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미터에 자리한 계촌마을은 매년 여름,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아트 홀로 변신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원도 평창군과 마을 주민이 이루어 낸 기적, 계촌 클래식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폐교 위기에서 피어난 별빛 협주곡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주민이 2000명도 채 되지 않는 계촌마을에 기적 같은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인구 감소로 2009년 계촌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이 마을은 이제 매년 수천 명의 관객이 찾는 ‘대한민국 클래식의 성지’로 탈바꿈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 전교생이 단원이 되어 계촌별빛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이다. 강릉시교향악단 출신의 권오이 교장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 손에 악기를 쥐여 주었고,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며 2012년에는 계촌중학교 계촌별빛오케스트라 창단도 이루어 냈다. 시골 마을의 작은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함께한 ‘예술마을 프로젝트’였다. 문화 예술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공익 사업인 예술마을 프로젝트에 2015년 계촌별빛오케스트라가 낙점된 것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전문적인 오케스트라 교육과 다채로운 문화 교실을 지원하며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고, 지자체의 행정력과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더해져 민·관·학이 하나 된 이상적인 문화 생태계가 구축되었다.


세계 정상급 음악인이 무대에 서다
계촌마을에 클래식 무대가 처음 열린 것은 2015년, 제1회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이하 계촌 클래식 축제)였다. ‘첼로와 판소리, 마을을 만나다’를 주제로 열린 첫 축제에서는 계촌별빛오케스트라의 무대를 시작으로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김태형 등 총 19팀이 관객을 만났다. 거리에선 클래식 음악살롱, 미디어 전시 등 주민과 관객이 격의 없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축제가 펼쳐졌다.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축제는 멈추지 않았다. 2021년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CMK 앙상블(구 온드림 앙상블) 등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2022년 축제는 ‘별빛 콘서트’ ‘파크 콘서트’ ‘미드나잇 콘서트’로 구성되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오프라인 축제로 운영되었다. 윌슨 응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등이 참여했다. 축제가 10주년을 맞은 2024년의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백건우, 이진상 등 국가대표급 피아니스트 3인방이 무대에 올랐으며, 사전 예약에만 1만 7000여 명이 몰렸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클래식 축제로 위상을 공고히 한 것이다. 지휘자 김선욱과 정치용, 성악가 사무엘 윤 등 정상급 음악가들이 가세해 클래식의 정수를 선보였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으로 구성된 CMK 앙상블이 플루티스트 이예린, 첼리스트 주연선과 함께 무대를 꾸며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뜻깊은 무대도 선보였다.
지난해에 개최된 제11회 축제도 열기가 뜨거웠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김태형, 소프라노 홍혜란과 국립합창단의 웅장한 하모니는 물론, 해금과 피아노, 하모니카와 색소폰의 협연도 돋보였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미드나잇 콘서트’에서 독보적인 음색으로 계촌마을의 밤을 황홀하게 물들였다.


지역 상생의 감동적 모범 사례
계촌 클래식 축제의 진정한 매력은 정형화된 공연장을 벗어난 공간의 미학에 있다. 울창한 계수나무 숲이 무대의 배경이 되는 ‘별빛 콘서트’는 자연의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가 제2의 악기가 되는 특별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2024년 첫선을 보인 ‘비닐하우스 콘서트’는 농촌의 일상적 공간인 비닐하우스에서 정교한 실내악을 감상하는 파격적인 기획으로 찬사를 받았다. 낮 시간의 ‘파크 콘서트’에서는 해금과 재즈 피아노의 만남, 하모니카와 색소폰의 듀오 무대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크로스오버 공연이 펼쳐졌다. 여기에 시인 안희연의 강연이 곁들여진 ‘계촌살롱’, 골목이나 하천 등 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계촌길 콘서트’와 각종 예술 체험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관람 이상의 깊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계촌 클래식 축제가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지역과 함께하는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11년간 14만여 명의 관객을 유치하며 일상 속 문화 확산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축제 기간에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는 계촌마을만의 따뜻한 인심을 전하며 축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축제의 가장 감동적인 하이라이트는 한국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로 불리는 계촌별빛오케스트라의 공연이다. 계촌초·중학교 전교생이 단원으로 참여해 세계적 거장들과 한 무대에 서는 순간이다. 예술이 한 아이의 꿈을 키우고, 그 꿈이 모여 마을의 미래를 바꾸는 기적은 매년 현재 진행형으로 계촌마을의 숲속에서 계속되고 있다. 클래식이 낯설었던 주민들도 이젠 클래식과 함께하는 삶에 자부심을 느낀다.
해발 700미터에 자리한 계촌마을은 이제 가로등 스피커에서 음악이 흐르고, 농산물 상자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라는 문구가 붙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벽화와 새롭게 단장한 클래식 공원, 마을 곳곳의 조형물은 방문객에게 일상 속 예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최근에는 축제의 영향으로 편의점은 물론, 감각적인 카페가 문을 여는 등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방림면 계촌리부터 방림리, 운교리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들은 기획 단계부터 축제에 참여하며 민·관·학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냈다. 낯설기만 하던 클래식을 애정으로 품어 안은 계촌리 주민들은 예술마을 프로젝트가 피워 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계수나무 숲을 무대 삼아 여름밤의 낭만 속으로
올해 6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제12회 계촌 클래식 축제도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축제의 서막을 여는 1일 차 ‘별빛 콘서트’에는 축제의 마스코트인 계촌별빛오케스트라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피아니스트 김송현,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가 무대에 올라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전한다. 2일 차에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들로 구성된 CMK 앙상블과 플루티스트 이예린의 ‘햇살 콘서트’가 낮 시간을 수놓는다. 이어지는 ‘별빛 콘서트’에서는 아드리앙 페리숑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한재민의 협연이 숲속의 밤을 절정으로 이끌고,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달빛 콘서트’가 한밤의 낭만을 더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3일 차에는 솔루스 브라스 퀸텟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대미를 장식해 잊지 못할 여름날의 무대를 완성한다.
울창한 계수나무 숲이 곧 무대인 계촌 클래식 축제는 자연의 소리가 제2의 악기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KTX를 타고 평창으로 향하는 여정은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 계촌마을 꿈나무들과 세계적 거장이 한 무대에 서는 뭉클한 순간, 울창한 숲이 객석이 되고 바람이 악보를 넘기는 계촌 클래식 축제는 올여름 일상에 가장 아름다운 쉼표를 찍어 줄 것이다. 예술이 어떻게 지역의 풍경과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변화시키는지 그 기적의 현장으로 달려가 보자.



2026 계촌 클래식 축제 예매 방법
- 신청 기간 5월 6일(수)까지
- 신청 방법 네이버 예약(네이버에서 ‘계촌 클래식 축제’ 검색)
- 당첨자 발표 5월 8일(금), 개별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