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현지 축제를 맞닥뜨린다면 그 도시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곳의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어둑한 밤에도 촛불이 거리를 밝혀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맘때 과나후아토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주황색 골드메리 꽃길을 따라 죽은 자가 산 자의 세계로 넘어온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오프렌다스(ofrendas)라 불리는 제단. 꽃과 촛불, 푸짐한 음식과 해골 모양 사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생전 사진까지. 멕시코 사람들은 이 물품을 제단에 놓아야만 죽은 자가 이승에서 가족을 조우하리라 믿는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멕시코 전역에서 기념하는 명절인 ‘죽은 자들의 밤’이다. 애니메이션 <코코>의 주된 이야기가 이 명절을 바탕으로 한다. 과나후아토는 영화 속 사후 세계의 배경이 된 도시다.
피필라 전망대에 오르자 그 이유를 단번에 이해한다. 발아래 알록달록한 주택이 펼쳐진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인상적인데, 이 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도시 이름은 선주민인 타라스코족의 언어 중 ‘개구리의 언덕(Quanax-juato)’에서 유래했다. 개구리가 울던 조용한 언덕은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던 시기 은광을 발견해 변곡점을 맞이한다. 광산을 따라 발전한 도시이니만큼 광산이 가져다준 부유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의 도시 문화가 느껴지는 후아레스 극장에 들렀다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우니온 정원에서 휴식하며 그 시절 번성한 모습을 그려 본다. 10월, 이곳에서는 <돈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를 기념하는 종합 예술 축제 ‘세르반티노 인터내셔널 페스티벌’도 열린다. 산 자와 죽은 자, 은광의 영광, 종합 예술 축제 등 많은 것이 공존하는 과나후아토. “Seize the moment.” 영화 <코코>의 대사처럼 순간을 행복하게, 충실히 살아가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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