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을 보면 기록하고 싶어진다. 요즘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지만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특별한 곳을 방문했으니 감상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다. 충북 단양은 이런 면에서 수많은 기록을 보유한 고장이다. 조선 시대에 이미 유행한 단양팔경은 이를 본 이에게는 잊지 못할 감흥을, 못 본 이에게는 언젠가 가 보리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명승이었다. 남한강과 소백산, 겹겹의 봉우리가 조화로운 단양의 자연이란 이상 세계를 사람 세계로 옮긴 듯하다. 퇴계 이황,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가 감탄한 도담삼봉, 구담봉, 사인암이 지금도 오롯하다.
산수화를 닮은 풍경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며 치유의 서사와 잘 어우러진다. 남한강 변과 작은 마을은 사랑이 시작되는 조심스러운 순간을 고요하게 담아낸다. 소음이 덮은 도시에서는 들리지 않을 얕은 숨소리, 심지어 심장 소리까지 상대에게 들킬 것 같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도 단양의 산수가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어 준다. <삼국사기>에서 온달이 전사했다는 아단성이 단양 온달산성인지는 아직 결론짓지 못했으나, 장군의 일화가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온달산성 주변으로는 온달관광지를 조성해 <태왕사신기>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했다.
걷거나 자전거와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단양뿐 아니라 하늘에서 조망하는 단양을 빼놓을 수 없다. 단양은 패러글라이딩 성지다. 웅장한 산을 두른 가운데 남한강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산수화를 창공에서 짜릿하게 감상한다. 연속 7일, 선택 3일 등 기간을 한정해 저렴한 가격에 기차 탑승 기회를 제공하는 ‘내일로’ 패스 이용자에게 단양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이유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예능 프로그램이 한 번씩은 다녀갔을 만큼 인기가 높다. 빼어난 자연에서 이야기를 꾸리기도, 거기 뛰어들어 활기찬 장면을 연출하기도 좋으니 그동안 여러 작품이 단양을 찾았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온달산성, 온달관광지
<삼국사기> ‘온달전’의 마지막. 온달이 신라와 전투 중에 사망하나 관이 움직이지 않는다. 평강이 와서 달래니 그제야 관이 들린다. 역사 기록에 상상을 더해 재해석한 드라마는 이 유명한 장면을 온달산성에서 찍었다. 해발 472미터 산 정상에 쌓은 옛 성곽과 수려한 산세가 비장한 미감을 더한다. 산성 아래 온달관광지도 작품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
@영춘면 강변
동생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남자가 시한부로 삶의 시간을 잃어 가는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죽은 듯 무감하게 사는 남자가 안타깝다. 그런 순간에도 시작되는 사랑. 단양 출신 감독이 작은 마을과 남한강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 사랑을 그린다. 흔들리는 물결에 죽으려 들어가던 남자는 사랑이라는 물결에 몸 담그고 다시 삶을 꿈꾼다.
뮤직비디오
<낫 투데이>
@매포읍 광산
나선형으로 길이 깎인 돌산, 방탄소년단이 질주한다. “언젠가 꽃은 지겠지” “그때가 오늘은 아니지” “날아갈 수 없음 뛰어” “뛰어갈 수 없음 걸어” “걸어갈 수 없음 기어”. 주류가 아닌 이들에게 일어나서 같이 가자고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에 걸맞은 강렬한 퍼포먼스가 거칠고 광활한 한 광산(채석장)에서 펼쳐진다. 촬영지가 당연히 해외일 것이라 짐작했다가 단양임이 알려져 큰 화제가 되었다.
영화
<내부자들>
@새한서점
거대한 부조리의 실마리를 잡은 정치 깡패가 권력들에게 버림받고 검사와 손잡는다. 복수를 다짐하며 숨어든 곳은 검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헌책방. 1979년부터 헌책을 판매한 이금석 대표가 서울을 떠나 단양의 깊은 숲속으로 옮겨와 운영하는 책방은 은둔 고수 같은 이미지가 물씬하다. 실제로 책이나 단양의 자연이나 모두 지혜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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