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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는 강진

때 이른 봄바람과 담청색 바다가 일렁이는 2월, 강진청자축제가 다정한 초대장을 보내왔다. 고운 청자와 맑은 술과 잘생긴 메주를 빚어 낸 땅, 전남 강진으로 떠나야 할 이유다.

UpdatedOn January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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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서서 죽도와 구강포, 만덕산과 월출산을 굽어보았다.
이 너그럽고 순전한 능선을 날마다 마주하는 삶이란, 얼마나 행운인가.

눈 녹는 소리였다. 들을 순 없지만 온 감각을 울리는 대지의 노래. 따뜻하고 흐린 겨울날, 우리는 남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월출산 자락에 는개를 흩뿌리던 구름은 어느새 농토를 적시기 시작했다. 보리 싹이 까까머리처럼 돋아나던 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밤사이 부쩍 자라/ 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졌네”라고 읊으며 바라보았을 보리다. 강진만은 너른 보리밭 너머 아물거렸다. 누군가는 저 담청색 바다를 두고 청자의 비색을 닮았다 했다. 어쩌면 바다를 연모한 도공이 그 빛을 옮겨 빚은 건 아니었을까, 하고 잠시 상상한다. 때 아닌 봄기운이다.

기다리고 있을 테요, 가우도의 봄을

어떤 해일이나 풍랑도 가우도에 한 번, 죽도에 또 한 번 부딪고 나면 한없이 온순해진다. 편안할 강(康), 나루터 진(津). 강진이 ‘편안한 나루터’라는 뜻을 품게 된 건 분명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우도 청자타워 전망대에 서서 죽도와 구강포, 만덕산과 월출산을 굽어보았다. 이 너그럽고 순전한 능선을 날마다 마주하는 삶이란, 얼마나 행운인가. 이곳엔 그처럼 꿈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강진의 여덟 개 섬 중 유일한 유인도인 가우도에는 현재 열네 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이들에게는 생활 터전일 테지만, 가우도는 2015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대상 1호로 꼽힌 이래 강진의 첫 번째 여행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섬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앞서 2013년 저두면과 가우도, 가우도에서 도암면을 잇는 연륙교를 놓고 가우도 출렁다리라 이름 붙인 데 이어 섬을 일주하는 함께해(海)길 산책로 덱을 조성했다. 이 고장에서 나고 자란 시인 김영랑의 동상과 대표작 네 편도 나란히 두었다. 야트막한 동산엔 5000여 장의 청자 타일을 붙인 청자타워 전망대를 지어 올렸고, 전망대 6층에서부터 저두 해안까지 약 1킬로미터 거리를 내리닫는 집트랙을 설치하기도 했다. 2021년 가을에는 드디어 모노레일이 등장한다. 산 정상까지 연장 264미터의 선로를 오르는 코스다. 동시에, 이름이 무색하게 튼튼하던 두 연륙교와 달리 판자를 이어 붙여 걸을 때 진폭을 키운 진짜배기 출렁다리가 개통한다. 그 바람에 기존 가우도 출렁다리는 청자다리와 다산다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강진청자축제가 열리는 2월이 오면 모처럼 모든 다리가 북적북적할 것이다.

한 무리의 여행객을 실은 가우도 모노레일이 다시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가뿐하게 언덕을 넘는다. 금목서와 은목서, 황칠나무를 헤치며 나아가던 객차는 청자타워 전망대 앞에 사람들을 내려놓곤 유유히 길을 돌아선다. 가우도는 지금, 이토록 바지런하게 봄을 준비하고 있다.


강진에서 가까운 기차역은 목포역, 나주역이다.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목포역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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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제51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청자의 탄생을 상징하는 불과 빛을 주제로 화목 가마 불 지피기, LED 소원 풍등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문의 www.celadonfesta.co.kr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제51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청자의 탄생을 상징하는 불과 빛을 주제로 화목 가마 불 지피기, LED 소원 풍등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문의 www.celadonfes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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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제51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청자의 탄생을 상징하는 불과 빛을 주제로 화목 가마 불 지피기, LED 소원 풍등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문의 www.celadonfesta.co.kr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제51회 강진청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청자의 탄생을 상징하는 불과 빛을 주제로 화목 가마 불 지피기, LED 소원 풍등 날리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문의 www.celadonfesta.co.kr

