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길은 전북 군산이 항구도시로 번성하던 시절의 영화를 품은 거리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에 트렌디한 공간이 속속 들어섰다.



감도 높은 이탈리안 다이닝
파라디소90
파라디소90은 복합 문화 공간 ‘그라운드 호텔’에 들어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상호명은 이탈리아어로 낙원을 뜻하는 ‘파라디소(paradiso)’에 구영길에서 따온 숫자 ‘9’와 ‘0’을 더해 ‘구영길에서 만나는 낙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곳에서는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판매하는데, 대표 메뉴는 이탈리아식 원형 피자 톤다(tonda)와 로마식 막대기 피자 팔라(pala), 밀라노식 네모난 피자 테글리에(teglie)다. 파라디소90 피자 맛의 핵심은 도(dough). 오랜 노하우가 담긴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팔라는 삽 모양의 긴 막대기를 이용해 도를 오븐에 넣고 굽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반죽은 토르티야처럼 얇고 형태는 길쭉한 타원형이다. 맛은 총 네 가지. 부팔라 치즈와 루콜라, 모르타델라와 로메인, 매콤 소스 초리조, 녹인 다섯 가지 치즈다. 이 중 두 가지를 골라 반반 피자로 즐길 수도 있다. 피자뿐 아니라 군산의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한 봉골레 파스타와 든든한 한 끼로 좋은 파스트라미 & 브리 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도 인기 메뉴다. 소프트드링크와 맥주, 와인도 다양하게 갖춰 넉넉하고 기분 좋은 식사를 하기에 좋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4길 24
문의 063-450-4540


양조장 옆 작은 목욕 공간
흑화양조 & 모락
흑화양조는 군산에서 차례주로 이름을 날린 백화수복의 전통을 잇는 정통 술을 빚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흑화양조의 시그너처는 군산 신동진 쌀로 만든 프리미엄 탁주 ‘군주’. 탁주에 적합한 단일 균만 선별해 배양한 뒤 입국(入麴) 방식으로 발효하고, 세 번의 덧술 과정을 거쳐 완성한다. 군주는 쌀 고유의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산미가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매주 주말 군주 무료 시음 서비스를 제공한다. 흑화양조 뒷골목에는 모락이 자리한다. 군산 원도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프라이빗 목욕 공간으로 흑화양조에서 운영한다. 모락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일본식 다다미방과 삼나무 욕조. 따끈한 물을 받은 욕조에 군산 쌀로 빚은 발효 술을 부으면 술 향기가 솔솔 피어오른다. 그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스르르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발효 술에는 쌀의 효소와 효모의 단백질, 알부틴 성분이 들어 있어 노폐물 배출을 돕고 피부를 고르게 정돈해 준다. 욕조 앞엔 나무 의자가 놓여 있어 잠시 앉아 몸을 식히기 좋다. 군산 특산물인 흰쌀보리로 만든 티백도 제공하는데, 목욕을 마친 뒤 다다미방에서 차를 우려 마시면 따뜻해진 몸과 함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7길 11(흑화양조), 구영6길 18(모락)
문의 0507-1408-0715(흑화양조), 0507-1434-1497(모락)


감성 가득한 젤라토 가게
젤라또 노베오
구영길에서 ‘감성 젤라토 가게’로 입소문이 자자한 젤라또 노베오는 달걀을 쓰지 않는 이탈리아 남부식 레시피로 젤라토와 제철 과일 소르베를 만든다. 원재료의 맛과 질감, 색 등을 가장 맛있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탄생한 대표 메뉴가 이탈리아어로 쌀을 뜻하는 ‘리소(Riso)’. 군산 쌀로 만든 젤라토다. 부드러운 젤라토 사이로 쌀알이 톡톡 씹히며 고소한 풍미가 은은하게 퍼진다. 민트 초콜릿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멘타 에 초콜라토(Menta e Cioccolato)’도 꼭 맛봐야 할 메뉴다. 깔끔하게 우려낸 페퍼민트에 진한 다크 가나슈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여운을 남긴다. 레몬과 산딸기를 아낌없이 넣어 만든 소르베도 젤라토와 함께 즐기기 좋은 산뜻한 조합이다. 이곳의 모든 젤라토는 콘이나 컵에 담아 먹는데,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콘을 추천한다. 매장 뒤편 중정에 놓인 의자에 걸터앉아 봄 햇살을 느끼며 달콤한 맛을 음미해 보자. 진한 풍미의 젤라토 한 입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4길 18
문의 063-450-4570


