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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낭만 캠핑 강진·해남·영암

2026년 06월 01일

  • EDITOR 이미선
  • pHOTOGRAPHER 안홍범

꽃이 진 자리마다 초록 잎사귀가 돋았다. 노랑에 가까운 연두부터 한없이 깊은 초록까지, 풍성한 계절의 빛을 좇아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전남 강진·해남·영암. ‘강해영 프로젝트’의 제안에 따라 자연으로 깊숙이 들어가 바람을 베고 별을 덮고 누웠다. 지금부터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캠핑 시즌이다.

가족 캠퍼의 두 번째 집, 강진

내륙 깊은 곳까지 바닷물이 드나드는 강진은 만을 사이에 두고 험한 산줄기가 팔(八)자로 지나간다. 산은 바람을 막고 다도해는 높은 파도를 막아 강진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가우도 정상의 청자타워와 대구면 저두리를 잇는 길이 약 1킬로미터의 집트랙.

꽃이 지고 초록이 다채로운 계절이 오면, 이즈음 좋은 것은 모두 바깥에 있으니 밖으로 나가라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초록이 깊어져 무감각해지기 전에 시 같은 일상을 만나러 캠핑을 떠난다.
캠핑장을 선택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풍경, 교통 접근성, 부대시설, 청결도,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 등등. 강진만 서쪽 산자락에 조성한 청자촌 오토캠핑장은 강이나 바다에 면하지도 않고, 숲에 둘러싸인 것도 아니지만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캠핑족 사이에서 ‘두 번째 집’으로 불릴 정도로 재방문율이 높다. 캠핑장에 도착해 마주한 첫 풍경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남성 한 명이 열 살 남짓의 어린이 예닐곱 명과 함께 놀고 있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아이들끼리 친해졌고, 어른들이 돌아가며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취객의 주정이나 시끄러운 음악이 아닌, 청량한 아이들 웃음소리가 머문다.
청자촌 오토캠핑장은 두 구역으로 나뉜다. 1캠핑장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캐러밴과 캠핑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춘 이지캠핑 사이트, 그리고 오토캠핑 사이트가 있고, 2캠핑장은 오토캠핑 전용 사이트로 운영한다. 미끄럼틀이 있는 메인 놀이터 외에 트램펄린과 모래 놀이터가 있고, 여름에는 에어튜브 물놀이 시설도 운영한다. 캠핑장 맞은편에는 고려청자박물관과 한국민화뮤지엄이 자리하고, 차로 10분 거리에 갯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저마을과 다양한 레저 시설을 갖춘 가우도가 있다.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로 꾸민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캠핑장 옆 고려청자와 조선 민화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강진에서는 고급 고려청자를 생산했다. 한국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퍼센트를 강진에서 만들었을 정도로 청자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다. 청자촌 오토캠핑장 맞은편에는 고려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까지 500여 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고려청자박물관이 있다. 6500점에 달하는 소장품 중에는 ‘청자 음각 앵무문 발’ ‘청자 표형 주자’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청자 상감 매로학접문 사이호’ 등 국보급 유물이 다수 속해 있다.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2층 상설 전시실을 먼저 관람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그릇부터 상감청자가 쇠퇴하고 분청사기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온전한 형태보다 도편이 많지만, 색과 문양의 변화를 통해 고려청자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고려청자를 장식한 꽃문양을 테마로 구성한 특별 전시실과 명문이 새겨진 고려청자를 전시한 기획 전시실을 지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로 꾸민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까지 둘러봤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완성된 도자기 표면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조각 체험과 흙을 가래떡처럼 만들어 원하는 모양으로 쌓아 올리며 그릇을 만드는 코일링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한국민화뮤지엄에도 들렀다.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 박물관인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이다. 전문 해설가를 따라 전시장을 돌아보며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의 상징과 의미를 찬찬히 뜯어봤다. 뮤지엄 1층에는 민화 상설 전시실을 비롯해 민화 체험장, 4D 영상 체험실, 뮤지엄 숍 등이 있고 2층에는 현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기획 전시실과 성인 전용으로 운영하는 춘화방이 자리한다. 뮤지엄 숍은 민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로 북적인다. 에코백, 쿠션, 부채, 목함 등에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 선택해 채색하는 작업이라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한국민화뮤지엄은 4500여 점의 소장 유물 중 250여 점을 상시 순환 전시한다.

