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MADE IN TAEBAEK

2026년 01월 01일

  • writer 우지경(여행 칼럼니스트)
  • photographer 김은주

한국철도공사와 함께하는 인구 감소 지역 여행 프로젝트

태백의 여행 안내소

베이크우드 2층은 우드리즘 공방 겸 체크인-태백의 홍보관으로 쓰이고 있다.
태백을 찾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명소가 된 베이크우드 카페.

베이크우드 & 체크인-태백

로컬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어떻게 하면 지역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일하며 살아갈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태백 시내 중심에 둥지를 튼 게스트 하우스 베이크 우드스테이와 목공 카페 베이크우드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이곳을 이끄는 사람은 강원랜드 목공예 사내 벤처 ‘우드리즘’을 운영하던 김봉희 대표. 베이크우드에서는 청년들과 함께 개발한 카펜터 라테와 우드리즘에서 만든 원목 소품도 판매한다. 베이크우드스테이에서는 태백 청년을 대상으로 한 ‘힐링캠프’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최근에는 여행자와 로컬을 잇는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자 베이크우드 내에 태백 여행 안내소 ‘체크인-태백’을 열었다. 체크인-태백에서 제공하는 여행 팁은 무궁무진하다. 지도는 물론, 태백의 다양한 공방과 로컬 브랜드를 소개해 준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지금 태백 접속 중’이란 글귀가 적힌 우드 태그에 이름과 날짜를 각인해 준다. 나아가 태백 문화와 스토리가 담긴 여행 상품 ‘팔레트 태백’도 널리 알리는 중이다. 팔레트 태백은 ‘나의 색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콘셉트로 하늘과 가까운 고원 도시 태백의 특색을 살려 은하수 전문 사진작가가 동행하는 은하수 산책, 한옥을 개조한 티룸 ‘안녕 소옥’에서 진행하는 티 테라피 등 로컬과 함께하는 여행 상품이다. 태백 여행을 시작하기 전 체크인-태백에서 얻은 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황지로 204-1
문의 033-554-0515

interview

이수미 체크인-태백 매니저

체크인-태백은 어떤 곳인가요?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하는 마을 특성화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만든 곳입니다. 단순한 여행 안내소가 아니라 여행자와 지역 청년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죠. 태백을 처음 찾는 여행객이 이곳에서 여행 코스를 추천받고,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아 지역 상권을 여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아날로그로 만들어 주는 것이 흥미로워요.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나무로 제작해 여행자 이름과 여행 온 날짜를 각인해 드리는데, 반응이 좋아요. 태백 방문을 인증하듯 사진을 찍어 SNS에 많이 올리죠. 디지털 관광주민증의 QR코드를 제시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로컬 상점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여행 상품도 소개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에서 소리를 들으며 걷는 사운드 워킹은 ‘힐링이 된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저도 별을 보러 가는 은하수 산책에 참가했는데, 태백의 밤하늘이 환상적이더라고요. 올해에는 더 알차고 다양한 로컬 여행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태백의 서점

주택가에 자리한 시시한 책방 외관.
책으로 이루어진 아치형 문 안으로 들어서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시시한 책방

태백의 인문학 아지트
시시한 책방은 태백 주민들의 인문학 공동체 ‘인향만리’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다. 이름은 시시한 책방이지만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결코 시시하지 않다. 나만의 책 만들기, 필사 모임, 시 낭송이 있는 저녁 등 책 관련 모임은 물론 싱잉볼 체험, 음악회 같은 특별한 이벤트도 연다.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태백의 역사, 문화, 지리, 환경, 생태 자원 등을 다룬 지역 교과서 <최고야 태백>을 펴내기도 했다. 시인, 간호사, 농부, 요리사 등 인향만리 회원들의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무궁무진하다. 회원들은 돌아가며 책방지기 역할도 한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공간인 만큼 서가에 꽂힌 책의 수준도 예사롭지 않다. 아예 책 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서점에서 운영하는 북스테이 ‘시시한 스테이’를 이용해도 좋다. 와이파이나 TV 없이 오직 책에 집중하기 좋은 공간에서 책과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이곳에 머물다 보면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서학1길 110-1
문의 0507-1460-1413

태백의 역사

언뜻 폐업한 가게처럼 보여도 안에는 철암탄광역사촌의 전시관이 숨어 있다.
호남수퍼 안에 재현한 1970년대 철암의 가정집.

