창고1969가 주인공으로, 과거 이 건물은 포항수협의 냉동 창고였다. 1969년 건립한 냉동 창고는 2018년 포항수협이 이전하면서 가동을 중단했고 이듬해 포항시가 매입했다. 이후 공간 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새로 짓는 대신 포항 사람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이 건물을 보존하기로 했다. 2023년 9월 리모델링을 마친 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25년 12월 정식 개관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동빈문화창고1969를 찾았을 때가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시 <아침놀>을 철거하는 날이었다. 허망한 얼굴로 서 있으니 누군가 다가와 “전시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며 아카이브 공간으로 이끈다. 건물 1층에서는 냉동 기계실과 냉매제 가동 장치를, 2층에서는 송빙교와 쇄빙탑, 아이스캔을 볼 수 있다. 송빙교란 냉동 창고에서 만든 얼음을 부두 쪽으로 보내는 다리 같은 시설이고, 쇄빙탑은 송빙교를 통해 받은 얼음을 잘게 부숴 어선에 공급하는 설비다. 그제야 1층의 전시실과 다목적 홀, 이벤트 홀에도 냉동 창고의 투박한 문을 남겨 둔 것이 눈에 띈다. 여느 건물보다 층고가 높아 대형 설치 작품은 물론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하기에도 적당해 보인다. 2층에는 이벤트 홀과 야외 라운지, 북 라운지, 카페 등이 자리한다. 공연장처럼 계단식 객석이 무대를 향하도록 지은 야외 라운지에서는 종종 영화 상영회나 공연이 열리고, 북 라운지에는 국내외 예술 서적 전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과 해양 문화 관련 서적을 비치했다.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동빈문화창고1969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기획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지난여름에는 책과 영화, 음악이 있는 리트리트 프로그램 ‘썸머 컬쳐 리조트’를 개최했고, 미션을 완수하며 1969년의 시간을 해동하는 참여형 XR 방 탈출 프로그램 ‘얼음…땡! 1969’도 진행했다.
동빈내항과 해오름대교가 한눈에 펼쳐지는 2층 카페에는 포항 로컬 브랜드 몰리커피랩이 입점했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들이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고, 미래로 잇는 방식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장소성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예술적 영감의 저장소가 된 동빈문화창고1969. 앞으로 어떤 이벤트를 보여 줄지 기대된다. 인스타그램(@ice_culturecargo) 계정을 팔로우하고 지켜봐야겠다. 화~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선착로 78
문의 054-289-7965

포항문화재단 공간디자인팀
김자영
그동안 장소 특정적 전시가 많이 열렸네요.
동빈문화창고1969는 해양 문화와 연결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새로운 형태의 문화 콘텐츠를 실험하는 플랫폼이에요. 바다를 통해 물자와 사람이 이동하고 지식이 교류하는 큰 사이클에 주목하죠. 움직이는 대형 기계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포항문화재단의 머신아트랩(Machine Art Lab)과 함께 융복합 퍼포먼스와 체험형 전시를 선보이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어요. 예술가와 기술자, 기획자가 협업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젝트예요.
11월과 12월에 열리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11월 15일까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12월에는 구룡포 아라예술촌 입주 작가 성과 보고전이 계획돼 있어요. 포항에서의 1년을 마무리하며 선보이는 전시로, 축적된 시간의 결과이자 앞으로의 작업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거예요.
포항에는 공공 미술 작품이 많습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을 추천해 주세요.
2015년 KTX 포항역이 이전하면서 폐철도가 철길 숲으로 바뀌었어요. 효자역과 옛 포항역 사이 4.3킬로미터 구간을 걸으며 다양한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서울대학교 교수인 이용덕 작가의 ‘만남 2017’이에요. 한쪽에는 사람 얼굴을, 반대쪽에는 인체 실루엣을 표현한 작품이죠. 영일대에서도 다양한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포항항! 맛있는 죽도시장 안내서
죽도시장의 먹거리 골목은 크게 죽도어시장, 건어물 거리, 간식 거리, 수제비 골목으로 나뉜다.
포항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종합 시장으로, 1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간에 2500개가 넘는 점포가 들어섰다. 과거 이 일대는 섬이었다. 갈대가 많은 늪지대라 ‘갈대섬’이라 불렀는데, 1930년대부터 갈대밭에 하나둘 좌판을 깔고 장사를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현재의 3분의 1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나 한국전쟁으로 불타면서 크게 피해를 입었다. 이후 경북 동해안과 강원 일대의 농수산물이 집결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시장의 생동생동한 활기를 느끼고 싶다면 채소 도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새벽 2시에 농산물 시장을 가거나, 수산물 경매가 열리는 새벽 4시에 포항수협 죽도선어위판장으로 향하자. 먹거리를 찾아 죽도시장 나들이를 계획했다면 오후 5시 이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일찍 열린 시장의 하루는 일찍 끝난다.

죽도어시장
매일 새벽 죽도선어위판장 경매가 끝나면 죽도어시장 상인들은 손님 맞을 채비를 한다. 해산물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회를 뜨거나 삶아 손질해 주는데, 초장집에 들고 가서 1인당 5000원을 내면 근사한 상을 차려 준다. 보다 저렴하게 회를 먹고 싶다면 오전 6~7시 무렵 ‘할매고래’ 앞에서 막회를 파는 좌판을 공략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죽도어시장은 대게와 문어가 제철이다.
찾아가는 법 개풍약국 쪽 입구에서 아케이드를 지나 가장 안쪽에 동빈내항과 면해 있다.

건어물 거리
죽도어시장에서 동빈내항 반대편으로 나오면 바닷바람을 맞으며 짭조름하게 마른 건어물이 줄지어 걸린 건어물 거리와 만난다. 한쪽에는 오징어, 아귀, 과메기, 쥐포, 김 등을 가공한 상품이 걸렸고, 다른 한쪽에는 넓은 소쿠리에 가자미, 장어, 조기, 열기, 도루묵, 대구뽈 등을 널어 놨다. 대형 마트처럼 시식 코너까지 마련해 여행객의 발길을 끄는 집도 여럿이다.
찾아가는 법 죽도시장과 죽도어시장을 가르는 죽도시장13길

간식 거리
시장 구경에 재미를 더하는 간식 거리.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는 꽈배기,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어묵과 육전, 도라지 조청에 6시간 조린 어묵으로 만든 조청 김밥, 갓 구운 카스텔라 등 소셜 미디어에 ‘죽도시장 먹킷 리스트’가 공유될 정도로 다양한 간식을 판매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는 소포장 과메기 세트와 꼬치 형태 과메기를 판매하는 곳도 늘어난다.
찾아가는 법 개풍약국 입구부터 건어물 거리(죽도시장13길)까지 이어지는 죽도시장길

수제비 골목
간식 거리에서 구수한 멸치 육수 냄새를 따라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벽도 담도 없이 분식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블록이 나온다. 수제비, 칼국수, 칼제비까지 메뉴는 세 가지. 음식점이 열 군데가 넘는데, 메뉴와 가격이 똑같다. 멸치 육수에 감자와 애호박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후 부추를 길쭉하게 올려 내는데, 기호에 따라 간장 소스를 첨가해도 좋다. 곱빼기 메뉴는 없지만, 주문할 때 넉넉하게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얹어 준다.
찾아가는 법 죽도시장 옛날 카스테라 뒤편 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