재방문객이 많은 청자촌 오토캠핑장.

걸어서 들어갔다 날아서 나오는 가우도
가우도는 강진만이 품은 10여 개 섬 중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외딴섬이었는데, 서쪽 도암면 망호선착장을 잇는 다산다리와 동쪽 대구면 저두리를 잇는 청자다리가 놓이면서 관광지로 거듭났다. 두 다리 모두 차량 통행이 금지된 보행교라 섬 안에서는 걸어서만 다녀야 한다. 덕분에 섬에서 보내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청자다리 입구에서 둘레길인 함께해길을 따라 가우도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데는 1시간 10분, 입도 후 모노레일을 타고 청자타워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섬을 한 바퀴 도는 데는 1시간 50분가량 걸린다. 다산다리 쪽에 모여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황가오리빵굽는집에 들른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섬을 천천히 한 바퀴 산책할 생각으로 가우도에 들어갔다. 섬에 닿자마자 왼쪽으로 제트보트 탑승장과 모노레일 승강장이 보인다. 바다 위에서 물살을 가르며 제트보트를 즐기거나 패들보드를 타고 강진만 바다를 유영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른쪽으로 난 함께해길로 들어섰다.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와 잔잔한 파도 소리가 초여름의 청량함을 더한다. 출렁다리 앞에 섰다. 조금 전까지 순정 만화 같던 바람의 장르가 순식간에 스릴러 영화로 바뀌었다. 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 섬 최북단 전망대에 도착한 뒤 숨을 고르고 다시 길을 걸었다. 다산다리와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자 펜션과 민박, 식당, 슈퍼마켓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다에는 복합낚시공원이 개장했는데, 가우도에서 유일하게 낚시가 허락되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서부터 모노레일 승강장까지 잔도가 이어진다.
모노레일에 탑승해 청자타워에 올랐다.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집라인을 타고 바다 위를 날아 섬을 벗어날 생각이다. 장르가 다시 공포 영화로 바뀐다. 겹겹이 안전장치를 해도 심박수가 잦아들지 않는다. 심호흡을 하고 낮게 점프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이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하강한다. 속도가 조금씩 늦춰지는 기분에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물 빠진 갯벌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난다.

캠핑카 밖은 바다, 해남

목포와 진도 사이, 해남읍에서 북서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화원반도는 길을 따라 바다와 들판, 크고 작은 저수지와 산악 지대까지 다채로운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해남 화원반도와 목포 달리도 사이 협수로에서 바다를 지키는 목포구등대.
오시아노 캠핑장의 백미인 해변의 노을을 기록하는 소녀들.