매병의 기묘한 운명, 세월이 흘러도 형형한 비색,
청자를 빚고 향유했을 고려의 풍정. 모든 것이 그저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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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은 청자의 고향이다. 꿈꾸는 듯 오묘한 빛깔, 구름처럼 미려한 무늬를 입은 청자가 강진군 대구면 용운리, 사당리, 계율리, 수동리와 칠량면 삼흥리 등지의 도요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고려 초기부터 후기의 도요지가 고르게 분포한 강진은 고려청자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훑을 수 있는 고장이며, 국보와 보물급 청자 중 절반 이상을 배출한 땅이다. 단단한 흙, 가마터를 만들기 좋은 천혜의 지형, 유통에 유리한 해상 교통로를 확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도공의 예술적 감수성을 벼리는 눈부신 풍광 또한 한몫했을 테다.

불과 빛과 흙으로 빚다, 고려청자

대구면 고려청자 요지 일원은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리는 강진청자축제의 장이다. 청자를 시험 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했던 사당리 23호 요지, 고려 도공의 후예를 만나는 청자 제작 과정 관람실, 청자의 역사와 유통 과정을 미디어 아트로 담아낸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았다면 이제 유물과 전시를 망라한 주 무대, 고려청자박물관을 찬찬히 감상할 때다.

“선명하게 푸른 옥빛이 나니/ 몇 번이나 짙은 연기 속에 묻혔나/ 영롱하기는 수정처럼 맑고/ 단단하기는 돌과 맞먹네”. 고려청자의 미감과 소성 과정을 우아한 언어로 정리한 고려 문인 이규보의 시는 박물관이 방문객에게 건네는 첫 인사다. 기획전 <탐진에서 개경까지-고려청자 보물선>은 2007년 충남 태안반도 인근 해저에서 청자 운반선이 발견된 사건으로 관람의 물꼬를 튼다. 이때 출토된 2만 3000여 점의 청자는 미처 손을 타지 않은 물건이라 표면이 말갛고 형태 또한 온전했다고 한다. “탐진(강진의 옛 이름)에서 서울의 대정 인수에게 사기 80개를 보낸다”라고 쓴 목간, 청자와 함께 수장된 선원의 어깨뼈 등 발굴의 면면이 놀라움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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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박물관 후원에 자리한 청자 제작 과정 관람실은 흙을 물레로 빚는 성형실, 문양을 새기는 조각실, 물레 성형이 불가한 기물을 빚는 상형실로 이뤄진다.

강진은 청자의 고향이다. 꿈꾸는 듯 오묘한 빛깔,
구름처럼 미려한 무늬를 입은 청자가 강진의 도요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가느다란 출수구와 흰 상감 무늬가 섬세한 청자상감모란문정병, 매화와 갈대와 학과 나비를 조화롭게 배치한 청자상감매로학접문사이호 등 전시실을 빛내는 고아한 유물 사이에서 문득 길을 잃었다. 조은정 학예연구사에게 안내를 청했더니, 그는 강진 지역민이 기증한 청자를 눈여겨보라 권한다. “이 매병은 용이 여의주를 중심으로 굽이치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아름답죠? 작천면에서 경지를 정리하다가 발굴한 조각을 모아 복원한 거예요.”

수백 년 만에 세상으로 나온 매병의 기묘한 운명, 세월이 흘러도 형형한 비색, 청자를 빚고 향유했을 옛 강진 사람들과 시대의 풍정···. 모든 것이 그저 찬란해서,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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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 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 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 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 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한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이 나타난다. 하멜의 생애와 조선 땅에 머물던 시절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병영면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로 전시한다. 문의 061-430-3318

병영은 하나의 도시였다.
전라병영성은 주변 50여 개 마을을 관장하는 거대한 군사도시로, 영원할 것처럼 견고하고 융성했다.

우리의 걸음은 이제 대구면에서 병영면으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간다. 그 시절 병영은 하나의 도시였다. 1417년 광산현(지금의 광주)에 있던 전라병영성은 도강현의 치소였던 수인산 아랫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그로써 주변 50여 개 마을을 관장하는 거대한 군사도시가 이루어졌다. 

