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사랑을 고백하던 연인을 사후 세계에서 다시 만난다. 여자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 다시 절로 향한다.


드라마 <조명가게>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과 이를 살리기 위해 어두운 골목 끝에 위치한 조명가게로 유인하는 사람이 나온다. 가장 먼저 화면에 등장하는 건 하얀 옷을 입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지영이다. 버스에서 내린 현민은 연인이었던 지영을 알아보지 못하고 몇 걸음 가다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지영은 다친 현민을 캐리어에 넣고 장소를 이동하며 상처 부위를 치료한다. 생전에 둘은 북을 사이에 두고 현민은 “사랑해”라고 외치고, 청각장애인 지영은 손가락으로 북을 쳐서 응답했다. 이제 지영은 같은 공간에서 홀로 바느질을 이어 간다. 인물의 표정과 상황 모두 대비되는 두 장면은 인천 강화군에 있는 전등사에서 촬영을 마쳤다. 원래는 ‘진종사’라고 불렀다가 고려 충렬왕의 비 정화궁주가 옥으로 만든 등잔을 기증하면서 ‘전등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등불을 켜는 데 사용하는 ‘등잔’과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 찾아야 하는 ‘조명’. 환한 빛을 연상시키는 두 단어에서 지영의 간절한 표정이 어른거린다. 각자의 방식으로 고백했던 전등사의 북에 귀를 대면 그 울림이 전해질까.

강풀의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한 8부작 드라마.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하며 배우 김희원이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