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made in busan

2024년 12월 26일

  • writer 우지경(프리랜서)
  • photographer 김은주

부산을 만든 사람과 공간, 그 일곱 가지 이야기

부산의 커피

1 물양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커피로 부산을 알리다
모모스커피

항구도시 부산은 이제 ‘커피의 도시’로 불린다. 2024년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아시아 최초로 부산에서 열렸다. 그 중심에 2007년 온천장의 식당 창고에서 시작해 2011년 첫 생두를 수입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해 온 ‘모모스커피’가 있다. 모모스커피는 2019년 전주연 공동대표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2021년 영도 봉래동 물양장 앞 1820제곱미터(약 550평) 면적의 창고를 개조한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를 오픈하며 커피 문화를 이끄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간판도 찾기 힘든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예술가의 유리 작품 너머로 원두 로스팅 과정을 볼 수 있는 로스터리와 커피 바가 감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소통하기 좋은 낮은 높이의 커피 바에서 바리스타들은 고객과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내린다. 영도의 풍경을 바라보며 작품 같은 커피를 음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나 다른 도시에서 온 여행자들이다. 커피 바 뒤쪽에 자리한 로스터리에선 하루에 1.2~1.5톤의 원두를 생산한다. 그중 60퍼센트는 매장이나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를 오픈하며 ‘부산 시그니처 블렌드’를 선보였는데, 6·25전쟁 당시 부산항을 통해 백국 가베(브라질 커피) 수입이 왕성했다는 신문기사에서 착안해 호불호가 없는 브라질 원두를 베이스로 블렌딩했다고. 앞으로 모모스커피가 커피를 통해 어떻게 부산을 알릴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Interview
전주연 모모스커피 공동대표

영도에 모모스커피 두 번째 매장을 연 이유가 뭔가요? 로스팅 시설 확장이 필요한 때에 영도 물양장 앞 창고 건물을 보러 갔다가 ‘부산스러운’ 풍경에 반했어요. 거칠고 낡은 항구의 모습이 진짜 부산 아닐까 싶었죠. 커피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으니 여기에 피란민을 받아들인 환대와 포용의 마음을 잇는 공간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모모스커피는 전 매장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고요. 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행복하려면 늦게까지 열어야 하고,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려면 일찍 문을 닫는 게 좋잖아요. 그 사이에서 고민하다 커피의 본질이 정신을 깨우는 음료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기로 결론 냈어요. 바리스타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죠. 부산 외 지역 분들도 모모스커피에서 일하고 싶어 할 것 같아요. 저희 구성원의 80퍼센트가 타지 사람이에요. 부산 지역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청년 유출이잖아요. 만약 우리가 좋은 회사가 되면 청년 유입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로컬 브랜드로서 모모스커피의 꿈이 있다면요? 부산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이유가 됐으면 좋겠어요. 온천장 본점부터 마린시티점, 도모헌점, 그리고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까지 각 매장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브랜드요.

주소 부산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영업시간 08:00~18:00


부산의 공간

1 창밖으로 부산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번루.

문화를 입은 시장 관사
도모헌

새로운 부산을 함께 도모하는 시민을 위한 집, 도모헌입니다.” 김보경 공간 해설사는 40년 만에 복합 문화 공간으로 돌아온 옛 부산 시장 관사, 도모헌을 이렇게 소개한다. 도모헌은 ‘걷고 머물고 기억하다’를 주제 삼아 산보하기 좋은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입구에서 정원까지 근사한 산책로를 조성했고, 정원에는 앉아서 쉬기 좋은 잔디밭과 연못을 만들었다. 소풍 나온 마음으로 즐기라는 뜻에서 정원 이름은 ‘소소풍’으로 지었다. 본관 1층, 전시회가 열리는 라운지 이름도 소소풍이다. 소소풍 라운지 옆에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지만, 커피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면 더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정원 너머 광안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라운지 ‘번루’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번루는 머무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공간이다. 번루 뒤편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공간에 조성한 계단식 강연장 ‘다할’에서는 부산에 대한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2층에는 번루와 다할 외에도 회의를 할 수 있는 콘퍼런스 룸 ‘취람’과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좋은 미팅 룸 ‘두록’이 자리한다. 두록 옆으로 이어지는 발코니도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도모헌을 찾은 날, 테라스로 나가자 때마침 시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원에선 유치원생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소풍 나온 것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도모헌에서는 누구나 느긋하게 공간을 향유할 일이다. 이 공간에 깃든 이야기를 더 알고 싶다면 하루 세 번 진행하는 공간 해설 투어에 참여해도 좋다.

