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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이라는 위장술

2026년 04월 01일

  • WRITER 고아라

여직원을 호칭할 때 이름 대신 ‘미쓰’로 퉁치던 세기말. 증권감독원 감독관 홍금보는 여의도 1번지라 불리는 한민증권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헤치기 위해 스무 살 말단 직원 ‘미쓰 홍’으로 위장 취업한다.

1997년 한민증권 비자금 수사에 착수한 증권감독원 감독관 홍금보는 ‘예삐’라는 익명의 인물로부터 한민증권의 비리를 입증할 회계장부를 가지고 있다는 메일을 받는다. 직접 만나자는 제안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뜻밖에도 한민증권 사장 강명휘. 한민증권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강 사장은 해외로 빼돌린 자금 내역이 담긴 증거물을 홍금보에게 건넨다. 마침내 압수 수색까지 이뤄지지만, 결정적 증거물인 비자금 회계장부를 넘기기 직전 강 사장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가족들만 참석한 채 조용히 치른 강 사장의 장례 미사 장면은 서울 중구 중림동의 약현성당에서 촬영했다. 1892년에 세운 한국 최초의 서양식 벽돌조 고딕 성당으로 붉은 벽돌과 아치형 지붕, 좁은 창 등 로마네스크 양식을 갖춰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강 사장의 죽음으로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홍금보에게 이제 방법은 단 하나, 직접 한민증권에 들어가 비자금 회계장부를 찾아오는 것뿐이다. 홍금보는 무려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동생 홍장미의 도움을 받아 말단 사원으로 잠입한다. 이름 대신 ‘미쓰’라 불리며 심부름을 주 업무로 하는 홍금보는 그렇게 시대가 만든 ‘미쓰 홍’이라는 호칭 덕분에 손쉽게 위장에 성공한다. 홍금보는 강 사장 비서였던 고복희와 룸메이트가 되기 위해 서울시 미혼 여성 근로 기숙사에 입주하고, 이곳에서 한참 어린 여직원들과 부대끼며 예상치 못한 우정을 쌓아 간다. 회사 안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미쓰’들은 환상적인 팀워크로 기득권의 비리를 파헤치며 함께 성장한다. ‘각자도생’이 생존 비법이라 외치는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연대의 힘과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게 하는 작품이다.

tvN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은 엘리트 증권감독원 감독관 홍금보가 한 증권사에
스무 살 말단 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담은 좌충우돌 레트로 오피스 코미디다.
‘여의도 마녀’라 불리는 홍금보 역은 배우 박신혜가 맡았다.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