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면한 겨울은 몸을 씻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목욕재계하기 좋은 때. 몸에 이로운 온천수와 독특한 목욕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을 선별했다.

충주, 유원재
‘온천수가 솟는 보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수안보는 지하 약 250미터에서 솟는 자연 용출수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온천지다. 태조 이성계의 피부병을 치료한 물, 왕가와 귀족이 즐겨 찾던 온천 휴양지라는 사실이 사서에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다. 20세기에 관광지로 개발되어 흥성했다가 주춤해진 인기를 다시 부활시킨 건 2023년 9월에 문 연 유원재. 수안보면 온천리 옛 터미널 부지에 들어선 유원재는 한옥과 서원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16채의 독채 객실을 갖췄다. 방 안에 들어서면 ‘하루 동안 정원 안에서 머무르는 집’이란 뜻의 이름에 걸맞게, 열린 문으로 한국 전통 정원의 미학을 고스란히 살린 뜰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당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지열이 만든 53도 고온수와 순하고 부드러운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오롯이 누리다 보면 이곳이 왜 ‘왕의 온천지’라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목욕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예약제로 운영하는 대중 온천탕에서 노천욕을 즐겨 보자. 독서나 ‘불멍’을 즐기는 라운지 온(溫), 천연 아로마로 몸과 마음을 재생하는 아로마 테라피도 휴식을 돕는다.
주소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6


제주,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
온천의 선택 기준이 수질이라면 한국에서는 ‘국민보양온천’ 인증을 이정표로 삼으면 된다. ‘온천법 제9조에 따라 수온 및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양호해 건강 증진과 심신 요양에 적합한 온천을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시도지사가 지정하는’ 온천에 부여하는 제도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의 오레브 핫 스프링 앤 스파는 ‘제주 1호, 유일 국민보양온천’을 내세운다. 국내 온천 중 가장 깊은 지하 2003미터에서 채수한 온천수에는 고혈압, 심장 질환,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 장애 개선에 도움이 되는 유리탄산 성분이 리터당 321.35밀리그램 함유되어 있다. 이 질 좋은 물을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오레브 핫 스프링 앤 스파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체계적인 수(水) 치료에 적용되는 일곱 가지 마사지를 받으며 온천욕을 즐기는 바데풀, 온수풀로 운영하는 야외의 인피니티 풀, 현무암·감귤 등 제주의 자연 재료로 향을 입힌 노천탕 등을 오가다 보면 한나절도 부족하다. 편백, 히말라야 소금, 황토 등의 원물을 활용한 테라피 사우나도 갖췄다. ‘온천 웰니스 여행’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여행자에겐 아일랜드 키친의 샤부샤부 디너 뷔페 ‘제주 씨푸드 로얄’, 겨울철 피부 보습을 위한 스페셜 어메니티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프로그램이 유용하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태평로 152

청송, 소노벨 청송 & 한 바이 소노
눈부신 설경이 펼쳐지는 청송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는 계절의 정취를 호젓하게 누리기 좋은 여행지. 얼음 계곡과 폭포를 보며 주왕산 탐방로를 걷고 주산지의 몽환적 풍경을 감상한 후에는 청송의 맑고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소노벨 청송에 자리한 솔샘온천은 지하 1000미터에서 하루 570여 톤의 풍부한 온천수를 토출해 운영하는 목욕탕이다. 황산염, 칼슘, 스트론튬, 염소 이온이 다량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로, 목욕 후 피부가 부드럽고 매끈해진다. 38~39도의 중온탕, 44도의 열탕과 냉탕, 찬 바람에 붉어진 볼을 가라앉혀 주는 노천탕을 고루 갖춰 목욕이 여행의 주목적인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솔샘온천을 보유한 소노벨 청송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지만, 좀 더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한 바이 소노를 추천한다. 소노호텔앤리조트가 청송 민예촌을 한옥 스테이로 개조해 2024년에 문을 연 곳이다. 모든 객실이 2개 이상의 방과 마당을 갖춘 독채로 이뤄졌다. 옛 상류층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인 대감댁, 경북 북부 지역 한옥의 건축양식을 반영한 교수댁을 비롯해 7개 구조의 객실로 구성됐다.
주소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소노로 38(소노벨 청송), 주왕산로 494(한 바이 소노)

강릉, 호텔탑스텐
온천욕장을 갖춘 호텔의 목욕탕 소개란에는 대개 온천수의 효능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시설 및 운영 시간이 쓰여 있다. ‘금진 온천’을 전면에 내세운 강릉의 호텔탑스텐은 온천수 개발에 얽힌 이야기와 수질을 입증하는 각종 수치 및 미네랄 성분 표 등을 상세히 소개해 온천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텔탑스텐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태백산맥 아래에 자리 잡은 강릉의 작은 마을 금진리 지하 1100미터에서 채수한 금진 온천수는 천연 미네랄 함량이 리터당 3만 밀리그램으로, 구리, 아연, 마그네슘, 칼슘, 망간뿐 아니라 셀레늄, 바나듐 등 희귀 미네랄 성분까지 함유했다. ‘피부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콜로이드 입자 크기’ ‘몸에 좋은 원적외선 에너지 파장과 ph 농도’ 등을 숫자와 함께 요약 정리한 정보를 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강릉으로 내달려 이 ‘약선 목욕탕’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통유리창 너머로 시원하게 펼쳐진 금진해변이 바라보이는 수영장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헌화로 455-34