주소 부산시 수영구 황령산로7번길 60
영업시간 화~금, 일요일 10:00~18:00 / 토요일 10:00~21:00
공간 해설 투어 11:00, 14:00, 16:00(홈페이지 및 현장 접수)


부산의 술

1 부산 프라이드 브루어리에서 생산한 로컬 맥주.

마-이 맛이 부산 맥주 아이가
프라이드 브루어리

KTX를 타고 부산을 찾는 여행자들이 부산역 편의점에서 기념품처럼 사는 맥주가 있다. 파도처럼 거세고 투박한 부산 사투리 ‘마!’를 브랜드명으로 삼은 로컬 맥주가 그 주인공. 굳이 표준어로 바꾸자면 ‘야!’와 비슷한 ‘마!’는 부산 사람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오고, 여행자에겐 재미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시리즈는 ‘마! 라거’ ‘마! 흑맥주’ ‘마! 허니라거’ 3종으로, 2019년부터 프라이드 브루어리에서 만들고 있다. 프라이드 브루어리는 ‘퍼지네이블 바’와 ‘카사 부사노’ 카페를 운영해 온 (주)문화의물결 FNC가 부산의 자긍심을 담은 수제 맥주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기장에 설립한 양조장이다. 지난 5년간 주류 업계에서 쌓아 온 경험을 살려 맥주를 양조해 바텐더의 레시피를 반영하고, 기장 특산물을 활용한 수제 맥주를 만들어 지역색을 살리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맥주가 ‘애프터’와 ‘마! 허니라거’다. 열대 과일 향이 돋보이는 IPA ‘애프터’는 비트로 붉은색을 내 마치 칵테일 같다. ‘마! 허니라거’는 부산 기장 문정농원의 아카시아 꿀을 사용해 시트러스한 홉과 천연 벌꿀의 풍미가 달콤한 조화를 이룬다. 부산 프라이드 브루어리 맥주는 부산역 편의점 외에 롯데마트, CU 주류 특화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2 기장에 자리한 양조장.

Interview

박용수 프라이드 브루어리 대표

로컬 수제 맥주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4세에 퍼지네이블이라는 바를 창업했어요. 올해가 23년째네요. 바 운영으로 다양한 주류 문화를 경험하면서, 부산의 고유한 맛과 이야기를 담은 로컬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어요. 부산의 고유성을 강조하려고 브랜드명도 사투리로 만든 건가요? 맞아요. ‘마!’ 맥주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문장으로 하면 ‘마! 이 맛이 부산 맥주 아이가’예요. 영어로 MA는 ‘Malt’와 ‘Aroma’의 이니셜로 맥주의 품질과 풍미를 상징하는 의미를 더했고요. 디자인에도 부산 로컬 맥주의 색을 더하기 위해 광안대교의 낮과 밤 이미지를 담아냈습니다. 양조장을 기장에서 운영하는 이유는요? 기장만큼 물과 공기가 맑고, 해운대 같은 관광지와 가까운 지역이 또 어디 있겠어요. 도심과 가까우니 물류 측면에서도 편하고요. 여러모로 기장이 양조장을 운영하기에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마!’ 맥주가 부산으로 여행 오는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맥주 바와 숙소가 함께 있는 스테이를 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주소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동서길 84-2


부산의 시장

1 힙한 가게가 속속 들어선 광안종합시장.

