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무심히 밖을 내다봤더니 생경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도시가 스타방에르라면, 당장 눈앞에 호젓한 브레이아바트네트 호수와 알록달록한 외벽의 노르웨이 전통 가옥이 아물거린다면 날뛰는 심장을 좀처럼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다.
이 짜릿한 상상을 밀어붙인 TV 여행 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의 한 장면을 불러오기로 한다. 각양각색 캠퍼 4인방은 오슬로에서 송네피오르, 플롬, 오다를 거쳐 노르웨이 남서쪽에 자리한 스타방에르에 다다른다. 누구랄 것 없이 달뜬 표정으로 구시가지 감레 스타방에르를 거닐던 이들은 북유럽 신화 속 괴물 트롤 인형과 손 인사를 나누고, 온갖 해산물이 펄떡이는 항구 주변 생선 가게에서 저녁으로 먹을 연어 한 마리를 산 뒤 18세기에 지은 목조 건물 250여 채가 늘어선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며 북국의 낭만을 만끽한다.
이따금 맞닥뜨리는 벽화 앞에선 꽤 오랜 시간 머문다. 폐품을 활용하거나 그을린 벽면을 그림 요소로 차용하는 등 도시의 친환경적인 면모와 문화적 정체성이 유쾌하고 멋스럽게 드러나 있어서다.
감각적인 거리 미술과 신선한 먹거리, 항구의 활기와 황홀한 백야가 넘실거리는 도시를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자연에 몸을 던질 차례다. 프레이케스톨렌, 일명 제단바위라고 부르는 604미터 높이의 장엄한 기암괴석을 등반해 뤼세피오르를 굽어보는 것이야말로 스타방에르 여행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장장 8킬로미터, 5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를 소화해야 하지만 노고가 조금도 헛되지 않다. 무엇보다, 여정 자체로 아름답다. 기나긴 겨울을 보낸 암산 곳곳엔 녹은 눈과 얼음이 만든 호수, 물 웅덩이가 있다. 거울처럼 반듯한 수면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 마음의 정경도 가만히 응시하게 하는 여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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