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의 신미하 대표가 새로운 취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실과 바늘을 건넨다. 내면의 건강을 돌보는 방법으로 뜨개를 제안하는 것이다.


뜨개에 매료된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서울 연희동의 뜨개용품 전문점 바늘이야기에 들어서면 매장을 돌며 장바구니에 색색의 실을 담는 풍경이 펼쳐지고,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 쎄비 하우스에서는 바늘을 손에 쥔 뜨개 애호가를 쉽게 만난다.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는 뜨개 모임은 물론, 조도를 조절한 극장에서 영화와 뜨개를 함께 즐기는 특별한 상영회도 열린다. 전 세대가 뜨개를 여가 활동으로 택한 데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져 마음이 차분해지고, 손수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몰입감과 성취감을 맛본다.
마인드 피트니스에 뜨개를 접목한 브랜드도 생겼다. 신미하 대표가 이끄는 ‘땡스(thnx)’가 그중 하나다. 10여 년간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한 신 대표는 직장인 시절 집에서도 업무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어느 날 엄마를 따라 뜨개를 시작했는데, 한 코 한 코 뜨다 보니 복잡한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졌다. 밤마다 목표를 잡지 않고 뜨는 행위에만 몰두했고, 많은 사람과 뜨개로 휴식을 되찾는 법을 나누고 싶어 2022년 8월 브랜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누구나 이 분야에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도록 뜨개어 사전, 바늘 사이즈 변환기, 배색 플래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튜토리얼 영상도 올렸다.

뜨개로 돌보는 마음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하던 신 대표는 책상 위 공간을 취향대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 문화를 떠올렸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으로 사랑받는 직장인의 필수템 스트레스 볼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름하여 ‘스뜨레스 볼’. 부드러운 실을 만지고 뜨는 과정에도, 스뜨레스 볼을 주무르는 순간에도 기분이 전환되길 바랐다. 완성품에 붙인 충혈된 눈 스티커는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다음 간단한 코바늘 기법을 이용해 시들지 않는 반려 식물을 구상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 모양으로 형태를 잡고, 화분에 가습 효과가 있는 편백나무 칩을 넣었다. 언제나 책상 한쪽에서 당신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Cheer up 선인장 씨’라고 지었다. 신 대표는 마음이 건조할 때 편백나무 칩에 물을 뿌리고, 모자에 소량의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려 틈틈이 환기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루틴을 제안한다. “매일 오후 세 시가 되면 손을 씻고 좋아하는 향의 핸드크림을 바르세요. 실제로 손을 씻는 행위는 뇌에 일종의 리셋 버튼처럼 작용해 생각을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줘요. 반지를 끼고 있다면 선인장의 팔에 잠시 맡기세요.” 이 외에도 네 잎 클로버 펜 커버, 반려견 배변 봉투 케이스, 요가하는 곰 인형의 털모자와 스웨터 등 일상의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줄 재치가 돋보이는 아이템을 소개했다.


실로 잇는 어제와 오늘
신미하 대표는 완제품과 DIY 키트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워크숍도 활발히 운영한다. 2024년에는 인천 원도심 여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뜨개로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한 독일인이 기차가 연착되는 시간대별로 색상을 바꿔 가며 뜬 목도리를 온라인상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았다. “휴대전화는 잠시 내려놓고 감정을 살피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더라고요. 오늘 하루를 실의 색상으로 표현하는 거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하루를 색으로 기록해 보고 싶었다. 뜨개의 기초인 겉뜨기와 안뜨기를 다시 배우기 위해 대바늘을 들고 신 대표 옆에 앉았다. 오른쪽 바늘을 왼쪽 바늘 밑에 찔러 넣고, 실을 뒤에서 앞으로 감고, 코를 빼고 옮기기를 반복하며 뜨는 과정을 조금씩 손에 익혔다. 겉뜨기는 실이 바늘 뒤에, 안뜨기는 실이 바늘 앞에 있어야 한다고 읊조리며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렸다. 중간에 코가 아닌 구멍에 바늘을 넣어 여러 번 풀었다 다시 뜨고, 자꾸 갈라지는 울실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다. 초보자에게는 솜을 넣은 두툼한 실을 추천하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했다.
실을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쪽가위로 자르기만 하면 되는데, 이때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과거의 감정은 과거에 두고 오겠다는 다짐 같기 때문이다. 파란색 실로 교체해 두 단을 더 뜬 후 세 개의 실이 나란히 놓인 키트를 받았다. 이제 상자에 담긴 주황색, 파란색, 보라색 실에 각각 기쁨,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부여하고, 그날 기분에 맞는 실로 뜨개를 하면 된다. 한 달을 목표로 하루에 적어도 15코씩 뜨기로 했다. 주황색은 아쉬움, 보라색은 만족감, 파란색은 열의로 정했다. 과연 한 달이 지난 뒤 감정 그래프가 어떤 형태로 나올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머리맡에 한뼘 인형도 두세요. 만드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요.” 신 대표가 키트를 건넨 후 자투리 실이 가득한 가방을 들고 나온다. 과테말라의 걱정 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작은 인형은 ‘과묵한 친구’ 또는 ‘한뼘 인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리 만들어 놓은 몸통에 원하는 색상의 실을 칭칭 감고, 보들보들한 촉감의 실로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심어 주면 완성이다. 펜으로 입을 그릴 때 은은한 미소를 표현하고 싶어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 한뼘 인형을 볼 때마다 나만 아는 작은 미소를 떠올릴 테다. 때론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인형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땡스 사무실 한편에는 네 개의 캐릭터가 모여 각자 여가 시간에 집중하는 일러스트 액자가 놓여 있다. 바닥에 앉아 위스키를 마시며 바늘을 움직이는 아거, 우디 향 핸드크림을 바르고 보들보들한 털실을 만지며 뜨개를 하는 돌프, 아무 실이나 잡히는 대로 골라 뜨는 오호리, 하루 동안 마음에 쌓인 부정적 감정을 뜨개로 해소하는 땡씨까지. 신 대표는 그림 속 풍경처럼 사람들이 가장 편안한 시간에 좋아하는 장소에서 취향껏 뜨개를 즐기길 바란다. “뜨개를 하면 엉켜 있던 생각이 스르르 풀려요. 몇 코인지 세고, 코를 잘못 끼운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다 보면 고민을 잊기도 하고요.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좋아요.” 인생은 기분 관리라는 말에 공감한다.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괴로워하지 말고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며 삶을 윤택하게 가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