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위협으로 가득하다. 시시때때로 드리우는 운명의 그림자 아래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한국철도 전북본부 익산열차승무사업소 소속 여객전무 김재익(사진 왼쪽)과 노귀식은 열차 객실 바닥에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승객을 구했다. 이들은 일상적인 훈련을 통해 위급한 상황에서도 놀라우리만치 평정심을 유지하고, 몸으로 익힌 응급처치를 완벽하게 해냈다. 두 여객전무가 보여 준 의연한 행동 앞에서 새삼스레 범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두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쁘고 반갑습니다. 열차 내에서 두 분이 맡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여객전무는 열차 내 서비스를 총괄하는 승무원입니다. 승차권 확인부터 객실 질서 유지까지,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고 봐도 좋겠네요. 열차가 정차하면 승강장에 내려 승객이 안전하게 내리고 타는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출발할 때 승강문 개폐 여부를 판단해 기관사에게 출발 신호를 보내는 것도 여객전무의 일이랍니다.
여느 때처럼 일과 시간을 보내다가 응급 상황을 맞닥뜨리셨을 텐데요,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2021년 12월 10일 밤 9시 1분,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해 용산으로 가는 무궁화호 1512 열차에 탑승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열차가 연산역에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을 앞둔 무렵, 50대 남성 승객이 3호차 객실 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승객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희 두 여객전무는 즉시 객실로 이동해 승객의 심정지 상태를 확인했고, 응급조치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어요. 동시에 최대한 신속하게 119에 신고했으며, 다음 정차 역인 계룡역에 상황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승객의 상태가 호전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자동심장충격기를 동원해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승객의 의식이 희미하게나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두 사람은 회복 중인 승객을 부축해 역 앞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인계했지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된 승객은 병원에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무사히 귀가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승무원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이토록 기민하게 열차 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응급조치 요령이 몸에 밸 만큼 훈련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모든 승무원은 매달 산업 안전 보건 교육을 통해 응급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필요한 행동을 익힙니다. 이번 응급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취급 지침은 여객전무 실무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이지요. 열차 내에서는 출발 전 자동심장충격기의 성능과 비상용품 구동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두 분 덕분에 오늘도 열차가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여객전무로서 승객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재빠르게 승무원에게 알려 주시고, 응급조치로 인한 열차 지연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 승객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상시 받은 안전 교육과 비상 대응 훈련이 응급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일하는 여객전무로서 자부심을 갖고, 승객 여러분을 대하는 모든 행동에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위급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우리 승무원에게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든든한 파수꾼이 되겠습니다. 늘 행복한 기차 여행 즐기시기 바랍니다.
+ 열차 밖에서 생명을 구한 철도원
한국철도 수원시설사업소 고명진 선임장 2021년 12월, 경기도 화성시 한 편의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50대 남성을 한국철도 수원시설사업소 고명진 선임장과 그의 친구 김석상 씨가 심폐소생술로 구조했다. 두 사람은 화성시 민간기동순찰대로 활동 중이며, 고명진 선임장은 심장마비를 일으킨 80대 어르신을 심폐소생술로 살린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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