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한방의 지혜 맛보기

2026년 02월 01일

  • EDITOR 김수아
  • PHOTOGRAPHER 봉재석

누구나 한의학을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 건강한 기운을 받겠다고 다짐하며 약재 향이 가득한 서울 제기동을 찾았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마감 루틴이 하나 생겼다. 다음 마감을 앞두고 몸 상태를 재정비하기 위해 한의원에 가서 침 맞기다. 연이어 밤을 새운 탓에 생체리듬이 깨지며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비몽사몽한 상태로 한의원 침대에 몸을 눕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침을 맞고, 뜸을 뜨고 부항 치료도 하며 몸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기력이 쇠하다고 느낄 땐 한약을 처방받고, 고된 출장이 예상될 경우 공진단을 챙겨 가기도 한다. 드라마 <우주메리미>에 등장한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보고 두 눈이 반짝인 건 이처럼 한방 문화와 친숙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사계절 약초 족욕 체험이 가능하도록 족욕장에 유리문을 설치하고 난방 공사를 마쳤다는 소식도 들어 방문을 미룰 이유가 없었다. 제기동역에 내려 서울약령시 입구의 일주문을 지나자 진한 약재 향이 주위를 감싼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한방의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뎠다.

체험 Ι 한방 체험

백성에게 의술을 베풀던 보제원의 정신을 이어받아 시민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한방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통 한옥의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누각 아래서 계절별 약재를 우려낸 물에 발을 담그는 약초 족욕 체험, 아로마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기계식 안마와 지압을 받는 보제원 한방 체험이 대표적이다. 고령자, 외국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예약자에 한해 무료 한방 진료도 한다.

발열 안대를 끼고 침대에 편안한 자세로 누운 뒤 담요를 목까지 덮는다. 온열 안마 매트 안에 숨겨진 기계 볼이 온몸을 마사지하는데, 종아리에 유독 자극이 오는 걸 보니 종아리 근육이 뭉친 듯하다. 기계 볼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스르르 몰려오던 졸음이 한번에 달아난다. 몸의 긴장이 풀릴 즈음 약속된 15분이 지났다. 사실 잠든 척하고 가만히 누워 있고 싶었다.

온종일 휴대폰을 사용하느라 눈이 피로해지기 쉬운 현대인에게 찜질용 안대는 하나쯤 구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이다. 속주머니에 주재료인 팥을 두 컵 넣고, 취향에 따라 팔각과 박하를 소량 추가하면 한방 안대가 완성된다. 팥은 열전도율이 높고, 팔각은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박하는 진정 효과가 있다. 팔각을 각종 요리에 쓴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예쁘게 생긴 줄 몰랐다. 꽃을 닮은 팔각을 하나하나 고심해서 골랐다.

손과 발에는 오장육부 장기들과 이어지는 혈자리가 있다. 병풀 에센스를 넣은 장갑을 끼고 마사지기에 왼손을 넣는다. 혈자리를 알려 주는 책자를 확인하며 양손을 번갈아 5분씩 지압하고, 두 다리를 15분 내내 기계가 주무르니 정신이 맑아진다.

<동의보감>에는 ‘두한족열’이라는 건강 비법이 나온다.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두라는 뜻이다. 족욕 체험 시 계절마다 다른 약초를 쓰는데, 겨울에는 성질이 따뜻한 홍삼 가루를 물에 풀어 발을 담그라고 안내한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며 두 발을 따뜻한 물에 담그니 한기가 사라진다. 수건으로 발을 닦고 발등에 미스트를 뿌리자 발이 향긋하고 촉촉해졌다.

전시 Ι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

한의학의 발전사를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나무 약연, 막자사발, 돌절구 등 용도에 맞게 변화해 온 전통 의약 기구와 서울약령시에서 거래되는 약 380종의 약재를 한데 모았다. 약초 채취부터 가공을 거쳐 약재로 활용하기까지 한약의 제조 과정을 디오라마 형태로 보여 주기도 한다. 전시관 한쪽에서는 목향, 천궁, 당귀 등 여섯 가지 약재를 직접 만져 보고 향을 맡을 수 있다.

전시 관람이나 체험 티켓을 소지한 경우 하루 한 번 전통 의상 입기 체험이 가능하다. 성별 구분 없이 의관복과 의녀복 중 원하는 의상을 골라 착용한다. 일상 한복은 익숙하지만 의녀복은 처음 시도하는 거라 묘하게 설렌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한때 푹 빠져서 봤던 드라마 <대장금>이 떠오른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안내판에 부착된 QR코드가 눈에 띄었다. 수어 해설 영상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을 보고 QR코드를 촬영하자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의 유튜브 채널 영상이 나타났다. 지난해에 한국수어의 날에 관한 기사를 담당해서인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한의약에서 약은 뿌리와 풀이라고 할 만큼 식물성 약재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인지 전시관에도 다종다양한 식물성 약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밤송이처럼 뾰족한 가시를 가진 창이자, 목련 꽃봉오리를 말린 신이 등 독특한 형태의 약재가 눈길을 끈다. “허리와 척추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 효능을 설명하는 안내판의 문장도 유심히 살폈다. 각각의 약재가 지닌 효능을 쭉 읽다 보니 드라마에 나올 법한 대사를 외치고 싶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카페 Ι 한방 카페 다미가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도보 4분 거리에 있는 한방 카페 다미가는 ‘차가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으로 효성한의원이 운영한다. 쌍화차, 십전대보차 등 한방차는 물론 자체 개발한 체질 차도 인기가 높다. 임경섭 효성한의원 원장과 이분희 다미가 대표가 사상의학에 근거한 체질 차를 만들어 제조법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태블릿 PC로 간단한 체질 검사가 가능하다. 자주 가는 한의원에서 소음인으로 진단받았는데, 태음인이라는 결과가 나와 놀랐다. 어찌 됐든 둘 다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체질이니 요가원에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다짐한다. 소음인에게 추천하는 온중차·장생차, 태음인에게 권하는 경신차·청폐차 티백을 모두 구매했다.

효성한의원에서 상담료 2만 원을 내면 한의사에게 상세한 체질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태음인에 관해 더 알고 싶었는데 한의원이 쉬는 날이라 아쉬웠다. 대신 집에 가는 길에 끝없는 인터넷 검색이 이어졌다.

하루 종일 약재 냄새를 맡아서인지 평상시엔 먹지도 않던 쌍화차를 맛보고 싶었다. 이곳의 쌍화차는 많이 달지 않고, 듬뿍 올린 견과류 덕에 고소한 맛이 난다. 체질 차도 주문했다. 태음인에게 맞는 체질 약물에 호흡기에 좋다는 청폐차를 골랐다. 형광 분홍빛을 띠는 체질 약물에 청폐차 재료인 말린 약재를 넣고 휘저으니 노란빛으로 변한다. 맛과 향이 달라진 구수한 차에 유과와 약과를 곁들여 천천히 음미했다.

서울한방진흥센터, 이런 곳이에요
한의학을 주제로 한 전시와 웰니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방 복합 문화 공간이다. 2006년 서울약령시 상인들이 기탁한 한의약 관련 유물과 각종 한약재를 모아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을 먼저 세웠고, 2017년에 문을 연 서울한방진흥센터에 편입됐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한의약을 친근하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자격증 과정을 비롯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드라마 <우주메리미> <트웰브> <힘쎈여자 강남순> 등에 등장하며 인기 촬영지로도 주목받았다. 건물이 자리한 서울약령시는 국내 한약재의 70퍼센트가 유통되는 약재 전문 시장으로, 조선 시대 의료 기관인 보제원 터에 자리 잡아 옛 정신을 계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