짐을 꾸리지 않고 텐트를 펴지 않아도 된다. 길을 따라 달리다 멈추는 곳이 집이 된다. 맑은 날이면 볕을 쬐다가 별을 세며 잠들고, 흐린 날에는 흙냄새를 맡으며 빗소리를 음악 삼아 자연 속에 머문다. 캠핑카 여행의 꿈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던 날, KTX 열차표 가격을 50퍼센트 할인해 주는 ‘해남 캠핑카 시티투어’ 상품을 발견했다. 캠핑장 이용료도 무료다. 한정된 공간에 침실과 주방, 탁자, 소파는 물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텔레비전, 냉난방 시스템까지 짜맞춤 가구처럼 빽빽하게 채워 넣은 캠핑카는 바퀴 달린 집에 가깝다. 차량 내에는 침구 세트와 구이바다(캠핑용 버너), 취사(코펠, 설거지용품, 수저 등) 세트가 구비되어 있어 먹거리만 준비하면 된다. 해남 캠핑카 시티투어 차량은 2·4인승과 5인승으로 나뉘는데, 4인승은 2인승 차량에 팝업 텐트를 더한 형태다. 2·4인승은 전기차 충전비까지 무료다. 공간이 넓은 5인승에는 샤워 시설과 물 충전 탱크가 갖춰져 움직임이 조금 더 여유롭다. 모든 차량 이용 시 2종 보통면허가 필요하며, 운전 경력은 1년 이상이어야 한다.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노을이 아름다운 목포구등대
목포역 부근에서 해남 시티투어 캠핑카를 타고 화원반도로 향했다. 별암포구에서 대한조선을 지나 양화마을에 들어서자 해풍에 누렇게 익어 가는 청보리가 나른하게 춤을 춘다. 경사진 구릉을 따라 하얀 완두콩꽃과 짙은 초록의 대파밭, 호밀밭이 층층이 이어진다. 바람 때문인지 나무들이 위보다 옆으로 더 풍성하게 자란 느낌이다. 마을을 빠져나와 화원반도 북쪽 끝에 이르자 해안 절벽 아래로 범선을 닮은 등대가 보인다. 해남 화원반도와 목포 달리도 사이를 지나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좁은 수로 입구에서 배를 안내하는 목포구(木浦口)등대다. 대한제국 시대인 1908년 이곳에 처음 등대를 세웠고, 2003년 12월 높이 36미터의 신형 등대로 교체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인 등대였다가 선박 통항량이 증가하고 대형화되면서 1964년에 유인 등대로 바뀌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2023년 다시 무인 등대로 전환됐다.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바다를 지키는 등대라니, 5초마다 깜빡이는 섬광이 어쩐지 비장하게 느껴진다. 등대가 보내는 불빛은 40킬로미터 밖까지 닿는다. 등대 안에는 해양 역사와 등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실이 있다. 신형 등대 뒤편에는 100년도 넘은 옛 등대가 서 있다. 7.2미터 높이로 돔형 지붕 꼭대기에 풍향계가 있고, 등롱에 오르는 계단과 등롱 지붕 손잡이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구등대 인근 전망대에 서면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에 목포 달리도와 외달도가, 멀리는 신안 압해대교와 다도해가 펼쳐진다. 해가 기울 즈음 수평선과 교량, 다도해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화원반도 최고의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등대 입구에서 이어지는 해안 덱 길은 매봉산 산비탈을 따라 나 있어 걸으면서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바다 바로 앞에 자리한 해남 시티투어 캠핑카 전용 스테이션.

낭만 바다 캠핑, 오시아노 캠핑장
목포구등대에서 오시아노 캠핑장으로 가는 길, 차창을 내리자 때죽나무 향이 풍겨 온다. 오색찬란하게 봄을 알리던 꽃이 지고, 하얀 꽃과 푸른 잎사귀를 틔우며 계절은 또 다른 경계를 넘는 중이다. 노을이 아름다운 오시아노 캠핑장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1캠핑장에는 ‘우주선 캐러밴’이라 불리는 럭셔리 트레일러 네 동과 함께 방, 화장실, 거실이 분리된 글램핑 텐트 다섯 동이 있다. 2캠핑장과 3캠핑장은 신선한 풀 내음을 맡을 수 있도록 잔디밭에 조성했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경사지에 위치해 텐트 안으로 아스라이 바다가 들어온다. 시티투어 캠핑카 전용 스테이션은 바다와 면한 5캠핑장에 있다. 사이트마다 튼튼한 천막 아래 의자와 테이블, 불멍 화로가 구비되어 있다. 새벽 추위에 대비해 관리 사무소에서 전기장판을 빌렸다. 무인으로 24시간 운영하는 매점은 스낵과 음료, 캠핑용품은 물론 한강라면자판기까지 갖췄다. 7~8월 성수기에는 육류와 채소 등 해남 지역에서 난 식재료도 판매한다. 캠핑장이 품은 바다의 해안선은 U 자 두 개가 포개진 형태다. 한쪽은 해양 레저 체험장으로, 다른 쪽은 갯벌 체험장으로 운영한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지역이지만 바다에 둑을 설치해 물때에 상관없이 놀이를 즐길 수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단, 7~8월 외에는 주말에만 운영)는 카약과 패들보드 같은 레포츠도 가능하다. 7~8월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갯벌 체험장에는 바다 고둥, 꼬막, 모시조개, 꼬마 게 등이 풍부해 2~3시간 만에 4인 가족의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을 채취할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 캠핑장 주변을 두어 바퀴 돌다 노을 전망대로 향했다. 반짝이는 윤슬이 노을보다 찬란하다.

