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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산업, 세계가 교차하는 플랫폼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유에코

2025년 11월 01일

  • WRITER 이제희(여행 칼럼니스트)
  • PHOTOGRAPHER 전재호

만나고 교류하고 지식을 나누는 동안 우리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마이스 산업의 새로운 구심점,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유에코’에서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을 떠난다.

1. 유에코를 만나다
비즈니스의 시작,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전면 유리창과 높은 층고를 지닌 로비는 대형 박람회로 방문객이 붐빌 때에도 쾌적함을 유지한다.

영남알프스 산등성이에 환한 빛이 내려앉는 아침, 시속 300킬로미터의 KTX 열차가 고요한 울주 땅에 활기를 실어 나른다. 울산역에서 불과 500여 미터 거리, 절묘한 위치에 올라선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이 도시로 유입된 최신 기술과 첨단 문화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이는 공간이다. 울산(Ulsan), 전시(Exhibition), 컨벤션 센터(COnvention center)의 머리글자를 딴 ‘유에코(UECO)’로 통하는 이곳은 2021년 개관한 이래 도시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연면적 4만 2900여 제곱미터에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지은 압도적인 규모의 건물엔 7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전시장과 1400여 명이 입장 가능한 컨벤션 홀, 공간을 자유자재로 구획하고 확장하는 가변형 중·소 회의실 등 긴요한 시설이 알차게 들어섰다. 산업 박람회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은 물론 공연장, 아트·라이프스타일 페어 전시장 등 다종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온 이 건물은 고래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해 설계했다. 반구천의 암각화와 장생포 고래잡이 역사를 떠오르게 하는 유려한 건축미를 인정받아 2021년 울산광역시 건축상 공공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아가 에너지 절약과 오염 저감 시설을 갖춘 친환경 건물에 부여하는 녹색 건축 인증, 교통 약자에게 문턱을 낮춘 배리어프리 인증까지 취득해 전시 컨벤션 산업의 목표인 상생과 공존을 모색한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삼남읍 울산역로 255
문의 052-255-1900

숫자로 보는 유에코

277,745명 | 2025년 9월 기준 유에코 방문객 수. 전시 컨벤션 산업의 허브다운 규모다.
43,000 ㎡ | 대지 면적.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KTX 울산역 복합특화지구에 자리한다.
7,776 ㎡ | 전시장 전체 면적. 국제 규격 축구장 7140제곱미터보다 크다.
800대 | 주차 가능 대수. 행사 참석자에게 주차료 감면 혜택을 지원한다.
184건 | 2025년 9월 기준 유에코 행사 횟수. 대형 박람회부터 중소형 세미나까지 아우른다.

2. 유에코로 잇다
글로벌 마이스 산업 허브, 울산국제회의지구

회의실 옆 VIP 대기실에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을 옮겨 놓은 아트 월이 자리해 울산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울산 앞바다를 누비던 고래의 푸른 꿈은 오늘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이 도시의 미래 산업과 중첩된다. 기계, 철강, 조선, 자동차로 대표되는 중공업과 석유화학업 기반 시설을 갖춘 산업 수도 울산은 이제 천혜의 자연환경, 특유의 향토 문화, 사통팔달의 교통 시설과 최첨단 과학 기술을 융합해 마이스 산업 거점 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 목표의 첫걸음이 울산국제회의지구다. 운영 주체인 울산문화관광재단은 국제회의시설과 관광, 문화 인프라를 하나로 아우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마이스 산업의 여정을 설계했다. 울산의 아득한 과거를 돌아보는 ‘헤리티지 존’은 울산암각화박물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반구천의 암각화와 여기에 얽힌 과학적 지식, 역사적 맥락을 살피는 공간이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국제클라이밍센터, 서울주문화센터로 구성된 ‘알프스 시티 존’은 이름처럼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고유한 산악 문화를 향유하는 울산의 오늘을 보여 준다. 마이스 산업 도시 울산의 미래는 ‘컨벤션 존’이 구현한다. 빠르고 편리한 철도 교통, 영남알프스를 마주한 눈부신 경관, 넓고 쾌적한 시설을 완비한 유에코는 마이스 산업 거점 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품격을 갖췄다.
문의 ueco.or.kr

유에코의 역동적인 외관과 야외 휴게 공간이 산뜻하게 어우러진다.