철암탄광역사촌

석탄 산업 호황기의 추억
1970년대 석탄 산업 호황기에 철암은 광부들에게 막장으로 향하는 위험한 일터이자 고임금이 보장된 기회의 땅이었다.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였다. 현재 광부들은 떠났지만 호남수퍼, 봉화식당, 한양다방 등이 빛바랜 간판을 내걸고 철암을 지키고 있다. 철 지난 노포 같지만 석탄 산업과 광부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철암탄광역사촌이다. 호남수퍼 안에는 그 시절 선술집과 마을 골목, 가정집 풍경이 펼쳐진다. 경북식당에서는 미니 연탄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석탄 가루를 연탄 틀에 넣고 망치로 톡톡 두드리면 구멍 뚫린 연탄이 완성된다. 신설교 위를 걸어 철암천변을 건너면 아이를 등에 업고 손을 흔드는 아내와 가족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광부의 뒷모습이 포착된다. 철암천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은 모두 까치발 건물이다. 광부는 늘어나는데 집은 부족해 하천 바닥에 까치발이라 부르는 지지대를 설치하고 주거 공간을 확장해 지층에 사람이 살았다. 철암천변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삼방동 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광부 아버지와 아들 조형물 너머로 철암역과 연결된 선탄 시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선탄 시설은 장성광업소에서 지하 터널로 보낸 원탄을 가공해 화물차에 싣던 곳이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동태백로 402
문의 033-582-8070

태백의 자연

함태탄광의 흔적이 남지 않은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숲 입구에 서 있는 광차를 배경으로 하는 포토존.

황지연못 &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강의 첫 숨과 숲이 된 폐광
고원 도시 태백의 자연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차가운 겨울에도 태백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황지연못에서는 날마다 5000톤의 물이 솟아오른다. 카르스트지형이다 보니 비와 눈이 석회암 틈을 따라 지하로 흘러들어 황지연못에서 용출되는 곳이 바로 낙동강의 발원지다. 황지연못에서 솟은 맑은 물줄기는 자연이 만든 석문, 구문소를 거쳐 경북 안동과 대구를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검은 탄가루로 뒤덮인 탄광이 사라진 자리에는 순백의 자작나무 숲이 들어섰다. 태백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이야기다. 태백시는 1998년 폐광한 함태탄광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어 순백의 자연을 입혔다. 하이원태백복지관 옆 언덕길을 따라 30분 남짓 걷다 보면 울창한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다. 입구에 놓인 광차가 이곳이 탄광이 있던 자리임을 짐작케 한다. 탄광 시절 육교를 쉼터로 개조한 아리아리교를 건너 빽빽한 자작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의 속삭임만이 귓가에 맴돈다. 지지리골 숲길 트레킹을 하다 보면 석탄을 실은 차들이 달리던 운탄고도 1330 6길도 만나게 된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황지연못길 12(황지연못), 지지리골길 17(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문의 033-550-2111(황지연못)

태백의 맛

문곡역 1962

추억의 한우 연탄구이
태백의 한우 연탄구이는 탄광 도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태백이 탄광 도시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광부들은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 내려고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날리곤 했다. 태백에 연탄구이 식당이 많은 이유다. 그중 문곡역1962는 옛 기차역 자리에서 한우 연탄구이를 파는 이색 식당이다. 함태탄광과 가까운 문곡역은 1962년 개통 이래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열차가 정차하던 역이었다. 인근 상장동 사택촌에 사는 광부와 태백산 등산객도 즐겨 찾았다. 석탄 산업이 쇠락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문곡역은 2009년에 폐역이 됐다.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는 역에 숨결을 불어넣은 이는 이지영 문곡역1962 대표다. 그는 문곡역을 태백의 역사와 미식을 전하는 플랫폼으로 변모시켰다. ‘타는 곳’ 팻말이 붙어 있는 대합실은 식사 전후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문곡역의 사무실은 한우 연탄구이를 파는 식당으로 꾸몄다. 한우 갈빗살이나 안창살을 주문하면 한자로 태백산 글자가 새겨진 송이버섯을 함께 내는데 태백산 정상의 비석을 똑 닮았다. 질 좋은 태백 한우를 숯불보다 화력이 센 연탄불에 구우면 육즙이 샐 틈 없이 꽉 차 극강의 고소한 맛이 난다. 문곡역1962의 또 다른 시그너처 메뉴는 김치볶음밥. 네모난 도시락에 담은 연탄 모양 김치볶음밥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 겨울, 연탄불 곁에 둘러앉아 오손도손 온기를 나눠 보면 어떨까.
주소 강원도 태백시 상장로 61
문의 0507-1362-9048

태백의 동물 농장

꽃사슴들이 목장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초록뿔언덕 카페 내부.

