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동은 오래된 시장통의 시끌벅적한 활기와 젊은 예술가들의 감각적인 취향이 포개지는 동네다. 한국살이 10년 차, 이스탄불에서 온 부켓 귄뒤즈와 함께 이 매력적인 장소를 탐험했다.
취향 저격 편집숍 투어, 망리단길




망원동 투어의 시작점은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망리단길. 부켓 귄뒤즈는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후보지를 놓고 고심한 끝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유니크한 의류가 가득한 ‘빈티지 킴킴’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이곳의 터줏대감인 고양이 ‘찡찡이’와 애교 많은 강아지 ‘에밀리앙’이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맞이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반겨 주는 옷 가게라니! 에밀리앙이 너무 귀여워서 옷 고르는 것도 잊을 뻔했어요.” 부켓은 빈티지한 빵모자를 머리에 얹어 보거나 레트로 원피스를 몸에 대 보면서도 찡찡이와 눈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빈티지 킴킴에서 나와 몇 걸음 걷다 보니 안경 박물관이 연상되는 압도적 규모의 ‘블링크 안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트렌디한 안경 브랜드와 클래식한 럭셔리 라인을 두루 갖춘 이곳은 아이웨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안경을 좋아하는 부켓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공간. 부켓은 호피 무늬 뿔테 안경을 쓰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각진 금속 프레임 안경으로 바꿔 쓰고 프로 모델다운 포즈를 취한다. 쇼핑의 마지막 목적지는 귀여운 소품 숍 ‘웅크린 선인장’. 두 팔로 두 다리를 감싸 안은 모습의 선인장 캐릭터가 반기는 곳이다. 부켓은 앙증맞은 선인장 키링과 엽서를 한 아름 집어 들며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를 지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일대
사각사각 몰입의 즐거움, 실크휴먼



망원동 탐험의 두 번째 챕터는 부켓이 가장 좋아할 만한 곳. 망원동 특유의 자유로움과 예술적 감성이 응축된 누드 드로잉 스튜디오 실크휴먼이다. 전문 누드모델의 아름다운 자태와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며 종이 위에 옮기는 과정은 고도의 몰입감이 필요하다. 적막하리만큼 고요한 분위기에서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만이 ASMR처럼 공간을 채우는 시간. 부켓은 피사체와 자기 자신, 그리고 스케치북 위의 선에만 집중하며 두 시간여를 보냈다. 그림에 소질이 없어도, 선이 조금 삐뚤어져도 괜찮다. 정해진 답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모델의 호흡에 맞춰 선을 긋다 보니 어느새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어요. 이렇게 온전히 무언가에 집중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실크휴먼은 최근 그림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실험도 시작했다. 바로 인형극 제작 워크숍이다. 나만의 인형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무대에 올리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 실크휴먼은 어른들의 잃어버린 동심과 예술성을 깨우는 가장 낭만적인 아지트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8길 19
한낮의 브런치와 한밤의 위스키,
빌렛 망원 & 초쿤바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빌렛 망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빨간색 외관, 벤치와 테이블이 놓인 테라스, 그리고 실내의 싱그러운 플랜테리어까지, 빌렛 망원은 뉴욕 브루클린의 식당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메뉴는 하나하나가 주연급이다. 두툼하고 폭신한 팬케이크 위에 짭조름한 베이컨과 부드러운 달걀을 얹어 ‘단짠’의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 주는 시그너처 ‘에그 앤 베이컨 팬케이크’는 기본이고 파스타도 수준급이다. 그중 방울토마토를 뭉근하게 끓여 재료 본연의 감칠맛과 기분 좋은 산미를 극대화한 ‘체리 토마토 파스타’는 셰프의 내공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위스키 바 초쿤바는 망원동 투어의 마침표를 찍기 좋은 곳. 안으로 들어서면 몽환적인 조명과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가 손님을 맞이한다. 부켓은 평소 즐겨 마신다는 피치 크러시를 주문했다. 복숭아의 향긋한 풍미와 크랜베리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곁들인 안주는 ‘레몬 타임 버터와 크래커’. 향긋한 레몬과 타임, 그리고 수제 버터의 고소한 향미가 칵테일 맛을 한껏 끌어올린다. “좋아하는 음악과 맛있는 술, 낯선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는 분위기까지, 망원동의 밤은 낮보다 훨씬 아름답네요. 셰레페(Şerefe, 건배)!” 부켓이 잔을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25(빌렛 망원), 망원로6길 49(초쿤바)

부켓 귄뒤즈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의 비주얼 디자이너이자 모델. 2016년 한국에 여행 왔다가 정착해 10년째 살고 있다. 6·25전쟁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에게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덕분에 그에게 한국은 낯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