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활자의 재발견

2025년 11월 01일

  • WRiTeR 이지혜(헤이! 트래블 기자)
  • PHOTOGRAPHER 전재호

글을 읽고 쓰는 것이 힙하다고 느끼는 시대. ‘텍스트힙’ 열풍에 힘입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공간을 찾았다.

영감이 넘치는 서점
PDF 서울

아트 북을 기반으로 다채롭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멀티숍 PDF 서울. 텍스트에 시각적 자극까지 원하는 MZ세대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미국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후 편집 디자이너를 거쳐 광고 회사 아트 디렉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 온 이승현 대표의 세련된 취향이 응축돼 있다. PDF는 사진(Photo), 디자인(Design), 패션(Fashion)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공간의 정체성을 함축한다. PDF서울의 시작은 이 대표가 오랜 시간 수집해 온 방대한 아트 북에서 비롯되었다. 2년 전 오픈 당시, 그가 모은 300여 권의 책으로 공간을 채웠는데, 대부분 1년 만에 완판됐다. 지금은 이 대표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새로운 아트 북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며,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이 감각을 날카롭게 벼리기 위해 즐겨 찾는다. PDF 서울이 들어선 공간은 원래 패션 매장이었던 곳으로, 높은 층고와 길게 뻗은 직사각형 구조가 특징이다. 기존의 스테인리스스틸 벽면과 통유리창을 그대로 살려 공간의 원형을 유지하는 한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벽면에는 큼지막한 스피커 두 대를 설치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32길 16
문의 @pdf_seoul

아늑한 엽서 도서관
포셋 연희

엽서(postcard), 종이(paper), 포스터(poster)를 조합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인쇄물을 큐레이션하는 작은 서점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3200여 장의 엽서가 줄 맞춰 진열돼 있어 마치 엽서 전시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국내외 아티스트의 작업물부터 감각적인 디자인, 포셋 연희에서 자체 제작한 것까지 다양한 엽서를 만날 수 있다. 가격이 1000~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며, 문구 덕후라면 지갑을 열 만한 연필과 마스킹 테이프, 자석, 스티커 등 감각적인 물건이 가득하다. 포셋 연희에서 엽서를 사는 건 단순한 쇼핑이 아니다. 문장 몇 줄에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는 도구를 고르는 일이다. 덕분에 색감과 문구, 종이의 질감 하나하나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엽서를 고른 후 글을 쓸 수 있는 창가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벽 한쪽에는 ‘기록 보관함’이라 불리는 작은 사물함이 있는데, 엽서를 보관하거나 누군가와 편지를 교환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8
문의 @poset.official

미래로 띄우는 엽서
널담은공간

커다란 통창으로 경복궁 건춘문이 한눈에 담기는 이곳은 1년 후 원하는 날짜에 편지를 배달해 주는 널담은공간이다. 카페 이름은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담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진해수 대표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었던 군 시절, 하는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할머니의 편지로 위안을 받은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드와 봉투, 실링 왁스가 든 엽서 세트를 구입한 후 소중한 사람 혹은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직접 실링 왁스를 녹인 후 봉투 입구에 찍어 편지를 밀봉한 뒤 365개의 날짜가 적힌 우편함 중 원하는 날짜의 함에 넣어 두면 이듬해 그날 배달된다. 엽서를 보내는 연도가 2025년이라면 2026년 중 어느 날에 받을지 선택하는 식이다. 카페의 모든 디저트가 비건식인 점도 특징이다. 널담은공간은 비건 식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자체 연구실과 공장이 함께 있어 비건유, 비건 버터 등 디저트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두 직접 생산한다. 카페 입지와 비건 메뉴, 이색적인 경험 덕분에 손님의 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5000원짜리 엽서 세트에 1000원을 추가로 내면 해외 발송도 가능하다. 텍스트의 힘과 기다림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24(경복궁점)
문의 @nuldam_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