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휴식이 필요해 찾은 전남 구례에서 여정을 마무리할 공간을 소개한다. 구례의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내가 바란 건 다디단 밤 파이
구례역제과점


구례구역에 내려 구례교를 건너면 또 다른 기차역이 나타난다. 사라진 완행열차 비둘기호 콘셉트로 조성한 구례역제과점 내부는 기차 안 풍경과 닮았고,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안내 방송도 흘러나온다. 열차가 곧 출발하니 자리에 착석해 달라는 말 뒤에, 촬영 허가 구역이라 디저트 사진을 자유롭게 찍어도 된다는 재치 있는 멘트가 이어진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지리산을 품고 섬진강을 굽어보는 구례역 대합실에 도착하겠습니다.” 구례에 놀러 왔다가 지리산과 섬진강의 여유로운 풍경에 반해 정착한 이은하 대표는 특산품인 밤을 활용해 지역을 알리기 위한 빵을 개발했다. 고메 버터를 사용해 만든 바삭한 파이지에 지리산 호지차 크럼블과 진한 밤 크림, 직접 졸여 만든 보늬밤을 가득 넣은 밤 파이가 오랜 연구 끝에 탄생했다. 반달곰 모양 쿠키로 장식한 파르페도 사계절 메뉴로, 또 다른 특산품인 산수유 잼과 제철 과일을 넣어 만든다. 오직 디저트 하나를 맛보려고 여행하는 문화가 있듯, 밤 파이를 먹기 위해 구례로 모이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23
문의 061-783-2369
장날에 만나는 생선가스 맛집
지리산오여사


방어, 농어, 광어, 삼치 등 제철 자연산 생선을 튀겨 내는 생선가스는 이 집의 인기 메뉴다. 비린 맛 없이 담백할 뿐 아니라 카레 가루를 입혀 감칠맛을 더하고, 곁들여 내는 타르타르소스는 구례 라임과 매실을 넣어 입맛을 돋운다. 소스와 반찬을 포함해 모든 메뉴를 국산 재료와 천연 조미료로 직접 조리하는 게 원칙. 배우 임시완이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를 촬영할 당시 여러 번 들러 생선가스를 먹은 걸로 유명하다. 걸쭉하고 녹진한 국물이 매력적인 우리 들깨 칼국수도 추천할 만하다. 구례에서 자란 통밀로 만든 면과 식물성 재료만 사용해 채식주의자에게도 반가운 메뉴다. 전남 장성의 순수령, 전북 남원의 보름달 등 무첨가 생막걸리도 판매하니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 온몸의 긴장을 풀어도 좋다. ‘반달곰을 사랑하는 1%’ 가게 중 하나로, 수익의 1퍼센트는 반달곰을 위해 기부한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5일시장작은길 20
문의 061-781-1431
야생 차의 매력을 우리다
고차수

물을 끓여 찻잔을 데우고, 우린 차를 잔에 담아내는 동안 찻집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지리산 야생 찻잎을 재배해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햇볕에 말리는 구증구포 제다법을 고수하는 고차수의 공정은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공현식 대표는 화엄사의 제다사였던 어머니에게 전통 제다 방식을 배워 20여 년 동안 차를 덖었고, 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과정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 “차는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라 몸에 들이는 거예요. 차의 냉성을 잘 다스려야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10월에는 이가영 공동대표가 기획한 프로그램 ‘차를 탐내는 나그네여!’가 열려 한국 차의 세계를 알린다. 습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환경에서 자라 맛의 균형이 뛰어난 피아골 작설차, 차나무가 바위틈을 따라 뿌리 내리며 자생해 바위에서 스며 나오는 성분이 풍미를 더한 홍류동 작설차 등을 자연 속에서 경험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중앙로 65
문의 0507-1348-6446
밀밭이 떠오르는 빵집
목월빵집


느리지만 건강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카페. 아버지가 재배한 밀을 아들이 제분해 사용하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부재료로 활용한다. 밀밭 길로 향하는 사람을 묘사한 시 ‘나그네’를 지은 박목월 시인의 이름을 빌려 상호를 지었다. 메뉴가 80종이 넘어 고민된다면 구례 두부 긴빵, 구례 쑥부쟁이 치아바타, 구례 곶감 크림치즈 빵 등 지역명이 들어간 빵을 고르거나 산동면에서 재배한 팥을 직접 끓여 넣은 대표 메뉴 목월팥빵을 선택해도 좋다. 쫄깃한 빵피에 상큼한 과육이 씹히는 복숭아 크림치즈 빵도 인기가 높다. 특색 있는 음료를 찾는다면 참깨 크림을 올려 고소한 방앗간 라테, 오이를 넣어 청량한 모히토를 추천한다. 가까이에 개울이 흐르는 야외 테라스, 빈티지한 분위기의 1층,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민 2층 등 색감과 구성이 다채로운 공간으로 이루어져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 85
문의 0507-1400-1477
책방지기의 오래된 보물 창고
섬진강책사랑방


이름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위치한 섬진강책사랑방은 20만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손님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했다. 김종훈 대표는 학창 시절 헌책방을 드나들며 지식을 얻고 세상을 배웠기에 중고 서적에 대한 애정이 많다.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42년간 헌책방 대우서점을 운영했고, 구례에서 새로 터를 잡은 지 올해로 5년이 되었다. 모텔을 개조해 만든 3층 건물의 책방 1층에는 아내 박선희 대표가 운영하는 북 카페 선이 자리한다. 상큼한 산수유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책장에 꽂힌 각 분야의 책 제목만 훑어도 재밌을 테다. 이곳에서 구례 출신 정지아 작가의 북 토크가 열렸고 지금도 시인, 사진가, 물리학자 등이 강의를 이어 나간다. “저녁에 천문학 강의를 진행하니 시간 되면 오세요.” 따스한 정까지 느껴지는 이곳은 사랑방이 틀림없다.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46
문의 061-782-3820
우체국에서 인테리어 소품 가게로
바꿈살이


구례 읍내에 있던 소품 가게 바꿈살이가 확장 이전한 곳은 옛 문척우체국 건물. 언뜻 보면 하얀 우체국 건물인가 싶지만, 문을 여니 치앙마이가 연상되는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산대 옆에 놓인 우체국장 명패와 벽에 걸린 옛 우체국 사진이 지난 시간을 짐작케 한다. 구례로 귀촌하기 전 정겸지 대표는 출근하지 않는 날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나만의 공간을 취향껏 꾸미는 일이 휴일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테리어의 즐거움을 아는 그가 제품을 들이는 기준은 세 가지.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 유리, 나무 소재 제품에 손님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구매할 만한 부담 없는 가격대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가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으면 제외한다. 눈이 편안해지는 나무 인테리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은은한 인센스 향, 꼬리를 살랑거리며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 백설과 뚱이 덕에 구례를 다시 찾을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다.
주소 전남 구례군 문척면 수달생태로 268-7
문의 0507-1379-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