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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내 마음은 파랑

2026년 06월 01일

  • EDITOR 신송희
  • PHOTOGRAPHER 전재호

오래된 항구 마을 묵호부터 푸른 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지는 한섬,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은 전천, 야간 조명을 받아 신비롭게 빛나는 추암까지. 강원도 동해에서 서로 다른 표정의 풍경을 포착했다.

1. 낭만이 흐르는 해안 산책로
한섬감성바닷길

한섬해변에서 고불개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석회암 기둥인 라피에와 동해안에서 보기 드문 몽돌해변을 만난다.
해가 지면 리드미컬 게이트에 켜진 조명이 음악에 맞춰 리듬감 있게 반짝인다.

동해에는 유독 해안선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그중에서도 천곡동 해안 지대의 한섬감성바닷길은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다. 과거 군 해안 경계 철책으로 가로막혀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는데 2022년부터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감추사 육교에서 한섬해변, 고불개, 가세마을로 이어지는 약 2.2킬로미터의 해변 산책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경이 휙휙 달라진다. 장쾌한 동해 바다와 해안 절벽, 울창한 송림, 기암괴석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고, 한섬해변에서 고불개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는 석회암 암석 기둥인 라피에와 동해안에서 보기 드문 몽돌해변도 만난다. 유독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은 한섬해변이다. 나무 덱 옆으로 알록달록한 색을 입은 테트라포드가 줄지어 있고, 여기에 영동선 KTX-이음 열차가 지나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SNS를 통해 입소문 난 ‘빛 터널’에는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가 지면 분홍빛 노을이 번지고, 길이 100미터의 터널형 조형물 ‘리드미컬 게이트’에 조명이 켜지며 해변 분위기가 한층 몽환적으로 변한다.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반짝이는 조명 사이를 걷다 보면 잠시 현실 감각을 잃게 된다. 게이트 끝에 다다르자 비로소 한섬해변의 진짜 밤 풍경이 펼쳐진다. 모래사장을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엄마와 딸, 서로 사진을 찍어 주다 웃음을 터뜨리는 두 친구 등 밤바다에서는 사람들의 표정이 천진하고 부드러워진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한섬해안길 9
문의 033-530-2447

2. 전천 따라 걷는 느긋한 오후
무별이네 피크닉존 & 전천스테이션

동해시 캐릭터 무별이와 네 친구 조형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별이네 피크닉존.
과거 동해의 해안선을 달리던 바다열차를 모티브로 조성한 전천스테이션.
전천스테이션 아래쪽에 자리한 9홀 규모의 미니 골프장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북평 오일장을 비롯해 송정, 북삼, 삼화 등 동해 남부권을 둘러볼 계획이라면 반나절 산책 코스로 전천 일대를 추천한다. 하천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주민들이 밤낮으로 즐겨 찾는다. 최근에는 무별이네 피크닉존과 전천스테이션이 들어서며 작은 테마 공원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무별이네 피크닉존에서는 전천 옆에 자리한 높이 6미터, 폭 3.3미터 규모의 대형 캐릭터 ‘무별이’ 조형물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변에는 네 친구 캐릭터 조형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무릉계곡과 동해 바다, 추암 촛대바위, 망상해변 등 지역의 자연과 풍경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로, 동해를 여행하다 보면 바닷가 책방마을이나 한섬해변, 무릉별유천지 등에서 한 번쯤 마주한다. 액자형 포토존에서는 무심한 표정의 무별이 옆에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포토존 옆으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를 따라가면 피아노 계단과 그 위에 빨간 열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 동해의 해안선을 달리던 바다열차를 본뜬 전천스테이션이다. 약 18미터 길이의 기차 모형 두 동을 연결한 테마형 카페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과자와 빵, 냉동 피자는 물론 즉석 라면까지 갖춰져 있어 가볍게 요기하기 좋다. 자리에 앉아 통창 너머로 잔잔히 흐르는 전천과 그 위를 유영하는 청둥오리, 돌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가벼운 활동을 원한다면 전천스테이션 아래쪽에 자리한 9홀 규모의 미니 골프장에 가 보자.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해 산책길에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281
문의 033-530-2443

3. 발한동 골목에 분 새바람
바닷가 책방마을 & 두두달

묵호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자리한 바닷가 책방마을은 기차를 기다리며 만화책 한 권 펼쳐 보기 좋은 공간이다.
동해 바다에서 주운 바다 유리가 시들지 않는 화분으로, 조개껍데기는 아기자기한 오브제로 다시 태어났다.

1970년대 묵호항과 묵호역을 중심으로 출판사와 인쇄소, 책방 등이 성행한 발한동 일대는 1980년대 이후 어획량 감소와 석탄 산업 쇠퇴로 빠르게 침체되었다. 활기를 잃은 동네가 새 숨을 얻은 건 2017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계기로 바닷가 책방마을을 조성하면서였다. 바닷가 책방마을은 과거 묵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만화책과 무협지를 읽던 시절의 정취를 살린 만화책 특화형 공간이다. 몸을 푹 감싸는 빈백과 아늑한 벙커형 공간이 마련된 1층 만화책방에서는 특별한 큐레이션 코너가 눈길을 끈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무빙> <닥터 슬럼프>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헌터×헌터> <나루토>를 권한다. 2층에서는 여행의 순간을 네 컷 만화로 남기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엽서에 필사할 수 있다. 여행객의 발길을 붙드는 또 다른 스폿, 뉴월드 상가도 흥미롭다. 파란 천막 아래 소품 숍과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업사이클링 소품 숍 두두달이다. 동해 바다에서 주운 조개껍데기와 바다 유리를 영롱한 소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김지언 대표는 재료 본연의 형태와 질감을 살리면서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더한다. 시들지 않는 바다 유리 화분, 폐타일로 만든 마그넷, 유목에 조개껍데기와 바다 유리를 엮은 모빌 등은 한때 쓰레기 취급을 받던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조개껍데기와 바다 유리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김 대표의 일상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대진해수욕장에서 파도의 리듬에 맞춰 춤추는 서퍼들, 바닷속으로 잠수할 듯한 물고기 모양의 어달항 등대 등 작은 조개껍데기 안 풍경을 들여다보니 동해의 바람과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지리2길 20(바닷가 책방마을), 중앙시장길 12(두두달)
문의 033-530-2633(바닷가 책방마을), 0507-1346-8606(두두달)

