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을 걷고 있으면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라고 시작하는 노래 ‘여수 밤바다’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곳. 이름처럼 아름다운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고, 밤이 찾아오면 포차에서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술 한잔 기울여도 좋은 도시. 여수는 감성 충만해지는 여행지일 뿐 아니라, 어떤 서사도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촬영지다. 수산업과 공업이 지역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도시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기점으로 여행지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갖춰 나갔다. 엑스포가 열린 석 달 동안 약 800만 명이 다녀가는 쾌거를 이루면서 한국은 물론 해외에도 여수의 빼어난 풍광이 알려졌다. 2014년 개장해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을 잇는 해상케이블카도 여행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어둠이 내린 후 케이블카는 돌산대교, 거북선대교와 낭만포차거리의 찬란한 야경을 선사한다. 황홀한 야경을 공중에서 누린 뒤, 다음 날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면 온몸이 낭만으로 채워진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멈췄던 버스킹이 낭만포차거리에 돌아오면서 여수는 여수만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다지고 있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여행자의 마음마저 사로잡는 것이다. 그저 보기만 해도 예쁜 풍경에 서사를 더하니, 보는 이는 즐겁고 만드는 이는 만족스러운 명장면이 쏟아져 나왔다. 오동도, 금오도, 거문도, 낭도, 하화도 등 수려한 섬도 여행객을 여수로 불러 모으는 데 한몫 거든다. 봄에는 꽃섬이라 불리는 하화도에서 만개한 꽃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름에는 금오도 비렁길에서 에메랄드빛 바다와 마주한다. 겨울에는 동백이 만개한 오동도를 누빈다. 계절이 어떻든 고운 그림을 안겨 주는 풍광 덕에 수많은 작품이 촬영지로 여수를 선택했다. 바다가 떠오르는 계절, 여수는 지금도 낭만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사람이 만든 것부터 자연이 빚은 풍경까지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운 곳, 여수 속 촬영지로 들어가 본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열혈사제>
드라마
장소 @장척마을
악인들에게 화끈한 맛을 보여 주는 열혈 신부 해일은 은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을 파헤치기 위해 형사 대영과 힘을 합쳐 수사한다. 드라마 초반부터 사이비 무당을 잡으려 바닷길 위를 질주하는 장면이 웃음을 안긴다. 해일과 사이비 무당이 질주하는 곳은 여수 갯벌노을마을이라고 알려진 장척마을. 썰물 때면 복개도로 가는 바닷길이 열린다.
<꽃섬>
영화
장소 @하화도
가족에게 버림받은 30대 옥남, 뮤지컬 가수지만 후두암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20대 유진, 아이를 유산한 10대 혜나가 우연히 만난다. 세 인물은 슬픔을 잊게 해 준다는 꽃섬을 향해 가며 서로를 천천히 알아 간다. 영화의 배경은 겨울. 인생의 겨울 같은 시기, 하화도의 풍경이 그들의 시름을 풀어 준다.
<동백>
영화
장소 @하멜등대
3대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순철은 체인점 사업 제의를 받아 기뻐하다 해당 회사의 회장을 만나고 가슴이 얼음장처럼 얼어붙는다. 1948년, 아버지를 죽게 한 가해자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여수·순천 10·19사건의 아픔을 다룬 영화로, 영화 대부분을 여수와 순천에서 촬영했다. 하멜등대 앞에 앉아 고뇌하는 순철. 바다는 아름다운 한편 아프다.
<사랑의 온도>
드라마
장소 @향일암
온라인 채팅을 하다가 만난 드라마 작가 지망생 현수와 셰프가 꿈인 정선은 사랑했으나 마음을 말하지 못한 채 이별한다. 각자 꿈을 이루고 다시 만난 그들. 이루지 못했던 사랑이 향일암에서 극적으로 이어진다. 현수가 정선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정선은 대답한다. “알고 있어.” 두 사람과 향일암 풍경이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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