전라병영성에서 병영양조장까지

설성은 전라병영성의 다른 이름이다. 조선의 초대 병마절도사 마천목 장군이 꿈속에서 계시를 받고, 눈 쌓인 자리를 따라 성곽을 지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한 이 성곽은 1060미터 둘레에 3.5미터 높이, 총면적 9만 3139제곱미터(약 3만 평) 규모를 갖췄다. 과거 성안에는 관아와 객사, 군기고와 하마비, 9개의 우물과 5개의 연못 등이 자리했다고 전한다. 병영면과 작천면 사이에는 한들이라 불리던 너른 땅이 펼쳐졌고, 그곳에서 마을과 병영을 모두 먹여 살릴 식량을 재배했다. 주변엔 자연히 군납품을 사고파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상인도 모여들었다. ‘북쪽엔 개성상인, 남쪽엔 병영상인’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으로 함락되기 전까지 전라병영성은 영원할 것처럼 견고하고 융성했다.

성벽 바깥에는 조금 낯선 모양을 가진 담벼락이 늘어선다. 빗살 무늬 담장을 따라 좁은 고샅이 미로처럼 이어지는데, 이 길을 예부터 한골목길이라 불렀다. 병영면의 다섯 마을을 하나로 꿰는 한골목길의 담을 쌓은 이가 바로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스페르베르호를 타고 일본으로 가던 하멜 일행은 태풍에 휩쓸리면서 조선 땅에 표류해 13년 28일을 머문다. 체류 기간 중 절반이 넘는 7년을 강진에서 지냈으니, 이 땅과의 인연이 꽤 깊다 하겠다. 틈틈이 탈출을 꾀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하멜은 사슴 가죽을 팔거나 담을 쌓는 노역으로 돈을 모았다. 담을 축조할 때 맨 아래 세 단은 큰 돌을 괴어 균형을 맞춘 뒤 위쪽으로는 작은 돌을 비스듬한 형태로 놓고 흙을 켜켜이 발랐다. 만듦새도 좋고 내구성도 높았다.

하멜과의 인연으로 강진군은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린험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지금까지 교분을 나누는 중이다. 지난해 가을 새롭게 단장한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에 가면 그 증거와 맞닥뜨린다. 하멜이 입었을 법한 네덜란드 복식과 배 안에서 썼을 생활용품 등을 호린험시가 하멜기념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 강진군은 이 남다른 우정을 더욱 단단히 이어 나갈 모양이다. 하멜의 이름을 내건 ‘하멜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네덜란드식 수제 맥주 생산 설비를 구축했으니 말이다. 보리와 쌀귀리 등 강진 특산물을 활용해 맛을 낸다기에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기실 강진의 술을 논하려거든, 병영양조장은 맨 앞에 두어야 마땅한 이름이다. 1946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엔 60여 년 세월 동안 술을 빚어 온 김견식 명인이 있다. 올해 86세를 맞은 명인은 여전히 양조장 일을 살뜰히 돌본다. “곡식으로 술 빚지 말라던 시절, 연탄으로 불을 때면서 밤낮없이 일하고 혼자서 일일이 배달을 다니며 지금껏 버텼지요. 허드렛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만큼 고된 일이었어요.” 그 세월을 누군들 헤아릴까.

모진 풍파를 견딘 병영양조장은 병영소주라는 다디단 열매를 맺는다. 강진의 찰보리쌀과 누룩으로 만든 밑술을 3주간 숙성․증류해 만든 병영소주는 202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만큼 맛과 향이 탁월하다. 쌀을 사용하는 여느 소주와 달리 보리의 온화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이니, 일단 한번 맛보고 나면 잊기 어려운 풍미다. 그뿐인가. 햅쌀과 누룩으로 빚은 술을 발효․증류한 뒤 복분자와 오디를 침출해 독특한 향과 빛깔을 내는 병영설성사또주도 빼놓을 수 없는 명주다. 병영면 별미 돼지불고기백반의 단짝, 병영설성생막걸리 또한 이곳에서 생산한다.