초록뿔언덕 사슴목장

사슴과 교감하는 놀이터
“사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곳에 사람들이 잠시 들어와서 교감할 수 있어요.” 대를 이어 초록뿔언덕 사슴목장을 운영하는 이상봉 대표의 말이다. 이곳에는 무려 200여 마리의 꽃사슴이 살고 있다. 청청한 기운이 감도는 30만 제곱미터 고원에서 마음껏 뛰노는 꽃사슴 무리가 인상적이다. 초록뿔언덕 사슴목장은 30년 전인 1990년대 중반부터 방목 사육을 고수했다. 스트레스 없이 자란 사슴의 녹용을 팔기 위해서였다. 대학생 시절부터 목장에서 일하며 가업을 이어받은 이 대표는 목장에 관광을 접목시키기 위해 방목 사육에서 방목 생태 축산 목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태백을 찾은 여행자가 자연 방목하는 꽃사슴을 볼 수 있도록 방목지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언덕 위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목장에서 여유롭게 쉬어 갈 수 있도록 2023년엔 초록뿔언덕 카페도 오픈했다. 삼면을 유리로 마감해 초원에서 뛰노는 꽃사슴이 생생하게 보인다. 말차크림라테에 사슴뿔 모양 스푼을 꽂은 초록뿔라테와 쌍화차에 녹용이 들어간 쌍용차 등 메뉴에도 사슴 농장의 정체성을 담았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귀여운 꽃사슴을 눈에 담는 일은 초록뿔언덕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오후 3시, 먹이 주는 시간에 목장을 걸으면 더욱 가까이서 꽃사슴과 눈을 맞출 수 있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고원로 369
인스타그램 @greenppul_deer

interview

이상봉 초록뿔언덕 사슴목장 대표

사슴 목장에서 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애초에 농장을 방목 생태 축산과 관광이 모두 가능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체험형 농장으로 자리 잡으려면 휴식 및 식음 공간이 필요했죠. 2021년 ‘사슴을 볼 수 있는 카페’라는 콘셉트로 산책로를 조성하고 차근차근 베이커리 카페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모든 게 처음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아내는 제빵을 배우며 초록뿔언덕 카페에 어울리는 메뉴를 개발했어요. 관광객은 물론, 태백 시민의 반응도 좋아요. 초록뿔언덕 카페가 시민이 언제든 부담 없이 들르는 카페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일본 나라현의 사슴 공원처럼 만들고 싶어요. 무리에서 이탈한 사슴 ‘소금이’를 인공 포육했더니 강아지처럼 저만 졸졸 따라다녀요. 소금이처럼 사람과 교감하는 사슴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태백의 예술

옛 갱도를 활용한 전시관 ‘기억을 품은 길’.
LED 조명으로 밝힌 터널 전시관.

통리탄탄파크

전시관으로 변모한 갱도
태백산 자락에 자리한 통리탄탄파크는 폐광한 한보탄광을 산업 유산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예술로 승화시킨 공간이다. 깊고 어두운 갱도 두 곳이 터널형 전시관 ‘기억을 품은 길’과 ‘빛을 찾는 길’로 탈바꿈했다. 갱도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기억을 품은 길’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하고 고요한 공기가 감돈다. 안전모를 쓰고 석탄을 캐러 가던 광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밝은 LED 조명과 인터랙티브 작품이 폐광의 어둠을 화려한 색과 움직임으로 채운다. ‘기억을 품은 길’ 전시관에는 탄광이 생기기 전 고생대 화석의 보고인 태백의 땅속 풍경이 벽화로 조성되어 있다. 363미터 길이의 ‘기억을 품은 길’ 밖으로 나오면 산책로인 천산 고도가 약 1킬로미터 뻗어 있다. 산책로 중간에 태백산 자락이 내려다보이는 탄탄카페가 있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다. 산책로 끝은 전시관 ‘빛을 찾는 길’로 이어진다. 갱도 안은 어둠을 걷어 내고 다채로운 빛과 인터랙티브 영상이 펼쳐지며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여정이 시작되는 듯하다. 613미터 길이의 갱도라는 제한된 공간이 빛의 효과를 극대화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소 강원도 태백시 통골길 116-44
문의 033-806-5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