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시 부산
전포카페거리를 비롯한 도심 카페의 트렌디한 분위기, 오션 뷰 카페의 장관이 마음을 사로잡는 부산은 커피 향 가득한 도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로스터리가 있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도 배출한 부산이 ‘커피도시 부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추진하며 테마 BI 개발, 굿즈 제작, 홍보 영상 기획 등으로 부산 커피를 보다 널리 알릴 예정이다. 부산 여행의 즐거움, 커피 향기가 나날이 그윽해지고 있다.
베르크로스터스
가격 아메리카노 5500원 슈가라테 6000원 테이스팅 세트 7000원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서전로58번길 115
인스타그램 @werk.roasters
커피라는 멋진 여정
2018년부터 전포동 골목을 지켜 온 ‘베르크로스터스’가 지난봄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벽면을 가로지르는 전광판과 미끈한 스테인리스스틸 선반이 흡사 공항의 출국 심사대를 떠오르게 하는데, 입구에서 QR코드를 인식해 ‘주문 가이드’를 따르는 일련의 과정마저 탑승 수속 절차처럼 엄정하다. 우선 블랙과 화이트, 두 계열의 메뉴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때 블랙은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필터 커피를, 화이트는 라테와 슈가라테를 아우른다. 이것저것 두루 맛보고 싶은 이에겐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라테 중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테이스팅 세트가 제격이다. 메뉴를 고른 뒤엔 8종의 원두 중 하나를 택한다. 자신의 직감을 믿기 어렵다면 조언을 구해 본다. 스스로를 ‘베르커’라 지칭하는 이곳의 커피 전문가들이 입맛에 꼭 맞는 원두를 판별해 줄 것이다. 가령 ‘서핑 베이비’ 블렌드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쾌활한 향미를 지녔다고 귀띔하는 식이다. 주문 뒤엔 짧은 기다림이 이어지지만, 베르커의 바지런한 손놀림을 구경하느라 지루할 틈은 없다. 커피를 건네받곤 널찍한 2층으로 올라간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느릿한 음악이 드리운 공간에 앉아 커피 한잔의 충만감을 음미하는 일뿐이다.
전포동, 한 발짝 더
LP 바의 낭만 음악을 좇아 걷고 또 마신다. ‘바이닐’과 ‘드링크’를 큼직하게 새겨 넣은 구프는 인테리어만큼 훌륭한 하이볼과 플레이리스트를 자랑한다. 빼곡한 음반과 술병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셰르는 최근 2층까지 확장하며 성업 중이다. 늦은 밤 허기를 달래기엔 버번위스키와 근사한 안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알트콤마만 한 선택지도 없다.
노우 커피 에스프레소
가격 카페 피에노 3000원 카페 그라니따(소) 3500원 바나나 푸딩 5500원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성로 118 1층
인스타그램 @know_coffee_
피로를 잊게 하는 한잔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에스프레소가 일상의 일부다. ‘노우 커피 에스프레소’가 지향하는 바도 그렇다.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문턱이 낮은 에스프레소 바. 커피 문화에 대해 천천히, 충분히,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공간. 진녹색 외벽과 크림색 차양, 따뜻한 질감의 나무 벤치가 주는 시각적 안정감 덕분일까, 들어서는 걸음이 유독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스프레소가 낯선 초심자라면 달콤쌉싸래한 카페 피에노부터 시작해 보는 게 좋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액체 상태의 생크림을 얹고 카카오 파우더를 뿌려 내는 이 메뉴는 잔 바닥에 깔린 설탕을 숟가락으로 골고루 저어 마실 때 온전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노우 커피 에스프레소를 대표하는 메뉴, 카페 그라니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원한 에스프레소 슬러시 위에 크림을 얹어 완성하는 이 음료는 이탈리아 전통 디저트로 익히 알려져 있다. 슬러시와 크림을 잘 섞은 뒤 숟가락으로 떠먹다가, 살짝 녹았을 때 탁 털어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달콤한 기분을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다면 바나나 푸딩을 곁들여 볼 것. 커스터드 크림과 바나나 과육을 뭉텅뭉텅 썰어 버무린 브레드 푸딩이라 감미롭기가 이를 데 없다.
전포동, 한 발짝 더
영감을 주는 편집 숍 이번엔 맛과 멋을 함께 좇는다. 발란사 부산은 음악이 깃든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자체 제작한 상품부터 희귀한 빈티지 소품까지 한데 모아 놓았다. 질 좋은 구제 의류를 가려 뽑아 둔 수집가들, 지금 가장 뜨거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루프트 베이스먼트도 저마다 개성 넘치는 취향을 자랑한다.
히떼 로스터리
가격 필터 커피 5500원 카페라테 5500원 크림바닐라 6500원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동성로 59 2층
인스타그램 @hytte_roastery
균형감 좋은 커피
‘히테(hytte)’란 스칸디나비아어로 별장이나 오두막을 뜻하는 말이다. 과일 가게와 치킨집이 나란히 들어선 전포동 주택가 건물 2층, 그처럼 정답고 오붓한 공간이 숨어 있으리라곤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꽃과 풀, 나무를 식재한 싱그러운 테라스를 지나 화사한 초록색 문 앞에 선다.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카페, ‘히떼 로스터리’에 닿는 순간이다. 남천동의 소박한 공간에서 출발한 히떼 로스터리는 지난해 가을 이곳에서 2막을 열었다. 위치는 바뀌었으나 아늑한 정취와 농밀한 풍미는 고스란하다. 필터 커피는 히떼 로스터리의 개성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메뉴다. 생두 본연의 섬세하고 복합적인 향미가 깃들도록 약배전 원두를 사용하는데, 꽃향기와 과일 향이 올라온 뒤 이어지는 깨끗하고 편안한 여운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스팀 밀크의 보드랍고 농밀한 질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플랫화이트와 카페라테도 매력적이다. 노련한 바리스타들의 손놀림이 메뉴의 완성도를 한껏 높인 덕이다. 온 동네를 누비느라 흘린 땀을 식힐 요량이라면 크림바닐라가 주효하겠다. 크림의 산뜻한 촉감, 바닐라빈 시럽의 은은한 당도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포동, 한 발짝 더
이국적인 요리 주점 어둠이 내린 뒤엔 취흥을 즐긴다. 바오 나이트 마켓은 면, 탕, 튀김, 볶음 등 타이완식으로 조리한 메뉴를 낸다. 타코와 파히타는 물론이고 테킬라까지 마련한 멕시칸 다이닝 피플웍스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흥겹다. 특급 호텔 출신 주방장들이 모여 홍콩식 바비큐와 딤섬을 선보이는 저크 플레이버는 음식과 인테리어가 모두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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