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충북과 충남의 주요 거점을 1시간 40분에 잇는 광역 순환 노선 ‘C-Tour Bus’와 부르면 달려오는 수요 응답형 버스 ‘DRT’가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똑똑하고 편리한 충청권 여행을 제안한다.
C-Tour Bus가 바꾼 충청 관광

충청권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그동안 충북과 충남을 오가려면 여러 번 차를 갈아타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C-Tour Bus(충청 투어 버스)가 여행객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초광역형 관광 교통 혁신 선도지구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이 순환 노선은 청주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오송역(KTX), 공주종합버스터미널을 거쳐 부여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88킬로미터 구간을 잇는다.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편리함이다. 전에는 평균 세 번 환승하고 4시간 넘게 걸리던 길이 이제는 환승 없이 2시간 이내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0월 첫 시동을 건 C-Tour Bus는 충북의 서울고속과 충남의 삼흥고속이 손잡고 하루 왕복 8회씩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첫차는 청주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 10분에, 부여터미널에서는 오전 5시 10분에 출발해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시작하기 좋다. 이용 방법도 간편하다. ‘티머니GO’나 ‘버스타고’ 앱으로 미리 예약하거나 각 거점에 설치된 전용 키오스크에서 현장 예매를 한다. 요금은 전 구간 이용 시 1만 7800원, 오송역에서 공주까지는 6000원 선으로 합리적인 편이다.
C-Tour Bus는 단순히 이동만 돕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서비스도 알차다. 청주국제공항과 오송역, 공주와 부여의 터미널 등에 아기자기하게 꾸민 홍보관을 마련해, 이곳에서 여행 안내서를 챙기거나 홍보 영상을 보며 다음 목적지를 구상하기 좋다. 올 상반기엔 짐 보관 및 배송 서비스 프로모션도 진행할 예정이다. 두 손 가볍게 오롯이 여행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번 C-Tour Bus의 순환 노선 개통은 백제역사문화권의 고즈넉함과 충북 도심의 활기를 하나의 벨트로 묶어 충청권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는 든든한 동력이 되고 있다.
C-Tour Bus를 이용한 청주 도보 여행
KTX를 타고 오송역에서 C-Tour Bus로 환승해 청주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청주 도심의 매력이 한눈에 담기는
‘뉴트로 로드’를 따라가며 역사와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는 스폿을 방문했다.
용두사지 철당간 → 청주중앙공원 → 쫄쫄호떡 → 옛 청주역사전시관 →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천년의 자부심, 용두사지 철당간

청주 시내 한복판, 천년 세월을 묵묵히 지켜 온 용두사지 철당간이 시선을 붙잡는다. 청주 도심 도보 여행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이곳은 역사 탐방객에게 필수 코스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보물이다. 국보로 지정된 이 유물은 고려 시대 사찰인 용두사 입구에 서 있던 철제 당간으로, 당시 사찰의 위용을 드러내는 랜드마크였다. 철통 20개를 높게 쌓아 올린 구조는 고려의 뛰어난 금속 주조 기술을 여실히 보여 주고, 당간 몸체에 새겨진 명문은 962년 건립 당시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해 준다. 사찰이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은 철당간. 화려한 빌딩 숲 사이로 솟아오른 거대한 철 기둥을 마주하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묘한 기분에 전율이 느껴진다.
드라마 속 풍경을 걷다, 청주중앙공원

철당간에서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는 청주 시민의 오랜 휴식처이자 역사적 숨결이 깃든 청주중앙공원이 자리한다. 수령 900년 된 거대한 은행나무 ‘압각수’가 위엄을 뽐내는 이 공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과 주여정(이도현 분)이 바둑 두는 장면을 촬영해 큰 인기를 얻었다.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등 소중한 국가유산과 역사 기록이 곳곳에 보존되어 있어 야외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장기를 두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청주 원도심 특유의 따뜻한 정취를 자아낸다.
청주의 소울 푸드, 쫄쫄호떡

