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고래문화특구부터 삼호동 철새마을까지 고래와 철새의 소리를 쫓아 걸음을 옮긴다. 자연의 아름다운 선율이 온몸을 감싼다.
신비로운 고래의 세계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생명체에 한 걸음 다가간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울산 남구와 고래의 관계를 되짚고, 옛 장생포를 재현한 마을을 둘러본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가수
“쉽게 볼 수 없어 잘 알지 못하고, 좀처럼 만날 수 없어 신비롭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고래를 촬영하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는 배우 한지민과 박해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분수공으로 힘찬 물줄기를 뿜어내고, 가슴지느러미를 내리쳐 수면에 큰 파동을 일으키는 화려한 동작이 이어지자, 영상 속 고래에 대한 호기심이 점차 부풀어 오른다. 화면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고래 박물관이 있는 울산 남구 장생포로 향했다.
‘길고 거대한 크기의 생명체가 사는 포구’라는 뜻의 장생포는 오랜 시간 고래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선사시대부터 고래가 서식하던 해역인 데다 상업 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 고래잡이가 지역민의 생계 수단이었다. 1899년 러시아가 울산 장생포에 포경 전진 기지를 세우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며 고래잡이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등 타국이 장생포를 점령하던 때가 있었지만, 해방 이후 조선포경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한국도 본격적으로 고래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일부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자 국제포경위원회가 1986년 상업 포경을 전면 금지했다.
울산 남구는 사라져 가는 고래 유물과 관련 자료를 보존하기 위해 2005년 장생포 고래박물관을 건립했다. 3년 뒤 장생포 일대가 전국에서 하나뿐인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테마파크 같은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박물관 1층에 전시된 포경선 진양5호는 개관 당시 기증받은 것으로, 배 길이가 약 30미터다.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는 최대 33미터에 달한다. 배보다 큰 고래라니, 상상만으로도 장엄함이 느껴진다. 3층에 들어서자 고래 울음소리가 공간을 에워싸면서 <고래와 나>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불현듯 떠오른다. 혹등고래는 지구에 사는 동물 중 가장 넓은 음역의 소리를 내고, 평균 20분 정도 낮게 흐느끼듯이 또는 높게 울부짖듯이 노래를 부른다. 이에 주목한 미국 생물학자 로저 페인 박사는 1970년 혹등고래의 노래를 녹음해 이라는 앨범을 정식 발매했다. 다섯 곡이 수록된 음반은 발매 당시 전 세계적으로 10만 장 이상 판매되었을 뿐 아니라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보이저호에 실려 우주까지 진출했다. “사람들은 고래가 가수이자 시인이라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가수이자 시인의 노래가 우리의 바다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어요.” 고래 연구가 이언 커 박사는 이 사건이 무자비한 포경 산업을 반대하는 고래 보호 운동의 시작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박물관을 나서기 전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신출귀몰 고래>전에서 이 신비로운 동물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체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등 여러 속담에 고래가 언급되고,<피노키오>를 포함한 각종 동화 속 주인공이 고래 뱃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가 많다. 항상 웃고 있는 듯한 표정의 돌고래는 캐릭터나 인형으로 재탄생해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귀여운 동물로 각인됐다. 건물 바로 옆에는 탐사를 목적으로 한 고래바다여행선의 선착장이 자리한다. 이야기 속 존재를 현실에서도 만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매주 장생포항에서 출발하는 배가 고래의 이동 동선을 따라 울산 연안을 운항하고 있다. 매번 고래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징어가 주식인 참돌고래는 수온이 높아져 먹잇감이 풍부한 여름에 볼 확률이 비교적 높다. 지난해 8월에는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2000여 마리의 참돌고래 떼가 포착돼 승선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베일에 싸인 생명체를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게 아니라, 고래가 사람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장생포의 시간을 들여다보다
고래와 한 뼘 친해진 기분이 드니 이젠 본격적으로 고래문화특구를 구경할 차례다. 박물관에서 출발하는 모노레일은 고래문화특구를 한 바퀴 천천히 돌아 1960~1970년대 장생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어촌의 모습을 재현한 장생포 옛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장생포국민학교, 동광서림 같은 세월이 묻어나는 건물부터 교복 대여점, 달고나 만들기, 고무줄 놀이 등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문화적 요소가 거리에 즐비하다. 고고장 간판 아래 적힌 ‘미성년자(1955년 이후 출생자) 출입 금지’라는 안내 문구에는 피식 웃음이 난다. 영화 <써니>를 연상시키는 복고풍 음악이 크게 흘러나오고, 옛 교복을 입고 공중전화 부스를 들락거리는 두 소녀의 활기찬 모습에 멈췄던 장생포의 시간이 다시 흐르는 듯하다.
장생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래가 마을 곳곳에서 쉽게 발견된다. 바닥에 대형 고래가 그려진 고래광장을 지나 고래조각정원에 다다르면 여섯 종의 고래 조형물이 나타난다. 고래 중에서도 가장 큰 대왕고래, 네모난 머리가 몸길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향고래, 이름처럼 등에 혹 같은 돌기가 난 혹등고래, 가슴지느러미 중앙에 흰 띠무늬가 있는 밍크고래, 표면에 따개비가 붙은 귀신고래, 검은색 몸통에 눈가엔 하얀 반점을 지닌 최상위 포식자 범고래까지. 온종일 고래에만 몰두하다 보니 저마다 다른 생김새가 구별된다.