평화를 찾고 싶다면
피스오피스
PEACE(Office). 이름대로 평화로울 것만 같은 공간이다. 캐릭터 디자이너이기도 한 피스오피스의 원현지 대표는 이곳을 “내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취향을 듬뿍 담은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구영길에서 작업실을 구하던 중 지금의 건물을 발견해 1층에 오래된 사무실 콘셉트의 빈티지 숍을 열었다. 철제 캐비닛과 타자기 등을 이용해 곳곳에 레트로 감성이 깃든 매장을 꾸미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낡은 컴퓨터와 오디오, 플로피디스크 등 원 대표가 오랫동안 수집해 온 물건들 옆에는 빈티지 의류와 안경, 반려 식물 등이 진열돼 있다.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 인형 키링과 문구류, 엽서도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나는 짱이다. 나는 멋지다. 나는 베리 굿이다” “타인의 눈을 신경 쓰느라 나의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처럼 자존감을 북돋우는 문구가 적힌 볼펜이 특히 인기 있다. 가끔 이곳의 터줏대감 같은 강아지 테디나 로디가 방문객을 맞이하기도 한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5길 101
문의 0507-1398-0496


책으로 마음을 쓰다듬는 시간
심리서점 쓰담
구영길에서도 유독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심리서점 쓰담은 윤영민 대표가 심리상담사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일본식 가옥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커피 향이 풍겨 오며 아늑한 분위기의 서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애 시절 첫 여행지였던 군산에 정착한 윤 대표는 마음을 돌보게 해 주는 심리 서적을 직접 선별해 소개한다. 서가에는 <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등 제목만 봐도 내면을 건드리는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책 곁에는 추천 이유를 적은 짧은 글귀가 붙어 있어 시선을 붙드는 문구를 따라 책장을 넘기게 된다. 심리서점 쓰담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 5000원을 내고 공간 이용권을 구입하거나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이곳 어디에서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간 이용권을 구입한 뒤 책이나 굿즈를 구매하면 5000원을 차감해 준다. 화창한 봄날에는 2층 테라스에 앉아 바람을 느끼며 책을 읽기도 좋다. 사전 예약을 하면 심리검사(통합 스트레스, 대인관계, 회복 탄력성)와 심리 상담, 책 처방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상담받을 수 있는 지역 센터와 연결해 주기도 한다. 덕분에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작은 위로를 얻기 위해 심리서점 쓰담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3길 31-16
문의 0507-1425-1107


구영길의 밤을 밝히는 아지트
재즈클럽 머디 & 바 인그리드
저녁 무렵 구영길에서 검붉은 타일을 두른 담벼락을 만난다면 좁은 골목을 따라 조금 더 걸어 보자. 미음(ㅁ) 자형 중정을 사이에 두고 재즈클럽 머디와 바 인그리드가 이어진다. 재즈클럽 머디는 번화하지 않은 조용한 동네에서 재즈 클럽을 운영하고 싶었다는 송성진 대표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 공간. 고향이 군산인 그는 점집이 모여 있는 구영길의 한 모퉁이를 재즈클럽 자리로 낙점했다. 그렇게 작은 재즈클럽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점차 주변 공간으로 확장되며 ‘그라운드 호텔(Ground Hotel)’이라 부르는 도심형 호텔 콤플렉스로 발전했다. 구영길 일대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곳에 들어선 재즈클럽 머디에서는 정기적으로 라이브 재즈 공연이 열려 로컬 주민과 여행자 모두 한적한 구영길에서 맥주나 와인을 즐기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재즈클럽 머디와 연결된 바 인그리드는 100여 년 된 건물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위스키 바다. 뒤편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네모난 중정에 멋들어진 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한쪽에는 각기 다른 콘셉트의 프라이빗 룸이 이어진다. 바 인그리드는 클래식 칵테일과 싱글 몰트위스키는 물론, 술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무알코올 칵테일도 갖추었다. 이토록 근사한 공간에서 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밤을 보내고 나면 군산이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4길 18
문의 063-450-4530(재즈클럽 머디), 063-450-4560(바 인그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