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때 - 소나무 아래에서 폭포를 보다
무더위에 지치는 여름, 땡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 기대앉은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곳이 솔향기 풍기는 솔밭이라면, 더구나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림에는 소나무 아래 앉은 선비가 보인다. 모자를 벗어 던진 가벼운 차림에서 땡볕 같은 일상을 잠시 내려놓은 선비의 마음이 느껴진다. 눈으로 폭포를 바라보고, 귀로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에 흠뻑 빠지는 여름 한때의 행복. 이인문은 조선 정조 때 활약한 최고 산수화가다. ‘강산무진도’ 같은 대작은 물론, 이 그림처럼 사랑스러운 소품도 많이 남겼다. 자유분방하게 휜 늙은 소나무 줄기, 옅은 먹과 색으로 드러낸 촉촉한 공기가 그림 속 자연에 몰입하도록 한다. 숨 막히는 여름날, 그림이 청량함을 선사한다. 작품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