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IP
서울 은평구 연신내는 수도권 전철 3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연신내역 일대를 일컫는다. 행정구역은 불광동이지만 연신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린다. 이는 불광천의 옛 이름인 연서천에서 유래했다. 은평구의 큰 개천에서 마을명을 가져온 연신내가 은평구의 교통 중심지가 된 건 필연이었으리라. 최근에는 연신내 골목 곳곳에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가 생겨났는데, 다른 지역에서 경력을 쌓고 고향인 연신내로 돌아온 이들의 공간이 많다. 마실 가듯 불광천을 따라 연신내 나들이를 해도 좋겠다.
이피플라츠
메뉴 스페인 풀포 2만 7000원 마르게리타 피자 1만 8000원 프렌치 토스트 9000원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25길 6-7 문의 070-8820-7650
이피플라츠_주택가에서 붉은 벽돌 옷을 입은 ‘이피플라츠’를 마주한다. 외관에 카페, 브런치, 와인, 술, 픽업 등 여러 단어가 적혀 있어 어떤 정체성을 지닌 공간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 가지 성격으로 정의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부부인 배민영 실장과 정우연 대표가 말을 건넨다. 토박이인 정 대표의 의견을 따라 연신내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살아갈수록 지역에 애정이 생겼다. 동네 사람 누구나 편하게 들르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이피플라츠’라는 상호를 지었다.
이피는 은평구의 영어 머리글자, 플라츠는 독일어로 ‘공간’을 의미한다. ‘은평의 공간’ 이피플라츠의 지하는 보틀 숍, 1층은 베이커리 카페, 2층은 다이닝 공간으로 기능하는데, 때때로 전시도 연다. 부부가 은평구 대조동에서 운영한 보틀 숍에서 만난 지역 예술가, 은평문화재단 직원들과 연이 이어진 덕분이다. 파티시에와 셰프도 손님으로 왔다가 이곳 직원이 됐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피플라츠의 대표 메뉴인 문어 요리 ‘스페인 풀포’를 맛본다. 질긴 식감을 줄이고자 엄선했다는 스페인산 문어가 부드럽게 씹힌다. 무엇보다 피망으로 만든 소스가 문어와 스페인 소시지를 잘 어우른다. 토마토의 풍미와 바질의 조화가 돋보이는 ‘마르게리타 피자’까지 맛보니 더는 지체하기 어렵다. 와인을 곁들일 수밖에. 정다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라니, 자꾸만 놀러 오고 싶다.
이피플라츠 대표가 추천하는 연신내 미식 공간
연신내역에서 수도권 전철 6호선으로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구산역에 닿아요. 그곳의 돼지고기구이 전문점 ‘옥탑방’을 자주 찾습니다. 짚불에 구워 고수와 함께 먹는 고기가 별미랍니다.
ΥΜ커피하우스
메뉴 둔켈 6500원 비엔나 6500원 퍼지 브라우니 4300원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29길 21-8 문의 070-7767-0829
YM커피하우스_막다른 골목, 육중한 대문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안으로 들어서면 문밖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잔잔한 조명 아래 두 개의 긴 테이블 사이로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의 손을 따라간다. 마치 관객이 공연을 감상하듯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될 때까지 넋 놓고 바라본다. 커피가 주인공인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는 조용민 대표가 의도한 대로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커피에 입문했다. 유명한 카페에서 일하면 금세 노하우를 깨달으리라 생각했지만, 커피는 어려웠다. 핸드 드립을 배운 뒤 커피 한 잔을 손님에게 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조 대표는 자세를 바꿨다. 한자리에서 70년 동안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진지해지기로.
로스팅을 비롯해 커피를 계속 공부한 이후 고향인 연신내로 돌아왔다. 나고 자란 곳이니 상권 이해도가 높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을 개조하면서 그가 꿈꾸는 매장을 실현했다. 틈틈이 떠난 유럽 여행에서 늘 쉼과 위로를 주던 성당의 모습을 군데군데 녹였다. 목재 인테리어와 거대한 문이 그 결과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찬찬히 음미한다. 시그너처인 ‘둔켈’은 홍차와 커피를 배합한 음료로, 홍차의 향긋함과 커피의 씁쓸함이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보드라운 크림을 얹은 ‘비엔나’ 커피와 생초콜릿처럼 입안에서 녹는 ‘퍼지 브라우니’에 미소가 번진다. 커피가 주는 마음의 여유를 만끽한다.
YM커피하우스 대표가 추천하는 연신내 미식 공간
오삼불고기 맛집 ‘연수식당’을 추천합니다. 진정한 현지인 맛집이랄까요. 주변 지인들이 꼽는 식당이기도 해요. 통통한 오징어와 고기가 살짝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없답니다.
주다
메뉴 연어를 주다(160g 기준) 1만 8000원 참나물 파스타 1만 6000원 소고기 샐러드 1만 6000원
주소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83길 17-16 문의 02-353-2030
주다_오후 5시가 되어서야 ‘주다’는 일과를 시작한다. 주광색 불빛이 가게를 밝히면 하나둘 손님이 찾아온다. 대개 홀로 술잔을 기울이거나, 두세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심야 식당 주다의 풍경이다. 이 식당은 호텔과 레스토랑 셰프 출신인 김우리 대표가 꾸렸다. 우연히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고 창업을 다짐했다. 영화 속 인물처럼 진정으로 즐기며 재미있게 요리하고 싶었다. 주다의 음식은 김 대표가 평상시 좋아하는 것들인데, 공통분모는 ‘건강’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실은 건강 염려증이 있어요. 매일 불광천을 7킬로미터씩 달리는 건 물론 영양제도 챙겨 먹어요. 그런 만큼 건강한 음식으로만 메뉴를 구성했습니다.” 김 대표가 겸연쩍게 웃는다.
메뉴 ‘연어를 주다’는 호텔에서 익힌 유럽식 숙성 연어 요리인 그라블락스를 변형했다. 감칠맛이 뛰어나지만 과한 짠맛이 아쉬웠기에 염도를 조절했다. 두께도 도톰하게 바꿨다. 접시 가득 나온 다양한 연어 부위 가운데 뱃살부터 먹는다. 부드럽고 달다. 살짝 구운 등살은 고소함이 배가된다. 그가 집에서 해 먹던 음식을 메뉴로 개발한 것도 있다. ‘참나물 파스타’가 그렇다. 직접 만든 참나물 페스토가 핵심이다. 은은한 참나물 향취가 감돌아 계속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편안함과 기쁨과 위로를 주겠다는 의미의 상호처럼 미식이 준 즐거움에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주다 대표가 추천하는 연신내 미식 공간
연신내 근처 응암역에 있는 타이 음식점 ‘아로이 타이’를 소개하고 싶어요. 타이 음식을 좋아해 많은 식당을 가 봤지만, 이곳은 현지에서 먹었던 맛과 같다 느꼈어요. 홀도 넓어서 쾌적해요.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