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시 부산
전포카페거리를 비롯한 도심 카페의 트렌디한 분위기, 오션 뷰 카페의 장관이 마음을 사로잡는 부산은 커피 향 가득한 도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로스터리가 있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도 배출한 부산이 ‘커피도시 부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추진하며 테마 BI 개발, 굿즈 제작, 홍보 영상 기획 등으로 부산 커피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부산 여행의 즐거움, 커피 향기가 나날이 그윽해지고 있다.
피아크
커피와 문화가 깃든 방주
영도 앞바다를 닮은 커피를 들이켠다. 두 눈에도 바다를 가득 머금은 채다. 북빈 물양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영도의 새로운 이정표 ‘피아크’다. 초대형 선박을 옮겨 온 듯한 6층짜리 건물로, 플랫폼(platform)과 방주(ark)를 연결한 이름엔 다양한 창작자의 순항을 돕는 발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식물·책·와인·디자인 소품 상점부터 딤섬 레스토랑까지 아우르는 광활한 공간을 어디부터 둘러봐야 할지 난감하다면, 우선 4층으로 올라가 커피를 주문해 본다. 피아크의 중추인 이곳 카페에서는 못다 헤아릴 만큼 다채로운 음료와 베이커리 메뉴를 마련해 놓았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일드 블루 돌체 라떼인데, 청치자 가루를 넣은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섞어 마시는 음료다. 미처 섞이기 이전의 푸른색과 다갈색 색면 층이 바다 위의 섬, 영도를 떠오르게 한다. 카페인 음료 대안으로는 빛깔 고운 히비스커스&패션후르츠 아이스티를 권한다. 베이커리를 곁들여도 좋다. 영도가 한국 첫 고구마 재배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는 고구만쥬 파이는 풍미만큼이나 의미가 깊다. 좌석 어디서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지만, 2층 야외 테라스인 오션 가든은 상석이라 할 만하다. 부산항대교부터 오륙도에 이르는 부산다운 풍광, 갯내 어린 바닷바람이 온몸의 감각세포를 곤두세운다.
메뉴 마일드 블루 돌체 라떼 8000원, 히비스커스&패션후르츠 아이스티 8500원 , 고구만쥬 3000원
주소 부산시 영도구 해양로195번길 180
인스타그램 @p.ark_official
영도, 한 발짝 더
영도 커피 페스티벌 봉래나루로에서 열리던 축제가 올해는 아미르공원에서 핸드 드립 퍼포먼스와 함께 화려한 막을 올린다. 스페셜티 커피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홍보관을 마련하고, 주요 커피 산지인 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파나마·엘살바도르 등 5개국에서 날아온 커피 전문가가 강연을 한다.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영도가 더 향기로워지겠다.
커피미미
작고 소중한, 영도 터줏대감
흰여울문화마을이 막 조성될 즈음인 2011년, 복닥거리는 남항동 골목 깊숙이 자리한 옛집에 카페 하나가 들어섰다. 정답고 쾌활한 이름, ‘커피미미’다. 애칭 ‘미미 언니’로 유명한 주인장 성지은은 취미 삼아 즐기던 스페셜티 커피를 더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이곳을 열었다. 스페셜티 커피가, 카페 문화 자체가 익숙지 않던 시절이었다. 1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카페가 무르익은 만큼 단골의 입맛과 안목도 함께 성숙했다. 달콤한 베리에이션 커피만 찾던 동네 사람들이 산미 강한 필터 커피를 먼저 찾을 때 미미 언니는 소소한 보람을 느낀다. 소규모 로스터리임에도 다양한 종류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바지런히 선보이는 이유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모두 수용하기에 대여섯 개뿐인 테이블이 부족하긴 하지만, 작은 살림집 구조를 잘 살린 아늑한 공간감 또한 이곳만의 매력이다. 푹신한 소파 자리를 차지했다면, 달콤쌉싸래한 크림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며 창밖으로 펼쳐진 뒷마당을 바라볼 차례. 미미 언니의 섬세한 선곡이 운치를 더한다. 영도에, 아니 부산에 이처럼 바다 전망 없이도 오롯한 카페가 다 있다. 계절마다 향미가 다른 블렌디드 커피를 마련하니, 그걸 섭렵하기 위해 몇 번이라도 다시 찾고 싶어진다.
메뉴 필터 커피 5000원, 스페셜 아메리카노 5000원, 크림 에스프레소 4500원
주소 부산시 영도구 남항로 26-10
인스타그램 @coffeemimi_official
영도, 한 발짝 더
봉래시장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봉래시장은 이웃 남항시장과 함께 오랜 세월 영도 사람들의 생활 터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이곳저곳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진어묵 본점을 비롯, 다양한 부산 토착 브랜드를 품은 복합 문화 공간 아레아식스가 봉래시장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더 즐겁다.
모모스 로스터리 &커피 바
영도 커피 문화의 자부심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둣가, 영도 봉래나루로 일대가 커피 특화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변화의 맨 앞에 선 곳은 ‘모모스 로스터리&커피 바’다. 201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컵을 거머쥔 전주연 대표가 공간을 이끌고, 2021년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추경하 바리스타가 동력을 더한다. 물양장 일대 창고 건물을 개조한 건물에 들어서면 거대한 생두 저장고 사일로와 로스팅 기기, 커피 주문과 제조가 이루어지는 기다란 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생두가 한잔의 커피로 거듭나는 전 과정을 한눈에 맞닥뜨리는 셈이다. 로스팅실 바깥엔 1925년 11월 20일 자 <부산일보>가 보도한 커피 수입 기사를 비롯해 부산의 커피 역사를 살피는 조촐한 전시대를 마련했다. ‘시그니처 블렌드 부산’ 포장지에 부산 출신 김종식 화백의 작품 ‘귀환 동포’를 넣거나, 영도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백자 잔을 필터 커피와 함께 내는 등 지역의 미감과 커피 도시로서의 정통성을 구석구석 담아 낸 것도 근사하다. 모든 메뉴가 미려하지만, 단 한 잔을 마셔야 한다면 그건 ‘모모스 맛사탕’이다. 에스프레소와 우유에 오렌지 맛, 또는 얼그레이 맛 사탕을 빠트려 먹는 메뉴다. 사탕을 ‘사랑’이라 읽고 싶어지는, 보드랍고 달콤한 풍미를 자랑한다.
메뉴 에스프레소 6000원, 필터 커피 7500~1만원, 모모스 맛사탕 6500원
주소 부산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인스타그램 @momos_coffee
영도, 한 발짝 더
흰여울문화마을 절영해안산책로 위쪽 가파른 벼랑에 크고 작은 카페와 상점, 문화 공간이 모여 또 다른 산책로를 이룬다. 봉래산에서 바다로 흐르는 물줄기가 눈처럼 희다고 해서 ‘흰여울’이란 고운 이름을 얻었다. 영화 <변호인> 등 수많은 이야기의 배경이자 촬영지로 이름난 이곳엔 남항대교와 마천루가 어른거리는 전망, 피란민의 애잔한 역사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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