울산의 미래, 마이스 산업
기업 회의(Meeting), 포상 여행(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 글자를
딴 마이스(MICE) 산업은 만남과 교류, 지식 교환을 통해 산업 간, 학문 간, 지역 간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3. 유에코에서 교류하다
최고의 파트너, 울산 마이스 얼라이언스

유에코의 모든 공간은 매 순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첨단 설비와 쾌적한 공간, 뛰어난 행사 역량으로 국제적 마이스 플랫폼의 품격을 갖췄다.

유에코 일대가 국제회의지구로 지정되면서 울산은 마이스 산업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마이스 산업의 관건은 유연한 협력 관계 구축에 있을 터. 앞서 2020년 8월 기민하게 조직된 울산 마이스 얼라이언스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이 뜻을 모은 조직으로, 국제회의나 국내 컨벤션 행사 개최 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협의체를 목표로 한다. 마이스 전문 시설, 마이스 기획·운영, 마이스 지원, 마이스 정책 협력 등 4개 부문에서 활동하게 된 72개 회원사는 긴밀히 교류하며 정보를 나누고, 공동 마케팅과 행사 유치 전략을 마련 중이다.

INTERVIEW
오경탁 울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유에코가 걸어 온 지난 1년을 평가해 주세요. 신규 고객 발굴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유에코는 개관 이래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전략, 전시 개최 지원 사업, 기관 간 업무 협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에코 전관에서 열린 2024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는 국내외 470여 개 기업을 유치하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해 큰 흥행을 거뒀습니다. 전시 컨벤션 공간으로서 유에코가 지닌 장점은 무엇인가요? 차별화된 역사·문화·자연 콘텐츠와 산업도시로서 울산이 다져 온 인프라를 꼽고 싶습니다. KTX가 정차하는 울산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교통 편의성이 훌륭한 것은 물론, 참여 기업과 방문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도 마련해 왔습니다. 공공기관 대상 대관료와 모든 참관객 대상 주차료 감면 등 알찬 지원 제도로 편리하고 유용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울산은 2025년 예비국제회의지구 활성화 지원 사업 대상 도시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울산 마이스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제회의와 컨벤션 행사 개최에 특화한 전문 협의체 ‘울산 마이스 얼라이언스’를 운영 중입니다. 글로벌 마이스 산업 플랫폼으로 거듭날 유에코의 모습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4. 유에코, 어우러지다
사람·산업·문화가 공존하는 유에코 행사

2021년 팬데믹 시기에 개관한 유에코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비롯한 각종 제약을 정면 돌파하며 울산의 마이스 산업에 특화한 맞춤형 산업 전시회와 문화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울산국제수소에너지 전시회, 울산안전산업위크 전시회 등 ESG 트렌드에 발맞춘 전시회와 더불어 울산국제아트페어, 울산펫페어 같은 문화 부문 행사를 유치해 탄탄한 역량도 갖췄다. 유에코가 11월부터 연말까지 선보일 세 개의 프로그램은 올해의 하이라이트다.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와 울산문화박람회, 지역 문화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한층 진화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AVE) 2025
첨단 기술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울산세계미래산업박람회(World Advanced Vision Expo) 2025를 주목해야 한다. AI 수도를 선언한 도시의 비전과 미래 전략을 선보이는 자리로 인공지능, 이차전지, 모빌리티, 그린 에너지 등 글로벌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스마트팩토리와 로보틱스, 메타버스 등 AI 산업 각 분야의 혁신적 사례를 전시해 눈길을 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 엘에스엠앤엠 등 울산에 기반을 둔 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460여 개사가 참여해 현장의 열기를 더한다.
기간 11월 12일~14일
문의 waveulsan.kr

