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
허백련
홍매화가 피었다. 새가 날아온다. 봄바람이 분다. 하나하나 봄이라 말하고, 셋을 하나로 모아 다시 봄이라고 말해 본다. 지나간 계절과 다가올 계절은 분명 존재하지만 아마도 여백에 숨어 보이지 않는 것이겠다. 시절을 오롯이 담은 화폭을 들여다본다. 새가 바람 따라 꽃으로 오는 여기는 봄이다. 허백련 선생은 1891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초 많은 작가가 서울에서 근대 화풍을 흡수하려 노력했으나 선생은 광주에 머물면서 일생 동양화를 탐구했다. 초년기에서 40대, 회갑 이후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의재(毅齋)’ ‘의재산인(毅齋散人)’ ‘의도인(毅道人)’ 낙관을 썼는데 원숙미가 절정에 달한 의도인 시기엔 ‘노안도’처럼 농밀한 필묵으로 자연을 묘사한 걸작을 남겼다. 봄 같지 않은 세 번째 봄을 맞이한 지금, 시절을 오롯이 담은 선생의 그림에서 바람 따라 새가 향하는 진정한 봄날을 만난다.
* 광주 의재미술관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전, 6월 12일까지.
문의 062-222-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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