선사시대고래마당에 설치한 반구대 암각화를 실물 크기로 본뜬 조각도 눈에 띈다. 국보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는 선사시대부터 장생포 일대가 포경의 발상지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다. 실제 유적은 가까이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구경하도록 야외 공간에 학습용 모형을 세워 두었다. 언덕을 올라 웨일즈 판타지움으로 가면 바위에 새겨진 고래가 살아 움직이는 몰입형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를 볼 수 있다. 다섯 개의 전시 중 <염원의 길> 파트에 들어서면 환한 보름달이 뜬 밤에 절벽 아래로 폭포가 떨어지는 영상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디딤돌 위에서 고래, 사슴, 호랑이와 눈을 맞추고 두 팔을 벌린 채 크게 돌려 인사를 건네니 동물들이 각자 방식대로 맞장구를 친다. 기술의 힘을 빌려 짧은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향할 곳은 노을 명소라 불리는 장생포 문화창고다. 과거 냉동 창고였던 이 건물은 2021년 울산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간단히 배를 채울 푸드 코트부터 미디어 아트 전시관, 소극장, 북 카페 등이 입주해 있다. 별빛마당이라 부르는 옥상에 들어서자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은 석유화학단지의 수많은 공장 불빛이 절경을 이룬다. 황홀한 야경을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울산 남구에서의 첫째 날이 저물어 간다.

장생옛길
1940년 초 포장도로가 나기 전에 장생포 주민들이 장생포와 읍내를 왕래하던 길이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곡 ‘APT.’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동명의 노래로 함께 주목받은 윤수일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집터에 그의 청년 시절 모습을 담은 동상을 세우고, 아파트 외벽을 LP 앨범 표지로 꾸며 장생포에서 나고 자란 가수 윤수일을 기린다. 울산 남구에서 만나는 또 다른 목소리다.
고래가 일상 속으로 풍덩
장생포 옛 마을을 떠나기 전, 고래와의 추억을 간직할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고래빵 연구소
울산제과협회에서 운영하는 빵집이다. 울산 특산물인 미역을 잘라 넣고 유자청으로 맛을 낸 마들렌은 담백하고 상큼해 자꾸만 손이 간다. 새끼를 낳은 고래가 산후조리를 위해 미역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빵에 들어간 재료가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고래 모양 치즈 케이크 빵, 밤 양갱, 버터 쿠키 등을 판매한다.

느린 우체통
매표소에서 엽서를 받아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여행에 대한 감상은 시간이 흘러 흐릿해지겠지만,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기록해 몇 개월 뒤에 확인하면 색다르게 느껴질 테다. 일반 우체통에 들어간 엽서는 매달 초 발송되고, 올해 하반기에 느린 우체통에 넣은 엽서는 내년 1월에 일괄 발송할 예정이다.

스탬프 투어 & 장생이 인형 키링
오프라인 스탬프 투어에 참여한 사람 중 매달 선착순 100명에게 귀신고래를 형상화한 캐릭터 장생이 인형 키링을 선물한다. 장생포 내 체험 장소 여덟 곳을 모두 방문해 스탬프를 찍은 뒤, 장생포 관광 안내소에서 기념품을 수령한다. 세 캐릭터 중 아기 고래 생일은 귀신고래가 울산 장생포 앞바다에서 다시 뛰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래의 날인
4월 15일로 정했다.

고래고래국수
인공 첨가물 없이 해조류와 채소를 넣어 건강하게 국수를 만든다. 여러 겹으로 압착해 단단한 결이 생기고, 오염된 공기를 피해 암실에서 발효하는 게 특징이다. 부추, 비트, 강황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해 영양도 살뜰히 챙긴다. 국수 공장이 고래문화마을에 위치하고, 음식이 맛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는 의미에서 고래고래국수라고 이름 붙였다.
하늘을 나는 계절의 안내자
삼호동 철새마을에서 날아다니는 생명체를 보고 생생한 소리를 듣는다. 철새홍보관에서 태화강 국가정원의 탄생 배경을 알아본 뒤, 삼호대숲에 모여 있는 백로 떼와 조우했다.