찐 로컬과 뉴 로컬의 만남
광안종합시장

1974년에 문을 연 광안종합시장은 쌀집, 방앗간, 과일 가게 등 동네 주민들이 장을 보는 소박한 시장이었다. 몇 해 전부터 시장 골목에 카페와 베이커리, 레스토랑이 슬금슬금 들어서며 시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골목 안에서 익숙한 발걸음으로 장을 보는 동네 주민과 여행 가방을 끌고 보물찾기하듯 가게를 기웃거리는 여행자가 공존한다. 변화의 시작은 50년 된 쌀집 ‘진양농산’ 맞은편에 문을 연 감각적인 카페 ‘타타 에스프레소 바’였다. “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강의를 하며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예를 보여 주고 싶어서 상권이 없는 곳을 찾다가 건어물 가게 자리에 에스프레소 바를 열게 됐어요.” 노련한 손길로 커피를 추출하며 최혁진 대표가 건네는 말이다. 타타 에스프레소 바 맞은편 ‘신도마켓’은 1975년 부산에서 아홉 번째로 문을 연 정육점 신도축산물유통의 스토리에 이끌려 광안종합시장 골목에 둥지를 틀었다. 정육점 자리엔 신도마켓이란 이름으로 정육점을, 신도축산물유통이 쓰던 냉동 창고는 ‘신도랩’이라는 4인 정원의 작은 스테이크 바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골목에는, 문을 여는 날은 며칠 안 되지만 문만 열면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홈메이드 케이크 숍 ‘무구 디저트’가 자리한다. 무구 디저트 건너편에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 왔다가 이 골목의 감성이 좋아 아예 이사해 온 두 디자이너의 공방 ‘스튜디오 뿔’이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광안종합시장 부산시 수영구 무학로49번길 71
타타 에스프레소 바 10:00~19:00(화요일 휴무)


부산의 항구

1 물양장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항구의 삶은 예술이 되어
깡깡이예술마을

“그림 예쁘지요? 브라질 화가가 그렸다 아입니꺼.” 부산 영도구 깡깡이예술마을 안 쌈지공원에서 만난 마을 주민이 건넨 말이다. 쌈지공원 벽을 알록달록하게 채운 제 팔리토의 ‘경외로운 자연’이 골목 안까지 화사하게 이어졌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골목 안 벽화를 둘러보다 바다가 일렁이는 항구로 나서니 수리 조선소와 공업사, 선박 부품업체가 늘어서 있다. 여기가 한국 근대 조선 산업의 발상지이자, 1970~1980년대에는 선박 수리의 메카였던 대평동이다. 지명은 대평동이지만 ‘깡깡이예술마을’로 통한다. 깡깡이예술마을은 녹슨 배의 표면을 벗겨 내는 망치질 소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배가 한 척 들어오면 30명씩 아슬아슬한 줄에 매달려 여기서 깡깡, 저기서 깡깡, 망치질로 배에 달라붙은 해조류와 조개껍데기를 떼어 냈다. 이 일을 하던 중년 여성들은 ‘깡깡이 아지매’라 불렸다. 가족을 위해 고단한 일도 마다하지 않던 깡깡이 아지매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라는 벽화가 되어 남아 있다. 깡깡이예술마을 건물과 골목에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색과 그림을 입힌 덕에 항구의 삶은 현재와 소통하는 예술이 되었다. 깡깡이 아지매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은 수리 작업 기구와 각종 선박 관련 용품 등을 전시해 놓은 깡깡이생활문화센터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말에 이곳을 여행한다면 마을 해설사와 함께하는 마을 투어에 참여하거나, 깡깡이 유람선을 타고 대평동 수리 조선소 일대를 돌아볼 수도 있다.

