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이 낭만적인 이유는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에 있다. 기차는 철로 위를 달리며 빌딩과 건물, 마을과 집을 지나치고 때로는 강이나 바다를 경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시름을 잊는다. 미국 네바다주의 엘리는 기차 여행에 적합한 도시다.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옛 기관차를 타고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14일 엘리에서는 여행자에게 색다른 체험을 안길 기차가 기다린다. 1909년 제작한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여러 옛 기관차를 현재까지 운행하는 네바다 북부 철도의 일식(日蝕) 열차다. 여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육중한 기차가 여행자를 맞는다. 이른 아침 엘리에서 출발한 이 기차는 남쪽 키스톤으로 향한다. 이제 특수 안경을 낄 차례.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아도 안전한 일식 관측용 안경이다. 하늘에 금빛 고리가 어른거린다. 일시적으로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멀어지고,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가까워지면서 달이 태양보다 조금 작아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달이 태양의 테두리를 마저 다 가리지 못해 ‘금가락지’가 나타난다. 단 3분 29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나 특별해서 영원처럼 느껴진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눈에 담고, 또 가슴에 새긴다.
1859년 은광이 발견된 이후 ‘실버 스테이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도시에서 은 말고도 반짝이는 것이 있다.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그레이트베이슨 국립공원은 지난 2016년 국제밤하늘공원으로 지정됐다. 네바다 북부 철도가 운행하는 스타 트레인에 오르면 이 공원의 밤하늘을 기차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엘리에서 오후 7시 15분에 출발하는 기차는 인공조명이 없어 어스름한 철로를 달린다. 해가 지고 난 뒤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한다. 그야말로 별 헤는 기차 여행이다.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은하수도 만난다. 별하늘을 바라보는 이 순간, 역시 행복은 별것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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