삼호대숲을 찾는 철새
단잠에서 깨어난 후 귓가를 파고드는 새들의 합창 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는다. 끝내지 못한 업무로 밤을 꼬박 새웠을 때는 그 소리가 반갑지 않은 불청객 같았는데, 오늘은 다르다. 둘째 날의 여행 테마를 철새로 정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봄과 가을은 점차 짧아지다 보니 ‘제철’이라는 키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언제까지 누릴지 모를 이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해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을 꼭 챙겨 먹거나 활짝 핀 수국과 해바라기를 보러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향한다. 해마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왕복하는 철새 또한 우리에게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 주는 반갑고 소중한 존재다. 국내 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 국가정원의 삼호지구에 위치한 태화강 철새공원(삼호대숲)에서 수백 마리의 백로류를 관측할 수 있다는 소식은 이번 여름을 특별하게 만들어 보자는 다짐을 더욱 굳히게 했다.
삼호대숲 근처에 자리한 철새홍보관은 새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철새홍보관은 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생태 교육과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설로,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해인 2019년 문을 열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축물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한 건물로, 국내 공공 건축물 최초로 제로 에너지 1등급을 받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삼호대숲에 설치한 관찰 카메라에 담긴 새들의 실시간 모습이 스크린 위에 나타난다. 태화강 중류에 위치한 삼호대숲에는 여름 철새 백로류와 겨울 철새 까마귀류가 번갈아 찾아온다. 삼호대숲 옆을 흐르는 태화강의 하천 폭이 넓고 자갈밭, 갈대밭 등에 다양한 미생물과 각종 어류가 서식해 새들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온화한 기후 덕에 오래 머무르기도 좋다. 과거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울산의 환경오염이 심각했던 시기, 철새들은 한때 이곳을 떠났다. 그러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태화강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로 거듭나며 하천의 수질도, 자취를 감췄던 새들도 다시 돌아왔다.

새들의 위대한 여정
삼호대숲에서 관측되는 여름 철새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총 7종이다. 매년 3월에 돌아와 대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무리를 지어 번식하는데, 크기에 따라 둥지를 짓는 위치가 다르다. 왜가리처럼 몸집이 큰 새는 높은 곳에, 쇠백로와 황로 같은 비교적 작은 새는 그보다 낮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10월이 되면 백로류가 동남아시아로 떠나고, 추운 나라에서 출발한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대숲을 차지한다.
5D 영상관에서 상영하는 8분짜리 애니메이션 <위대한 여정>은 시베리아에서 울산으로 날아오는 떼까마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다. 떼까마귀는 혼자 있으면 표적이 되기 쉬워 떼로 몰려다니고, 함께 소리를 내 적을 위협한다. 겨울에 포착되는 떼까마귀 군무는 사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 것이다. 5D 안경을 쓰고 새의 시선으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비행하다가 맹금류에게 아슬아슬하게 쫓기는 순간, “대형을 만들어!”라는 외침을 들은 눈앞의 떼까마귀 무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삼호대숲에 다다르기까지 새들의 여정은 이처럼 고난스러운 한편 경이롭다.

겨울 철새는 이곳에 없지만 철새홍보관 전망대에 오르면 여름 철새 백로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대고 좌우로 방향을 틀다 보면 숲을 배경 삼아 지나가는 하얀 생명체가 포착된다. 건물 쪽으로 다가오는 새를 따라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이는 동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직 만족하긴 이르다며 아침 일찍 삼호대숲 근처에 가 보라는 해설사의 조언에 다음 날 다시 공원을 찾았다. 오전 5시 반, 해가 뜨기 한참 전인데도 이미 새들은 분주하다. 맞은편의 하얀 점 같은 개체만 세어 봐도 100마리가 훌쩍 넘는다. 날이 밝을수록 먹이를 구하기 위한 새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태화강 위 수풀에 원을 그리며 착지하는 우아한 몸짓은 시선을 오래오래 붙들어 놓는다. 거친 울음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이동하는 사이, 황토 맨발길을 걸으며 정신을 깨우는 할머니와 꽃이 피지 않은 맥문동을 쭈그려 앉아 관찰하는 아이가 스쳐 지나간다. 휜 대나무가 만든 빽빽한 그늘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맞으며 졸음을 물리쳐 본다. 태화강 국가정원 삼호지구의 아침 풍경을 관찰하는 동안 새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번 여름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생생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간이 흘러 세세한 풍경은 잊히더라도 강렬한 햇볕 아래 더 큰 존재감을 뽐내던 하얀 생명체는 기억에 남을 테다.