4.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
추암해변

두두달의 김지언 대표는 재료 본연의 형태와 질감을 살리면서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더한 작업물을 선보인다.
동해 바다에서 주운 바다 유리가 시들지 않는 화분으로, 조개껍데기는 아기자기한 오브제로 다시 태어났다.

동해를 대표하는 해돋이 명소인 추암해변은 기암괴석과 해안 절벽, 고운 백사장이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하다. 규모는 작지만 절경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길고 뾰족하게 솟은 바위에 아침 해가 걸린 모습이 촛불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추암 촛대바위는 사계절 내내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센 파도에 주변 암석이 깎여 나가고 단단한 부분만 기둥처럼 남았는데, 기묘한 그 모습이 경이롭다. 주변에는 거인바위, 코끼리바위, 양머리바위 등 생김새에 따라 이름 붙은 돌기둥들이 서로 어깨를 맞댄 채 서 있다. 거대한 성벽처럼 늘어선 기암괴석 군락의 압도적인 기세에 절로 발길이 멈춘다. 반대편 언덕에 오르면 2019년 6월에 개통한 길이 72미터의 추암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를 건널 때의 아찔함과 함께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만큼 장관이다. 능파대, 추암해변, 멀리 삼척의 이사부사자공원까지 한눈에 담겨 두 도시의 해안선을 동시에 굽어보는 느낌이 특별하다. 출렁다리 끝에 다다르면 동선은 자연스럽게 추암조각공원 산책로로 이어진다. 나무 덱을 따라가며 최옥영의 ‘희망’, 정대현의 ‘The Sailer’, 임승오의 ‘시간의 그릇’ 등 30여 점의 개성 넘치는 조각 작품을 차례로 만난다. 해가 지면 추암해변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뀐다. 색색의 조명이 추암조각공원을 물들이고, 촛대바위에 망상해변, 추암해변 등 동해 관광지를 영상으로 비춰 밤바다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 474-3(추암조각공원 주차장)
문의 033-530-2801

5. 한 입의 여유, 한 잔의 휴식
한섬 & 도야하우스

한섬의 대표 메뉴 ‘동해한상’. 자연산 문어와 홍새우, 전복을 올린 솥밥에 성게미역국과 명태회무침 등 10여 가지 찬을 곁들여 한 상 가득 차려 낸다.
산뜻한 홍차 ‘윤슬과 일렁임’은 묵직한 치즈 테린과, 향긋한 ‘비치 냅 앤 포이트리’는 레몬을 넣어 새콤달콤한 배 소르베와 잘 어울린다.

한섬해변 인근에 자리한 한섬은 동해의 제철 해산물로 수준 높은 한 상 차림을 선보인다. 재료 손질부터 조리, 플레이팅까지 모든 과정에 동해 토박이인 이병옥·박가원 대표의 손길이 닿는다. 점심에는 해산물을 듬뿍 넣은 솥밥 정식을, 저녁에는 동해 보리새우무침과 묵호 문어카르파치오, 비천골 감자뇨키 같은 단품 요리를 낸다. 대표 메뉴는 ‘동해한상’. 자연산 문어와 홍새우, 전복을 올린 솥밥에 단품 요리로도 손색없는 성게미역국과 명태회무침, 한우소고기말이 등 10여 가지 찬을 곁들인 한 상이 차려진다. 연근과 채 썬 당근, 허브, 식용 꽃 등의 고명은 상차림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고, 높낮이가 다른 그릇에 음식을 균형감 있게 담아낸 차림새는 정성스럽고 우아하다. 한 입 한 입 음미하다 보면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한섬에서 근사한 한 끼를 즐겼다면, 티룸 도야하우스에서는 차 한 잔으로 여행의 속도를 늦춰 보자. 동해의 일출을 담은 브렉퍼스트 홍차 ‘윤슬과 일렁임’, 잠들기 전 포근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우 아우어’, 바다 소풍의 기억을 되살린 ‘비치 냅 앤 포이트리’ 등 김의규 대표가 일상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일곱 가지 블렌딩 티를 판매한다. “햇살이 부드럽게 해변 위로 내려앉았다. 멀리서 풍겨 오는 향긋한 열대 과일의 향미가 마치 낙원으로 온 듯한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티 네임 카드에서 비치 냅 앤 포이트리에 얽힌 문장을 읽으며 차를 마시다 보면 새콤달콤한 열대 과일 향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차에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로는 치즈 테린이 인기 있다. 특히 윤슬과 일렁임과의 조합이 좋은데, 홍차의 산뜻한 향이 묵직한 테린을 부드럽게 감싸며 풍미를 더한다.
주소 강원도 동해시 감추1길 38(한섬), 발한로 223-1(도야하우스)
문의 0507-1479-1434(한섬), 0507-1339-3431(도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