해남 시티투어 캠핑카를 이용하면 캠핑 사이트와 일부 관광지 입장이 무료다.

하늘에서 되새기는 명량 해전의 역사
해남 시티투어 캠핑카를 예약하면 명량해상케이블카, 포레스트수목원,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땅끝모노레일, 두륜산 케이블카 중 한 가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캠핑카를 타고 해남 외 지역을 방문할 때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오시아노 캠핑장에서 가까운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러 우수영국민관광지로 향했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이 명량의 거센 물살을 이용해 크게 승리한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 이색대첩비, 울돌목 스카이워크, 강강술래전수관 등이 들어서 있다. 먼저 울돌목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바다 쪽으로 32미터 돌출된 이곳은 높이 25미터에 이르는 주탑 아래 총 110미터의 길이 이어지는데, 전체 모양이 판옥선의 돛을 닮았다. 강강술래를 하듯 울돌목의 거센 물살 위를 거닐 수 있도록 한 길에는 ‘강강수월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울돌목 스카이워크 아래에는 ‘명량의 고뇌하는 이순신상’이 있다. 풍전등화 같던 조국을 지키기 위해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갑옷이 아닌 동다리를 입고 손에는 검 대신 지도를 들고 있다.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탑승하러 이동했다. 해남과 진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로, 길이는 짧지만 울돌목의 거친 물살과 진도대교, 그리고 다도해의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반 캐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으로 나뉘는데, 울돌목의 역동적인 물살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려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좋다.

월출산에 안겨 달빛 캠핑, 영암

월출산의 한자를 풀이하면 ‘달이 뜨는 산’이다. 서해에 접해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산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화수를 떠 놓고 물에 비친 달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영험한 기운이 깃든 곳이다.

월출산 북쪽 둘레에 조성한 기찬묏길. 황톳길 구간은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

캠핑을 하다 보면 세간은 단출하고 생각은 단순해지며 불편함은 낭만이 된다는데, 유유자적한 음유시인을 꿈꾸던 것과 달리 초보 캠퍼의 하루는 분주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구입한 뒤 예약해 둔 캠핑장으로 향했다.
월출산국립공원 산자락에 터를 잡은 영암국민여가캠핑장은 앞쪽으로 깊은 계곡을 끼고, 뒤쪽으로는 높은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산의 가파른 경사면에 캠핑장을 조성해 사이트마다 단차가 생겨 독립적인 느낌을 준다.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하다 보면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캠핑 의자에 눕듯이 앉아 주변을 살핀다. 풀벌레 소리 너머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캠핑장의 가장 높은 곳, 전망대 역할을 하는 정자에 올랐다. 험준한 산과 광활한 들판 너머에 영암읍이 꽃처럼 박혀 있다. 이곳이라면 별을 덮고 바람을 벤 채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영암 최고의 일출을 볼 수 있는 덕진차밭과 월출산.
월출산에 안겨 별을 덮고 잠들 수 있는 영암국민여가캠핑장.