그러니까, 그토록 많은 술을 그토록 오랜 시간 빚어 왔다.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살아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누룩을 집어 드는 명인의 손등이 그 지난한 역사를 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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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으로 술 빚지 말라던 시절,
연탄으로 불을 때면서 밤낮없이 일하며 지금껏 버텼지요.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살아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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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앞에서 깨끗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100년을 두고 먹는 게 장이니,
그걸 담그며 사는 사람들의 법도가 엄연하다는 걸 이젠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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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동면 신기마을의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은 기름진 옥토에서 자란 쌀과 콩으로 맛 좋은 장을 담근다. 백정자 명인이 다양한 재료를 버무려 만든 즙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문의 061-434-1616

군동면 신기마을의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은 기름진 옥토에서 자란 쌀과 콩으로 맛 좋은 장을 담근다. 백정자 명인이 다양한 재료를 버무려 만든 즙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문의 061-434-1616

시간과 기다림으로 빚는 장

또 한 명의 빚는 사람을 만난다. 군동면 신기마을의 백정자 명인은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그는 속도에 맞춰 살아간다. “콩 심고 메주 쑤어서 전국 팔도에 파느라 바빴죠. 지금은 그저 장이 익어 가는 것처럼 천천히 일하는 중입니다. 주문도 조금씩만 받으면서요.” 해주 최씨 종갓집에서 장 만드는 법을 배운 지 어언 60여 년. 그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된장, 고추장, 청국장 제조를 상업화하고 법인을 운영하며 강진 전통 장의 명맥을 이어 왔다.

명인의 손맛은 즙장에서 꽃을 피운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즙장은 백 명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가을에 수확한 무와 노각을 염장해 두었다가 고춧잎과 가지, 찹쌀 죽, 메줏가루, 고춧가루, 엿기름을 섞은 뒤 삭히고 저온 숙성한 발효 식품이 즙장이다. 뜨거운 쌀밥에 얹고 참기름과 비벼 먹을 때 가장 맛있다는데, 생각만으로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옛날엔 메주를 쑤거나 장을 담그는 날이면 대문 앞에 황토를 깔고 금줄을 쳤어요. 소반 위에 소금이랑 물을 떠놓고 절도 했죠. 어머니가 그러라 하대요.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장 앞에서 깨끗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걸 배웠죠. 100년을 두고 먹는 게 장이니, 그걸 담그며 사는 사람들의 법도가 엄연하다는 걸 이젠 압니다.” 옹기를 쓰다듬는 명인의 머리 위로 싸라기눈이 축복처럼 흩날렸다.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KTX매거진>×MBC 라디오 <노중훈의 여행의 맛>

강진에 다녀온 <KTX매거진>이 MBC 표준FM <노중훈의 여행의 맛>을 통해 독자, 청취자 여러분과 만납니다. 기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취재 뒷이야기, 지면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여행 정보를 함께 들려 드립니다.
* 2월 4일 오전 6시 5분(수도권 95.9MHz)
* QR코드를 스캔하면 방송을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quisite Gangjin

In February, Gangjin welcomes visitors with early spring winds, shimmering blue waves, and the fascinating Gangjin Celadon Festival. The festival is reason enough to head to Gangjin, known for its beautiful celadon, traditional liquor, and fermented soyb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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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and waves, no matter how strong, turn tame once they hit Gaudo Island followed by Jukdo Island. It is no coincidence that Gangjin literally means “comfortable dock.” The calming blue waters have been compared by some to the jade color of celadon. It is possible that the potters were inspired by the blue-green hues of the sea. The Celadon Tower Observatory on Gaudo Island offers a panoramic view of Jukdo Island, Gugangpo, Mandeoksan Mountain, and Wolchulsan Mountain. The breathtaking scene reminds me what a blessing and privilege it is to be alive.

Born From Fire and Light, Sweat and Time

Gangjin is the hometown of celadon. Celadon wares characterized by their dreamy hues and cloud-like patterns were unearthed from various kiln sites throughout Gangjin, namely, Yongun-ri, Sadang-ri, Gyeyul-ri, and Sudong-ri in Daegu-myeon and Samheung-ri in Chillyang-myeon. The area surrounding the Daegu-myeon kiln sites sets the stage for the Gangjin Celadon Festival, which runs from February 23 through March 1. Explore Sadang-ri Kiln Site No. 23, learn about the process at the Celadon Production Process Showroom, and enjoy media art on the history and distribution of celadon at the Goryeo Celadon Digital Museum. Next, take time to admire the artifacts and exhibits at Goryeo Celadon Museum, the highlight of anyone’s visit to Gangjin.