청주중앙공원 바로 앞에는 청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먹거리, 쫄쫄호떡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청주의 대표 간식으로 SNS에서 입소문이 나며 더욱 유명해진 곳으로, 항상 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 반죽을 기름에 튀기듯 구워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달콤한 시럽이 가득해 ‘겉바속촉’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기름에서 갓 건져 올린 호떡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기다림의 지루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바삭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원을 거닐며 누리는 소소한 기쁨은 청주 여행이 선물하는 가장 달콤한 기억으로 남는다.
시간이 멈춘 공간, 옛 청주역사전시관


소나무 길 끝자락에 자리한 옛 청주역사전시관은 과거 철도 교통의 중심지였던 청주역에 깃든 추억을 되살린 문화 공간이다. 옛 청주역사를 그대로 재현해 철도와 함께 성장한 청주의 근대 생활사와 도시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옛날 기차표와 철도 장비 등이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소나무 길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산책 후 차분하게 역사를 되짚어 보기에 좋다. 철길을 테마로 한 야외 조형물도 인기 포토존이다.
청주의 특별한 맛,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청주 여행을 하다 출출해지면 청주 삼겹살 거리로 가자. 신선한 삼겹살을 특제 간장 소스에 적셔 불판에 구워 먹는 것이 청주의 전통 방식. 청주 삼겹살 거리는 야들야들하고 달콤한 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삼겹살 특화 거리다. 골목을 가득 채운 고소한 냄새는 지친 여행자의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매년 삼겹살 축제가 열릴 정도. 가게마다 다른 비법 소스를 사용한 삼겹살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중에 개방한 수장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네 번째 분관. 1946년 설립된 옛 연초제조창 건물이 현대미술의 거대한 보물창고로 탈바꿈했다.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금지구역’인 수장고를 대중에게 개방했다는 점이다. 1층과 3층의 개방 수장고에서는 조각, 회화 등 약 1만 1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소장품을 관람객이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칸막이 없는 선반 위에 놓인 작품들은 전시용 조명 아래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보존과 관리가 이루어지는 생생한 예술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 준다. 오는 7월까지 열리는 미술은행 20주년 특별전 <돌아온 미래: 형태와 생각의 발현>에선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4월 24일부터는 ‘빛의 화가’ 방혜자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다.
부르면 달려오는 초광역형 관광 교통 DRT

C-Tour Bus가 지역 간 거리를 좁혔다면, 목적지 내에서의 이동은 수요 응답형 버스 DRT(Demand Responsive Transit)가 책임진다. DRT는 정해진 노선대로 운행하는 것이 아닌, 전용 앱으로 호출하면 이용자가 있는 위치로 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맞춤형 교통 서비스다.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을 스마트한 기술로 해결한 것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전용 앱 ‘셔클’에서 출발지와 도착지, 인원수를 선택해 호출하거나, 콜센터(1533-0777)로 전화해 배차를 신청한다. 운행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 수준(성인 기준 공주 1500원, 부여 1400원)이라 부담이 적다. 교통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편리함을 더한다. 부여는 올해 3월 1일 정식 운행 시작, 공주는 4월 초 정식 운행 예정이며, 이용자 입장에서 운영 일정을 알차게 구성했다. 부여에서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궁남지, 정림사지, 낙화암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잇고, 공주에서는 공산성과 무령왕릉뿐 아니라 왕도심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오는 6월 개통을 앞둔 청주는 청주국제공항과 오송역, 성안길(철당간), 커넥트현대 등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할 예정이다.
DRT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역 관광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주요 축제나 행사 기간에는 임시 셔틀 노선을 추가 투입해 관광객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C-Tour Bus를 타고 광역 거점에서 DRT로 갈아타는 이 스마트한 여정은 충청권 관광을 더욱 깊이 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DRT 타고 백제 시간 여행
3월 1일 운영을 시작한 부여 DRT를 타고 시간 여행에 나섰다. 궁남지와 정림사지, 백제문화단지를 거쳐
공주역까지, 1시간 40분 만에 천년 백제를 만나고 왔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 → 궁남지 → 국립부여박물관 → 정림사지 → 부소산성 → 백제문화단지 → 공주역 KTX
부여 여행의 베이스캠프, 부여시외버스터미널