가벼운 트레킹, 기찬묏길
영암국민여가캠핑장이 위치한 회문리 일대는 다양한 야생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캠핑장 주변으로 월출산 북서면 둘레를 넘나드는 기찬묏길이 연결된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미암리 두암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40킬로미터의 트레킹 길로, 월출산 기슭을 따라 지상의 기가 모여 하늘로 솟구치는 모양으로 조성했다. 말 그대로 기(氣)찬묏(山)길이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 기찬묏길에서 경치가 가장 좋다는 6.7킬로미터 구간을 걸었다.
바위가 많은 월출산 자락에 자리했지만 둘레길이라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다. 편백나무, 삼나무, 밤나무 등이 촘촘한 숲길이 이어지는데, 숲을 벗어난 구간에서는 월출산의 화려한 암봉이 위용을 드러낸다. 오래전 암봉에서 떨어져 나왔을 커다란 바위가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구간은 산성대 탐방로 입구에서 영암국민여가캠핑장까지 이어지는 황톳길이다. 660미터에 이르는 이 길을 맨발로 걸으면 기찬묏길이라는 이름 그대로 ‘기’가 채워지는 듯하다. 영암국민여가캠핑장에서 금강송 숲길을 지나면 기찬랜드가 나온다. 여름이면 천연 풀장이 만들어져 피서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풀장에 채워진 물은 천황봉에서 발원해 맥반석 계곡을 따라 사방댐에 모인 천연수로, 각종 미네랄을 함유해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기찬랜드 주변에는 가야금산조기념관과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조훈현 바둑기념관이 복합 관광단지를 이뤄 볼거리가 풍부하다.
영암 최고의 일출을 볼 수 있는 덕진차밭을 지나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옥이 여러 채 모여 있는 마을을 발견했다. 조선 전기 예문관에서 글을 다루던 문신 연촌 최덕지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사위 신후경과 함께 지었다는 정자 영보정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영보학원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항일 구국 정신을 심어 주고, 1932년 영보농민항일운동의 중심이 된 곳도 영보정이다. 해방 후에는 영보국민학교 교실로 사용했으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영보정은 건축적 아름다움과 마을 공동체의 공간, 나라 사랑의 정신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되었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니 거대한 느티나무가 푸른 들판과 어우러져 더없이 평화롭다. 현판 글씨는 한석봉이 쓴 것이라 전해진다. 마을을 거닐며 지역 향약과 공동체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동계사, 최덕지 초상 및 유지 초본을 봉안한 영당, 녹동서원의 목판과 고문서가 여러 점 보관된 전각을 천천히 둘러봤다.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의 체험 카트.
6월 6일과 7일 F1 트랙에서 2026 KIC 챌린지 레이스가 펼쳐진다. © KIC

모터스포츠의 메카, 국제자동차경주장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전설이 되지 못한 베테랑 드라이버가 최하위 팀에 합류해 천재 드라이버와 팀을 이뤄 일생일대 레이스를 펼치는 영화 의 스토리는 모터스포츠 문외한에게도 감동적이었다. 2시간 가까이 화면을 가득 채운 최첨단 자동차와 속도감이 주는 짜릿함은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쉬이 누그러들지 않았다. 영암 여행 버킷 리스트에 국제자동차경주장(Korea International Circuit, KIC)을 넣은 이유다. KIC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살피니 모터사이클 트랙 데이가 예정돼 있었다. 전문 레이서부터 취미로 트랙을 찾는 라이더까지 각자의 속도로 트랙을 달리는 모터사이클 주행 이벤트다. 총길이 5.6킬로미터의 KIC는 국내 유일의 F1 서킷으로, 독일의 서킷 디자이너 헤르만 틸케가 설계했다. 긴 직선 구간과 까다로운 코너가 교차하며,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운 좋게 주행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피트 월(pit wall)에 들어갔다. 피트 구역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감각이 귀로 쏠린다.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 평소에는 바람과 햇빛이 지배하는 공간이 전혀 다른 세계로 바뀐 느낌이다. 고회전으로 치솟는 엔진음, 급격히 감속할 때의 금속성 마찰음, 다시 직선 구간에서 폭발하듯 뻗어 나가는 가속의 리듬. 그 소리들이 라이더의 언어처럼 들린다. 관람석에서는 직선에서 최고 속도로 달리던 오토바이가 한순간 몸을 낮추며 코너를 파고드는 장면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영암 서킷은 일반인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갖도록 개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 하나가 체험 카트다. 레이싱의 세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그리고 비교적 안전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안전 교육을 받고 카트 조작법을 배운 뒤 헬멧을 쓰고 카트에 올라탔다. 갑자기 시선이 낮아지면서 몸이 노면과 가까워진다. 속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진다. 안전상의 이유로 최고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로 제한한다고 들었는데, 체감은 훨씬 빠르다. 모터스포츠를 경험하고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옆 사람에게 모터스포츠 관람법을 물었다. 6월 6일부터 이틀간 F1 트랙에서 2026 KIC 챌린지 레이스가 열리는데,
유튜브 채널(youtube.com/@SLTVSPORTS) 생중계를 보면 룰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강해영 프로젝트가 보증하는
강진∙해남∙영암 캠핑장

숲속 야영장부터 바닷가 글램핑까지, 남도 캠핑의 멋을 만끽할 캠핑장을 추천한다.

