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사용법이 정해진 놀이가 아닌 스스로 상상하고 만드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창작이 곧 놀이가 되는 곳,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오후 3시, 아이들로 북적여야 할 시간인데 놀이터가 한산하다. 시설이 낡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같은 단조로운 놀이기구에 흥미가 떨어진 탓이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놀거리를 갖춘 ‘서울형 키즈카페’로 몰려든다. 원어민 강사가 상주하는 영어 특화형 공간부터 모래 놀이터에 미디어 아트를 접목한 체험형 공간, 그리고 집라인·클라이밍·트램펄린 등으로 이루어진 정글 놀이 공간까지, 진화한 서울형 키즈카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도 ‘어린이 공예 놀이터’ 콘셉트의 서울형 키즈카페로 재단장해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뚝딱뚝딱. 어린이박물관에서 들리는 경쾌한 망치 소리를 따라가 보면 아이들이 금속판에 메시지를 새긴 펜던트, 비즈 스티커로 꾸민 별 모양 점토 그릇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재료를 탐색하고 창작물을 완성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이런 곳이에요
지난 2월, 공예를 주제로 한 서울형 키즈카페로 새 단장을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5~8세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캡슐 뽑기, 자석 놀이판, 자율 드로잉 등 놀이 요소를 대폭 늘린 것이다. 2층 ‘공예마을’에서는 금속·나무·그릇 공예, 3층 ‘아이들 스튜디오’에서는 직물 공예 중심의 창작 활동이 이루어진다. 아이들은 공예 작품을 가까이서 만나고, 연계된 체험을 놀이하듯 즐기며 공예와 친해진다. 9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간으로 보호자 동반이 필수다. 모든 체험은 무료이고,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2층 Ι 공예마을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창작 공간으로, 철물공방·가구공방·그릇공방으로 나뉜다. 각 공방에서 아이들은 금속, 나무, 점토 등 다양한 재료와 망치, 목공 풀, 조각칼 등의 도구를 다루며 스스로 작품을 완성한다. 정해진 방식은 없다. 마음 가는 대로, 손이 이끄는 대로, 무엇이든 만들면 된다. 그렇게 탄생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공예품은 집으로 가져간다.

그릇공방의 미션은 ‘생일 파티 상 차리기’. 음식 모형 더미에서 케이크와 마카롱, 도넛을 고르고, 해물라면의 면 역할을 할 실과 고명으로 올릴 게와 새우를 찾아낸다. 이제 그릇을 고를 차례. 소스용 종지부터 두툼한 스테인리스 볼, 투명한 칵테일 잔까지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아이들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납작한 나무 접시에 디저트를 가지런히 올리고, 국물이 있는 해물라면은 깊은 도자기 그릇에 담는다. 플레이팅을 하며 그릇의 쓰임과 형태도 자연스럽게 익힌다.

가구공방에서 한 아이가 나무 조각을 들고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구멍이 뚫린 원형 조각 네 개에 긴 나무 막대를 하나씩 꽂아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직사각형 조각을 목공 풀로 붙여 형태를 만든다. 여기에 파란 펠트지와 눈알을 붙이자 귀여운 호랑이가 탄생했다. 같은 재료라도 창작물은 제각각이다. 다른 아이는 원형 조각을 바퀴 삼아 자동차를 완성했다. 서로의 작품을 높이 들어 보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땅땅. 철물공방에서 경쾌한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원형의 알루미늄 금속판에 각인 막대를 세우고 망치로 힘 있게 내리치자 이니셜과 하트, 별 문양이 또렷하게 찍힌다. 여기에 알록달록한 비즈 스티커를 붙이니 색감이 한층 화사해진다. 작업이 끝난 금속판에 가죽끈을 달면 나만의 멋진 목걸이가 완성된다.
3층 Ι 아이들 스튜디오

직물 공예가의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연계된 창작 활동을 하는 공간. 세 개의 스튜디오로 이루어졌다. 스튜디오1에는 섬유공예가 조소희의 그물 놀이터 ‘…where…’를 상설 전시하고, 기획전시실인 스튜디오2에서는 블랙 라이트 아래 형광색 실로 사람 간의 연결을 나타내는 이은숙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마음을 이어 주는 곰돌이’가 8월 말까지 방문객을 만난다. 스튜디오3에서는 다양한 옷감으로 옷차림을 완성하는 상시 워크숍 ‘디자이너 노트’를 비롯해 기획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월에는 이은숙 작가와 함께 감정을 바람개비로 표현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어둠 속 색색의 빛을 뿜어내는 곰돌이 앞에서 아이들의 발걸음이 멈춘다. 이은숙 작가의 ‘마음을 이어 주는 곰돌이’다. 블랙 라이트 아래 초록·주황·분홍·흰색 등 다채로운 색깔의 형광 실이 서로 얽히며 내는 빛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은 작가가 사용하던 형광 실로 마그넷을 만들고, 형광펜으로 엽서를 꾸미며 작품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다양한 옷감으로 옷차림을 완성하는 ‘디자이너 노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미션 캡슐을 뽑는다. 캡슐 기계에 코인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자 “몸을 많이 움직이는 날이야!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해”라는 미션이 적힌 캡슐이 또르르 굴러 나온다. ‘그렇다면 면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가 좋겠군.’ 옷의 소재와 형태를 떠올리며 나만의 스타일을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거대한 연둣빛 그물 놀이터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섬유공예가 조소희의 설치미술 작품 ‘…where…’다. 거미집을 닮은 독특한 형태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하나둘 몸을 낮춰 구멍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물의 감촉이 낯선지 손으로 만져 보기만 하다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고, 몸이 퉁 하고 튕겨 오른다. 경계심이 풀린 아이들은 그제야 그물에 매달리고 기어오르며 놀이에 흠뻑 빠져든다.

반짝이가 뿌려진 망사, 부드러운 감촉의 코듀로이, 까끌거리는 데님까지. 다양한 재질과 패턴의 옷감을 하나씩 만져 본다. 옆에 놓인 힌트 카드를 펼치니 “편한 옷은 잘 늘어나는 소재로, 키가 커 보이고 싶다면 세로 줄무늬를 고르세요”라고 적혀 있다. 힌트를 바탕으로 스트라이프 패턴 여러 종을 하나씩 몸에 대 보며 마음에 드는 옷차림을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