대전, 낙원온천호텔
사서에서 한국 온천 역사를 살필 때 태조 이성계의 이름이 종종 발견된다. 온천욕 애호가로 추정되는 그의 족적은 대전 유성 온천에도 남아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 신도안으로 가던 중 유성 온천에서 목욕했다는 것과 그의 아들 이방원이 1393년 유성 온천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15년에 문을 연 유성호텔이 온천 휴양 도시 대전의 명맥을 이어 가다가 2024년 3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유성 온천의 지형도에 공백이 생겼다. 2025년 12월에 문을 연 낙원온천호텔은 긴 이동 시간, 비싼 숙박료 등의 부담 없이 조용히 혼자 온천 휴양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모든 객실에 온천수를 공급해 번거로운 이동이나 기다림, 시선의 침해 없이 온천욕에만 집중할 수 있다. ‘모던 한옥 스테이’를 콘셉트로 설계, 디자인한 내부 공간도 머무는 즐거움을 더한다. 편백 사우나와 넓은 조적 욕조를 갖춘 시그너처 스파 & 사우나 객실을 비롯해 디럭스 더블, 프리미엄 비즈니스 등 다양한 유형의 객실로 구성돼 있다. 아로마 오일로 완성한 배스 밤, 오설록 웰컴 티, 숙면을 돕는 경추 베개 등의 세심한 콘텐츠도 돋보인다.
주소 대전시 유성구 온천북로 76


서귀포, 디아넥스호텔
2001년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에서 지하수 개발, 지질 조사를 목적으로 시추하던 지질학자들은 수온 40도 안팎의 고온 광물성 온천수를 발굴했다. 해수가 흘러든 화산 암반 속 물이 오랜 시간 압력으로 데워져 솟은 아라고나이트 온천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온천으로 분류되는 제주의 보물이다. 서귀포 디아넥스호텔에서는 지하 2000미터에서 42도 이상 고온으로 토출되는 아라고나이트 온천을 내 집 목욕탕처럼 즐길 수 있다. 칼슘·마그네슘·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물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부 보습 개선율을 높여 홍조, 가려움 완화에 좋다. 목욕을 마쳤다면 디아넥스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온천 라테로 원기를 북돋울 차례. 질 좋은 이천 쌀의 고소함을 살린 ‘아라고 온쌀 라테’, 생강과 우유로 몸의 온기를 더하는 ‘진저 스파 라테’ 중 고를 수 있다. 목욕 후 나른해진 몸으로 객실에 들어서면 창밖으로 산방산과 마라도, 제주의 짙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 풍경을 눈에 담으며 단잠에 빠지면 완벽한 제주식 온천 휴양이 완성된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71

거제, 덴바스타 료칸 호텔
일본식 목욕 문화를 거제 장승포 해안의 절경과 함께 경험하는 숙소. 자연 풍경을 감상하며 노천욕을 하는 일본식 온천욕 ‘로텐부로(露天風呂)’를 국내에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아늑한 다다미방 구조의 객실에 들어서면 온천 전용 복장인 유카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장승포 해안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하는 객실과 다인용 조적식 타일 욕조를 갖춘 욕실은 공중목욕탕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목욕 후에는 거제 최동단에 자리한 장승포항 일대를 여행해도 좋다. 약 2.5킬로미터의 해안일주도로는 가볍게 드라이브하거나 쉬엄쉬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도로를 따라 아래쪽에는 울창한 송림이, 위쪽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자리한다. 굴이나 대구 등 거제의 겨울 특산물을 산지에서 맛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주소 경남 거제시 장승포해안로 16

울산, 노천 바위탕 호텔 대해
겨울 해돋이를 따뜻한 물이 넘실대는 바위탕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부산 기장에서 15분 거리, 울산 간절곶의 망망대해를 품은 해맞이로 안쪽에 자리했으며, 투숙객이 문밖을 나설 필요 없이 호텔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100퍼센트 누린다. 여섯 채의 독채 객실을 갖췄고, 실내에 침실과 욕실을, 야외에는 바위 노천탕과 수영장,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덱을 마련했다. 오사카 정통 가이세키 장인 가토 마쓰카즈에게 사사한 일식 대가 서동혁 셰프가 선보이는 감성돔 통사시미 & 랍스터 가이세키 석식, 생선구이와 가지 된장 튀김으로 구성한 조식도 만족도가 높다. 간절곶등대, 진하해수욕장, 외고산 옹기마을 등 울산 대표 명소와 부산 기장, 송정, 해운대가 모두 차로 30분 이내에 있어 긴 여행을 위한 코스를 짜기에도 좋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해맞이로 998


제주, 에가톳
웰니스 빌리지, 에가톳에 도착하면 이런 메시지가 적힌 엽서를 받는다. “누구나 꿈꿔 온 도시로부터의 탈출, 끊임없는 연결로 피로해진 삶으로부터의 플러그-오프. 조금 덜 먹고, 덜 움직이고, 덜 보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모든 연결로부터 분리된, 자발적 고립을 꿈꿔 본 적 있다면 에가톳은 최상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통유리창으로 숲이 보이는 캐빈, 오두막 앞의 장작불,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새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걷고 욕조 안에서 숲을 감상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이곳에선 현실이 된다. 스카게락 펠라구스 라운지체어에 앉아 스태프가 큐레이션한 책을 읽는 라이브러리와 한라산 기운을 가득 담은 요가·명상원 ‘에가톳 웰니스 센터’도 근사하지만 이곳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숲속에 자리한 사우나다. 장작불로 공간을 데우는 전통 방식의 사우나로 북유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다도 전문가와 함께하는 차 공부, 숙면과 에너지 회복을 돕는 아유르베다 건강식 등 몸과 마음의 독소를 빼는 다양한 콘텐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266
(*에가톳의 사우나는 리뉴얼을 거쳐 다시 선보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