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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세포, 근육, 관절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부품 관리를 담당하는 변한반 기술팀장, 박주원 차량관리원이다.

UpdatedOn May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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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인간의 몸은 근육 600여 개, 뼈 206개로 이루어진다. 시속 300킬로미터로 주행하는 KTX는 한평생 몇 개의 부품으로 가동될까? 무려 3만 5000여 개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가며 온몸 구석구석에서 노화의 징후를 확인하듯, 열차 또한 수없이 주행하며 여기저기 이상이 생기고 손상을 입는다. 그러나 연약한 육체로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우리와 달리, 열차는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철로를 달린다. 날마다 부품 곳곳을 꼼꼼하게 살피고, 그 부품을 원활히 수급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변한반 기술팀장(사진 오른쪽)과 박주원 차량관리원처럼 말이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두 분은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변한반(이하 변) 행신역에 위치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열차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입니다. 일상적인 정비부터 대수술에 가까운 정비까지 모두 관할하는 곳이기에 다양하고 방대한 부품을 취급하죠. 이 물품을 효율적으로 보관·관리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자동화 창고 관리 시스템(EWMS)입니다. 정비에 필요한 물품의 코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출고, 인도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죠. 우리가 보관·관리하는 물품의 종류와 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자산 관리 시스템(KOVIS)도 구축해 연동합니다. 저와 박주원 차량관리원은 이를 통한 물품 관리 업무를 담당합니다.

열차 정비에 이처럼 많은 부품이 동원되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박주원(이하 박) 비유하자면, 이곳의 부품은 대형 마트에 진열된 제품과 같아요. 매장에 제품을 진열하고 출고하는 것이 EWMS라면, 제품의 가격을 확인하고 계산하는 과정은 KOVIS와 비슷하죠. 모든 물품은 정품, 정량, 정위치를 기본으로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실천하며 관리합니다. 체계적인 물품 관리야말로 곧 차량 장애 및 사고를 예방·관리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고속철도 차량 품질을 향상하는 데 우리가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임합니다.

부품 관리는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나요? 두 분 뒤에 서 있는, 저 거대한 시설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유지보수정비팀에서 필요한 물품이 적힌 서류를 가져오면, 저희 부품관리팀이 출고 명령을 내립니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자동화 물류 창고인데, 마침 출고하려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 둔 부품이 있네요. 이건 KTX의 전기 제어를 위한 주전력 변환 장치 부품이에요. 이렇게 출고된 물품은 다시 정비팀에 인도합니다.
이 창고에서 관리 중인 예비 물품은 약 990억 원 규모, 1만 3700여 품목에 달합니다. 저기 창고 위에 표시한 숫자 보이시죠? 1열부터 4열까지는 경량 부품을 담는 선반이, 5열부터 10열까지는 중량 부품을 담는 팔레트가 자리합니다. 열과 열 사이에는 해당 부품의 고유 위치로 이동해 입출고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로봇이 입력 코드를 인식하고 작동하는 것이지요.

유독 까다롭게 느껴지는 업무는 없나요? 이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요령은 무엇인가요?
언제, 어떤 물품이, 어떻게 쓰이고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에 따라 계절의 흐름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날마다 일기예보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날씨와 물품 재고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마 부품관리팀 식구 모두가 비슷한 어려움을 비슷한 요령으로 대처하리라 짐작합니다. 저도 선로의 얼음이 비산하면서 객실 유리창 파손으로 이어지기 쉬운 겨울과 냉방장치 부품 사용이 잦은 여름이면 업무 난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저는 30년 전 철도청 공무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새내기 시절 철도 사고 조사를 시행하면서 차량 부품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지요. 이를 계기로 지금껏 물품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19년 전, 전업주부로 살던 제게 “여성도 일해야 한다”라며 독려해 주신 어머니 덕에 회사에 들어올 결심을 했거든요. 우연히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소명처럼 받아들이고 즐겁게 과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부품관리팀에 발령받곤 댐퍼(철도 바퀴에 장착하는 완충기) 같은 무거운 물품을 거뜬히 들고 싶어 체력을 다지려고 노력했죠. 131만여 제곱미터나 되는 우리 정비단 부지를 매일 걸었을 정도로요.

부품관리팀의 팀워크가 참 좋아 보입니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부품 관리 업무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지금처럼 함께 열차 안전을 책임집시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시원하게 맥주 한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면 좋겠네요. 직급은 잠시 뒤로하고요. 하하. 장소는 최남단 철도역인 여수엑스포역 앞 음악분수가 좋겠어요.

+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1905년 용산역에서 출범한 용산공작반이 오늘날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시작이다. 현재 고양 행신역에 위치한 정비단 부지 면적은 약 131만 제곱미터(39만 8000여 평). 작업자 대부분 정비단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일상적인 정비를 진행하는 경정비동, 부품을 완전히 분해하고 조립하는 데 100일 가까이 소요되는 중정비동,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관리하는 자재관리창고 등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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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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