깡깡이안내센터 부산시 영도구 대평북로 36 / 깡깡이생활문화센터 부산시 영도구 대평로27번길 6
마을 투어 주말 14:20 / 깡깡이 유람선 주말 13:00, 14:00, 15:00


부산의 브랜드

1 주택 여섯 채를 리모델링해 마을처럼 꾸민 아레아식스.

로컬 브랜드의 재발견
아레아식스

1953년 영도에서 탄생한 삼진어묵은 ‘어묵 베이커리’라는 어묵 문화를 만들어 낸 로컬 브랜드다. 어묵 베이커리는 다양한 어묵을 베이커리처럼 진열해 고를 수 있게 꾸민 매장이다. 장인 정신에 트렌드를 더해 리브랜딩에 성공한 삼진어묵이 영도 본점 옆에 ‘아레아식스(AREA6)’를 열어 로컬 브랜드의 스토리를 재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아레아식스의 콘셉트는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 골목’. 주택 여섯 채를 리모델링해 가운데 중정을 두고 마을처럼 꾸민 로컬 컬처 플랫폼이다. 아레아식스에서 만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는 송월타올, 머거본, ㅊㅂㅊㅂ. 1949년 부산에서 시작한 송월타올은 캐릭터 ‘타올쿤’을 내세우는 한편 부산의 바다와 도시, 랜드마크를 컬러와 아이콘으로 표현한 ‘부산 에디션’을 소개해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1989년 부산에서 시작한 ‘머거본’은 톡톡 튀는 감성이 돋보이는 스토어에서 칼몬드 등 다양한 견과류와 레트로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한다. ‘칠하고 바르고 칠하고 붙이고’라는 뜻의 조광페인트와 롤드페인트의 컬래버레이션 매장 ‘ㅊㅂㅊㅂ’도 흥미롭다. 부산에서 페인트 제조를 기반으로 성장한 조광페인트와 창의적인 패턴과 컬러의 마스킹 테이프를 만드는 롤드페인트가 부산의 색과 무늬를 담은 커스텀 페인트와 마스킹 테이프를 선보인다. ㅊㅂㅊㅂ 옆 그로서리 스토어 ‘롤로와’에선 부산사이다, 자갈치 아지매 등 개성 있는 로컬 제품을 판매한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영업시간 10:00~18:00(월요일 휴무)

부산의 밤

1 밤이면 더욱 화려하게 변신하는 북항 친수공원 산책로.

부산역 뒤
북항 친수공원

부산의 숨은 야경 명소를 찾는다면 북항 친수공원으로 가 보자. 부산역 2층과 연결된 공중 보행교를 따라 걷다 보면 바다와 도심이 어우러진 북항 친수공원에 닿는다. 부산항 해안과 맞닿은 북항 친수공원은 국내 첫 항만 재개발로 조성한 공원이다. 바다와 이어진 수로 옆으로 산책로를 조성해 러닝을 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장소로 꼽힌다. 해 질 녘부터는 야경을 감상하기 좋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드넓은 공원을 밝히면, 붉게 물든 하늘과 용두산타워, 부산역, 그리고 수로에 비친 다리의 반영이 몽환적인 풍경을 빚어 낸다. 밤이 깊을수록 LED 조명이 선명하게 빛나고, 수로는 찬란한 빛으로 물든다. 녹색에서 푸른색, 푸른색에서 다시 붉은색으로 변하는 불빛에 시시각각으로 눈이 즐겁다. 이곳에선 수로에 놓인 제2보도교 너머로 영도 청학동과 남구 감만동을 잇는 3368미터의 부산항대교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부산항대교에 불이 켜지는 시간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다.

2 형형색색 조명을 밝힌 북항 친수공원 너머로 부산항대교가 보인다.

주소 부산시 동구 이순신대로 164
영업시간 05:00~24:00
야경 명소 오페라브리지 위에 서면 제3보도교와 제2보도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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