As you make your way from Daegu-myeon to Byeongyeong-myeon, the timeline shifts from Goryeo to Joseon. In those days, Byeongyeong was a city on its own. In 1417, the military headquarters of Jeolla-do Province moved from Gwangsan-hyeon (known as Gwangju today) to the village at the foot of Suinsan Mountain. This led to the formation of a huge military city that took charge of around 50 villages in the surroundings. When discussing Gangjin’s liquors, the first name that comes to mind is Byeongyeong Brewery, which opened in 1946. Kim Gyeon-sik, designated as a Korean grand master, has been making Byeongyeong Soju for over 60 years. Waxy barley produced in Gangjin is fermented using a starter called nuruk, and the liquid is aged for three weeks. Byeongyeong Soju, acclaimed for its taste and scent, received the grand prize in the distilled spirits category of the Korean Sool Competition 2022. Unlike other alcoholic beverages made from rice, Byeongyeong Soju has a mild scent and smooth taste, making everyone a fan once they have had a taste.

Baek Jeong-ja is another grand master who hails from Singi Village in Gundong-myeon. She joined the Haeju Choe clan, and has been making jang for around 60 years. Since the 1980s, she has played a part in preserving Gangjin’s traditional jang by selling doenjang, gochujang, and cheonggukjang products. Her specialty is jeupjang, which most people know only by name. Radishes and overripe cucumbers harvested in fall are mixed with chili leaves, eggplants, glutinous rice porridge, fermented soybean powder, chili powder, and malt, and then allowed to ferment over time at low temperatures. As the master fondly pats the traditional onggi jar, snowflakes fall on her hair like blessings from the sky. The magical scene is deeply imprinted in my mind.

강진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  볼거리  올모스트홈 스테이 바이 에피그램 강진

    다산의 드높은 지성과 검박한 생활이 깃든 사의재가 모던한 인테리어로 새롭게 변모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이 전북 고창, 경북 청송, 경남 하동에 이어 강진에 네 번째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사의재 한옥체험관에 연 것이다. 다산·월출·청자 등 강진의 자연과 문화를 테마로 한 숙소 여섯 동을 마련하고, 모든 객실에 다구를 두어 언제든 강진에서 재배한 차를 즐기도록 했다. 체크인이 이루어지는 환영재에서는 ‘강진 산책’이란 테마로 강진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문의 0507-1342-6598

  •  볼거리  백운동 원림

    월출산에서 흐른 물이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 백운동이란 이름은 이처럼 신비로운 정경을 품고 있다. 동백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백운동 별서 정원이 홀연히 나타난다. 조선 중기의 처사 이담로가 가꾼 이 비밀스러운 장소는 선비의 은거 문화를 잘 보여 주는 공간이다. 그들은 유상곡수에 잔을 띄워 놓고 노닐다가 옥판봉을 감상했을 것이다. 다산 선생은 시화집 <백운첩>에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노래하기도 했다. 봄이 오면 월출산 봄 소풍 축제의 일환으로 특별한 체험 행사가 열린다.
    문의 061-430-3342

  •  먹거리  제일식당

    강진청자축제를 즐기러 온 여행자라면 칠량면에서 허기를 달래야겠다. 4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한 심명희 대표는 강진의 제철 식재료로 맛깔스러운 백반 한 상을 차린다. 반찬은 철 따라 맛 따라 달라진다. 이 계절엔 토하젓, 조기구이, 돼지불고기, 달래무침과 꼬시래기무침, 모자반, 생굴회 등을 상다리가 부러지게 올린다. 이 집의 별미인 바지락회무침을 더해도 좋다. 새콤달콤하게 양념한 바지락은 순식간에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영업을 하는데,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예약 후 방문하기를 권한다.
    문의 061-432-7065

  •  먹거리  마당갈비

    벽면 가득한 그림이 밥맛과 술맛을 돋우는 이곳은 강진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살롱이다. 남편 박명섭 화백이 그린 그림으로 공간을 꾸린 김서영 대표는 21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여문 손끝을 자랑해 왔다. 대표 메뉴는 단연 돼지양념갈비다. 꼼꼼하게 손질해 숙성한 갈빗살을 정성껏 달인 양념에 재워 내니 부드럽고 농밀한 맛이 일품이다. 밑반찬도 알차다. 두툼한 달걀말이는 씹어 넘기는 즐거움이 쏠쏠하고, 깊은 맛의 묵은지는 갈비와 궁합이 좋다. 후식으로 소고기떡국, 냉면, 바지락죽을 마련했으니 취향껏 선택해도 잘 맞는다.
    문의 061-43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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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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