강진

동화 감성의 정원 캠핑 림스글램핑
동화 같은 감성과 글램핑의 편리함을 갖춘 림스글램핑은 전남의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림스가든 안에 있다. 수영장과 핀란드식 사우나, 트램펄린 등의 시설을 갖췄고, 캠핑장 주변으로 산책로를 조성했다. 일부 글램핑 동과 캐러밴을 반려동물 동반 숙소로 운영하며, 강아지 전용 수영장도 있다. 불멍이나 캠프파이어를 하다가 별을 세며 잠들기 좋다.
주소 전남 강진군 강진읍 해강로 1038-30
문의 0507-1462-2391

복층 구조에 개별 수영장까지 갖춘 온길글램핑
칠량면 해안가에 터를 잡은 온길글램핑은 ‘따뜻한 길’ ‘와 봤던 길’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따뜻한 추억의 공간을 지향한다. 글램핑 동과 이글루 동으로 나뉘며, 글램핑 동은 복층 구조에 개별 수영장이 딸려 있다. 모든 객실은 독립형 구조로, 내부에서 칠량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조용한 휴식과 감성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커플이나 가족 여행객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주소 전남 강진군 칠량면 칠량옹기로 115
문의 070-4468-1611

해남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하는 땅끝오토캠핑장
땅끝송호해수욕장 남쪽에 위치해 송호해변의 일몰과 땅끝전망대의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캠핑장이다. 해남군이 운영하는 공공 캠핑장으로 요금이 합리적이다. 바다와 해송림, 해변이 어우러져 낮에는 산책과 휴식을 즐기고, 밤에는 별과 달을 감상하기 좋다. 일반 야영장과 캐러밴으로 나뉘며 잔디와 덱 사이트가 있다. 땅끝전망대, 땅끝탑 등 해남 대표 관광지와 가깝다.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산길 25-5
문의 061-534-0830

캠핑 감성을 더한 체험과 휴식 땅끝황토나라테마촌캠핑장
땅끝황토나라테마촌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소나무 그늘이 매력적인 숲속캠핑존과 넓은 잔디밭이 있는 오토캠핑존으로 나뉜다. 오토캠핑존에는 야영 사이트 외에 캐러밴 18대가 있다. 땅끝황토나라테마촌에는 캠핑장 외에도 생태 수변 공원과 음악 분수대, 고향뜰 산책로 같은 휴식 공간이 있으며 조개잡이나 바지선 낚시 같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1730
문의 061-533-9822

영암

자연 속 소박한 캠핑의 매력 동글감나무캠핑장
검은색 외벽의 현대적 글램핑 돔과 노란 파라솔의 조화가 인상적인 캠핑장. 사이트마다 개별 화장실과 샤워 공간, 개수대가 있고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의 가전도 갖췄다. 놀이터와 트램펄린, 수영장도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캠퍼들에게 인기가 높다. 화목으로 데우는 개별 자쿠지를 설치해 겨울에도 낭만 캠핑을 즐기기 좋다. 단, 반려동물은 동반할 수 없다.
주소 전남 영암군 금정면 활성산길 21
문의 0507-1461-8785

월출산 탐방로와 바로 연결되는 천황야영장
웅장한 바위 봉우리와 짙푸른 숲이 어우러진 월출산국립공원 천황지구에 자리한 국립공원형 캠핑장. 도심형 캠핑장과 달리 아늑하고 조용해 밀도 높은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일반 야영지와 하우스, 캐러밴이 조성돼 있고, 캐러밴과 일반 야영지를 결합한 복합 영지도 있다. 야영장에서 월출산 탐방로로 접근하기 쉬운 것도 장점.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주소 전남 영암군 영암읍 천황사로 280-73
문의 061-473-5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