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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감성 충전

2025년 07월 25일

  • WRITER 우지경(여행 칼럼니스트)
  • PHOTOGRAPHER 봉재석
  • ILLUSTRATOR 조성흠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소품 가게와 서점부터 개성 넘치는 카페, 양조장, 레스토랑까지. 강원도 강릉역 부근에서 감도 높은 가게 여섯 곳을 찾았다.

소품 가게가 된 한의원
브레드브레드바나나

오래된 한의원 건물에 둥지를 튼 수제 노트 전문 소품 가게. 강릉의 자연과 옛 동네의 매력에 반해 강릉살이를 시작했다는 유은정 대표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단순히 소품만 구입하기보다 소소한 영감을 얻길 바라며 한의원 건물을 브레드브레드바나나로 재탄생시켰다. 50년 넘게 운영한 동네 한의원에 깃든 시간의 온기와 유 대표가 디자인한 문구의 밝은 색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한의원에서 쓰던 약장과 침대 위에 마스킹 테이프, 편지지, 책갈피 등의 문구가 놓여 있고, 미닫이문에는 유 대표가 큐레이션한 에코백이 걸려 있다. 수제 노트가 콘셉트인 만큼 각자 취향에 따라 표지와 내지를 골라 노트를 만들 수도 있고, 한의원에서 사용하던 빈티지 책상에 앉아 직접 도장을 찍으며 노트 꾸미기도 가능하다. 곧 수제 노트 만들기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열차를 타기 전 아날로그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브레드브레드바나나로 향하자.
주소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42-1 문의 0507-1427-0476

감성이 솔솔 묻어나는 카페
바스투체어

월하거리 건너편 옥천동 골목에 자리한 마커스 호스텔 1층에 카페 바스투체어가 있다. 여행자와 지역민이 어우러지는 ‘로컬 소셜라이징 호스텔’을 표방하는 마커스 호스텔 정하영 대표가 운영한다. 바스투체어(Bastu Chair)라는 이름은 스웨덴어로 ‘사우나’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 사우나를 재해석한 공간으로 꾸민 이유는 따분한 일상 속 사소한 일탈이 주는 행복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골목 안 카페지만 한쪽 벽에선 강릉 바다 영상이 상영되고, 자작나무 테이블과 의자로 꾸민 인테리어에서 북유럽과 일본 감성이 묻어난다. 대표 메뉴는 강릉의 소나무 향에 은은한 단맛을 더한 ‘솔솔 티’로, 마치 사우나 향이 나는 것 같다. 차가운 여름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솔 에이드에 라임과 바질로 만든 셔벗을 올린 ‘솔 바질 에이드’를 추천한다. 입안 가득 초록의 산뜻함이 번진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2115번길 14 문의 0507-1497-0463

강릉 감자의 무궁무진한 변신
감자유원지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감자를 테마로 한 로컬 맛집, 감자유원지의 대표 메뉴는 네 가지다. 강릉 못난이 감자로 뭉근하게 끓인 ‘감자수프’, 감자 크림을 올려 고소한 맛이 일품인 ‘감자눈 카레우동’, 짭조름한 항정살과 부드러운 감자를 넣은 ‘항정살 감자 솥밥’, 강릉의 색을 담은 ‘메밀 김밥 필 무렵’이다. 메밀 김밥 필 무렵은 고소한 메밀 면에 바삭한 새우튀김과 부드러운 달걀, 아보카도를 넣고 고추냉이로 알싸한 맛을 더했다. 감자수프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아주 좋다. 감자눈 카레우동에는 바다를 닮은 청량한 맛의 ‘강릉 바다 에이드’를, 항정살 감자 솥밥에는 강릉 솔잎을 올려 상쾌한 향이 나는 ‘솔향 아이스티’를 곁들여 보자. 식사를 마친 후엔 감자를 테마로 한 기념품점 포테이토교 구경도 놓치지 말 것. 못난이 감자로 만든 ‘포파칩’과 ‘강릉 감자칩’은 여행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2115번길 7 문의 0507-1370-7117

강릉의 구름을 떠먹는 막걸리
주룩주룩 양조장

강릉중앙시장 뒤편의 점집 거리, 한 수상한 가게가 눈길을 끈다. 대학 시절부터 양조에 대한 꿈을 키워 온 박영건·김항욱·한빛찬 세 대표가 운영하는 주룩주룩 양조장의 쇼룸이다. 주룩주룩 양조장은 점집 거리라는 특성에 어울리게 ‘구름신을 모시는 양조장’이라는 콘셉트로 강릉의 지역색과 재료를 이용한 이색 막걸리를 선보인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전통을 이어 오는 강릉단오제에서 착안한 ‘강릉 구름신 막걸리’는 창포물로 만들어 감칠맛이 좋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막걸리를 궁리하던 중 술을 빚을 때 물을 적게 넣어 진득하게 만드는 전통주, 이화주를 모티브로 한 떠먹는 디저트 막걸리도 고안해 냈다. 종류는 ‘하평구름’ ‘소돌구름’ ‘순긋구름’ ‘강문구름’ 네 가지. 강릉의 아름다운 해변 이름에서 따와 제품명을 짓고 강릉에서 생산하는 쌀, 딸기, 곶감, 블루베리를 주재료로 활용해 막걸리에 달콤한 맛을 더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중앙시장4길 11-1 문의 @jurukjuruk_brewery

임영로를 밝히는 서점 겸 바
윤슬서림

강릉의 대표 명소인 강릉대도호부 맞은편에 매일 낮부터 밤까지 임영로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윤슬서림이 있다. 책방과 카페, 바를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서점을 시작했다는 현구 대표는 원래 포남동 주택가에 있던 윤슬서림을 6개월 전 임영로로 이전했다. 통유리창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 종이 냄새가 귀와 코를 자극한다. 책방지기가 큐레이션한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분위기다. 창 너머로 한눈에 담기는 은행나무와 강릉대도호부 풍경은 독서를 부른다. 서점 한쪽의 눈길을 끄는 공간은 낮엔 카페로, 밤엔 바로 변모한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바를 책임지는 사람은 양조 공부를 하는 김한빛찬 대표. 덕분에 이곳에선 밤에도 책을 읽으며 칵테일을 홀짝일 수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38 문의 0507-1321-9657

아귀 간 크림 파스타의 매력 속으로
오하이오

강릉 서부시장 옆 2층 건물에 자리한 오하이오는 감도 높은 공간에서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명주동에서 산치식당을 운영하던 김용남 대표와 펍과 와인 바로 경력을 쌓은 신민규 대표가 의기투합해 문을 열었다. 과거 새마을금고였던 곳이 바이닐 바를 방불케 하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변했다. 이색 식재료로 구성한 메뉴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표적인 메뉴로 ‘아귀 간 크림 파스타’가 있다. 볶은 아귀 간에 크림소스를 더해 녹진한 맛이 나고, 열빙어알이 들어간 한치를 올려 해산물의 깊은 풍미를 끌어올렸다. 진한 비스크 소스로 맛을 내고 고소한 블랙타이거새우와 관자, 향긋한 루콜라와 상큼한 토마토가 한데 어우러지는 ‘관자 새우 파스타’도 인기다. 여기에 패션프루츠를 베이스로 하여 화려한 색감을 내는 ‘선데이 캔디’나 생바질과 라임으로 만든 ‘녹색광선’ 같은 논알코올 칵테일을 곁들이면 눈과 입이 즐거운 식탁이 완성된다. 무알코올 칵테일은 취향에 따라 알코올로도 맛볼 수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210번길 22 문의 0507-1462-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