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성과와 비전을 펼쳐 보이는 대규모 박람회인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올해 울산에서 열린다. ‘K-Balance 2025’를 부제로 한 이 행사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7개 기관이 참여하며 전시회, 정책 콘퍼런스, 산업·문화·관광 투어, ‘대한민국 고향사랑기부 박람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소통을 시도하는 체험형 부스와 이벤트를 통해 지방시대의 비전과 지역 혁신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개최 도시인 울산이 마련한 특별관도 눈길을 끈다.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울산은 동해남부권 광역 협력체계인 ‘해오름동맹’의 성과를 비롯해 다양한 발전 사례를 소개하고,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를 홍보하며 글로벌 문화 허브로 도약하는 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기간 11월 19일~21일
문의 regionexpo.kr

2025 울산문화박람회
문화는 힘이 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가 소재한 도시 울산이 ‘문화로 새긴, 울산의 꿈’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16개 전시관, 360여 개 부스를 마련한다. 전시는 크게 4개 테마로 이루어진다. 울산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낼 지역문화관, 캐릭터 ‘해몽이’를 알리는 문화콘텐츠관, 기업과 공생하는 지역의 모습을 보여 줄 문화상품관, ‘문화도시’ 울산의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특별전시관이 도시의 고유한 정체성을 한층 공고하게 할 예정이다. 창작 공간 ‘예술공장 성남’, 청년 프로그램 ‘울산청년플레이리스트’ 등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활동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기간 12월 4일~7일
문의 uce.or.kr

5. 유에코와 여행하다
마이스 여행자를 위한 울주 반나절 코스

울주 진하 앞바다에 아침 해가 떠오른다.

해발고도 1000미터 이상의 웅장한 산악군이 펼쳐진 영남알프스, 넓은 바다로 이어지는 태화강 물길, 아득한 역사를 간직한 반구천의 암각화, 한반도에 새 아침을 퍼트리는 간절곶. 유에코가 위치한 울산시 울주군은 눈부신 자연과 역사를 끌어안은 고장이다. 전시회와 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방문한 마이스 여행자라면 울주만의 고유한 풍광을 감상하고, 자연이 들려주는 유장한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여야 한다. 촘촘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이를 위해 반나절 산책 코스를 추천한다.

언양읍성에 올라 언양읍과 울주의 산악군을 살피면 눈이 시원해진다.

언양읍 골목 걷기
달콤한 언양불고기와 흥겨운 언양알프스시장을 품은 언양읍의 중심엔 오랜 세월 행정적, 군사적 요충지로 마을을 굽어본 언양읍성이 있다. 한때 어엿한 사대문과 12개소의 치성, 해자를 갖추었으나 수차례 전쟁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상당 부분 소실되었다. 다행히 오늘날 남문의 누각인 영화루를 복원한 덕분에 옛사람의 눈으로 언양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영남알프스가 에워싼 아늑한 마을 풍경은 언제고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을 테다. 영화루를 시작점으로 하는 언양갈래길을 거닐면 언양 사람의 삶이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성안1길 1(영화루)

반구천의 암각화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 울주군

반구천의 암각화 탐방
태화강 본류인 대곡천의 옛 이름이 반구천이다. 울주 사람들은 대곡천만큼 반구천이라는 이름을 오래 사용해 왔다. 원효대사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고찰 반고사의 존재를 더듬어 반구천 일대를 답사하던 불교미술사학자 문명대 교수는 1970년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이듬해인 1971년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했다. 옛사람들의 삶이 담긴 신비로운 고래 그림과 문장으로 이루어진 두 암각화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반구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단풍이 물드는 이 계절에 특히 아름답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울산암각화박물관)

명선교에 올라 명선도와 진하해수욕장의 눈부신 풍광을 마주해도 좋다.

명선도와 진하해수욕장 산책
온산읍과 서생면을 지나 동해에 유입되는 회야강 하구는 퇴적 지형이 발달했다. 육지면에서 모래톱이 뻗어 나가 섬에 닿은 것을 육계사주라 하는데, 명선도는 진하해수욕장과 육계사주로 이어진 섬이다. 뭍과 섬을 연결하는 모래톱은 물때에 따라 종종 잠기곤 했으나 최근 부교를 설치한 덕분에 언제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어둠이 내린 명선도는 경관 조명과 미디어 아트로 새 옷을 갈아입고 낮과는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섬을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섬 끄트머리 전망대에 서서 바다 저편의 고요함을 음미하는 것도 근사하다.
주소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산60(명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