부여 여행의 시작점이자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하는 곳. 터미널 안에 초광역형 관광 교통 홍보관이 있어 여행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홍보관에 비치된 브로슈어와 홍보 영상을 통해 충남과 충북의 관광 안내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여정을 계획하기 좋다. 준비를 마친 뒤 전용 앱 ‘셔클’을 이용해 DRT 차량을 호출하면, 읍내의 레트로한 풍경을 지나 백제 유적지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왕의 정원을 거닐다, 궁남지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DRT를 타고 가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정원인 궁남지다. 백제 무왕 때 조성한 이 정원은 연못 한가운데 자리한 포룡정과 이를 잇는 나무다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펼친다. 연못 위로 노을이 내려앉으면 은은한 야간 조명이 켜지면서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었던 사비의 밤 풍경이 연출된다. 찬란했던 백제 후기 왕실의 품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곳에선 버드나무가 늘어진 연못가를 꼭 산책해 볼 것. 고대 왕실의 정원을 거니는 듯 우아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백제의 숨결을 마주하다, 국립부여박물관


여정은 백제 금속공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하는 유물은 ‘백제금동대향로’. 신비로운 향로에 깃든 백제인의 이상 세계와 섬세한 조각 기술이 감탄을 자아낸다. 유물이 뿜어내는 묵직한 존재감을 마주하는 순간, 교과서에서 만나던 역사가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하루에 일곱 번, 매시 정각이면 상설 전시실 로비가 특별한 무대로 변하는 디지털 실감 영상도 놓치기 아깝다.
부여의 단아한 기품, 정림사지

국립부여박물관 맞은편에는 백제 시대 호국 사찰 정림사 터인 정림사지가 있다. 이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백제의 미학이 압축적으로 담긴 5층 석탑.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뜻의 검이불루(儉而不陋)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높게 솟은 석탑의 비례감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단아하면서 당당한 기품을 뿜어낸다. 또한 절제미를 강조한 백제 특유의 세련된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석탑 앞에 서서 천년 전 백제인의 정교한 솜씨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끄러운 도심의 소음은 사라지고 마음속까지 정화되는 듯한 평온함이 느껴진다. 탑을 둘러싼 돌담길을 거닐며 사색하기에도 좋다.
백마강의 전설을 품다, 부소산성

여정은 백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소산성의 울창한 숲길로 향한다. 부소산성에서는 낙화암과 고란사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황포 돛배를 타고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의 절경을 감상해도 좋다. 백마강 유람선을 타면 시원한 강바람이 도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준다. 고즈넉한 부소산성 길을 천천히 거닐며 백제 왕실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도 좋다.
되살아난 사비궁의 위용, 백제문화단지

부여 DRT를 이용하는 여정의 백미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백제문화단지다. 사비궁의 화려한 위용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역사 체험관을 통해 백제인의 생활상을 경험하는 것도 특별한 즐거움이다. 금·토·일요일에는 야간 전시관도 운영한다. 밤하늘 아래 조명을 받아 빛나는 사비궁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백제의 밤으로 초대받은 듯한 황홀함을 선사한다. 웅장한 궁궐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말자.
여정의 끝과 새로운 연결, 공주역 KTX

부여 DRT의 종착지는 공주역. 부여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귀가하거나, 공주와 청주로 이어지는 다음 여정을 시작해도 좋다. 공주역에는 초광역형 관광 교통 홍보관이 곧 들어설 예정으로 여행자의 든든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충청권 전역의 관광지를 영상과 홍보 책자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