탐조가를 위한 팁
지난해 문을 연 삼호철새마을 게스트하우스는 근처에 자리한 철새홍보관과 연계해 숙박형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름·겨울 방학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해 해설사와 동행하는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겨울철에는 게스트하우스·철새홍보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떼까마귀 군무를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 삼호대숲과 가깝고 숙박비가 저렴해 인기가 높다.
울산 남구가 전하는 고래 이야기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체, 고래가 궁금한 사람들이 울산 남구로 모여든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이 지역 일대를 알차게 여행할 방법을 제안한다.

올해도 장생포 일대가 울산고래축제의 열기로 뜨거울 것 같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지 귀띔해 주세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고래의 선물’을 주제로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일원에서 제29회 울산고래축제가 열립니다. 이번에는 특히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고래와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 가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고래가 뛰어노는 바다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인터랙티브 전시와 몰입형 체험 등을 마련해 관람객에게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축제 기간 내내 다채로운 공연도 이어집니다. 먼저 트로트 가수 박지현·김다현 등이 개막식 무대에 올라 축제의 포문을 열고, 고래 퍼레이드, 장생포 열린음악회, 뮤지컬 갈라 콘서트 등이 행사의 열기를 더할 예정입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어린이 놀이터, 버블 체험, 범고래 그라피티 같은 어린이 특화 공간도 운영합니다. 다가오는 9월, 고래가 전하는 특별한 선물을 장생포에서 꼭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1960~1970년대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장생포 옛 마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전시를 관람하거나 체험할 공간도 여럿입니다. 그중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을까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고래와 바다, 사람의 이야기를 더 깊이 체험할 특별한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웨일즈 판타지움과 장생포 문화창고를 소개하고 싶네요. 먼저 웨일즈 판타지움은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전시관입니다. ‘심연의 시선’ ‘염원의 길’ ‘고래의 도시’ ‘바다의 기억’ ‘반려고래 오셔나리움’ 총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한 공간에서 고래의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특별한 체험을 합니다. 옛 냉동창고를 리모델링한 6층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장생포 문화창고도 추천합니다. 4층 갤러리C에서 진행하는 울산 남구 대표 캐릭터를 주제로 한 팝업 전시 <장생이와 함께 떠나요!>가 8월 24일까지 이어집니다. 캐리어와 여권을 손에 든 관광객 장생이, 비행기에서 인사를 건네는 승무원 장생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피서지처럼 꾸민 구간에서 여름휴가를 추억할 사진 한 장 남기셔도 좋겠네요.
울산 남구의 밤을 더욱 화려하게 빛낼 방법을 모색하고 계시다고요. 해가 저문 뒤 남구 전역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합니다.
낮에는 바다의 생동감이 지역 일대에 가득하니, 밤에는 은은한 빛으로 물들이고자 합니다. 장생포 워터프런트에 세운 킹웰리 분수대를 보셨나요? 귀신고래를 형상화한 이 분수대는 고래가 파도 위로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으로 제작해 남구의 번영과 희망찬 미래를 상징합니다. 밤이 되면 노을, 은하수, 오로라 등 다섯 가지 테마 아래 형형색색의 조명이 빛나고,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 한여름에 특히 잘 어울리죠. 매주 토요일 밤, 장생포 고래박물관 광장에서는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지는데, 킹웰리 분수대와 함께 어우러져 이색적인 야경을 만들어 냅니다. 8월 중에는 장생포 문화창고 건너편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저유탱크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구축하는 장생포 라이트를 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지난 6월에는 흐드러지게 핀 수국으로 장생포 일대가 알록달록하게 물들었죠. 이 외에도 계절마다 꽃구경하기 좋은 명소를 소개해 주세요.
울산 남구는 사계절 산책하기 좋은 지역입니다. 봄에는 궁거랑 벚꽃길에 들러 보세요. 만개한 벚꽃 터널을 거닐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2.5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4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관을 선사합니다. 여름에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 조성된 오색수국정원이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41종 3만 본 이상의 수국을 식재해 100만 송이 가까운 수국이 마을 전체를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파랑, 보라, 분홍, 하양 등 다채로운 빛깔의 꽃이 골목과 마을 언덕을 따라 피어 있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죠. 선암호수공원은 가을과 겨울에 특히 아름답습니다. 약 49만 포기의 꽃무릇이 붉게 피어나 공원 전체를 따스한 가을빛으로 물들이죠. 꽃무릇이 선사하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 보세요.
여름에 백로류를 만나기 위해 삼호대숲을 방문할 분도 적지 않을 텐데요. 삼호철새마을 게스트하우스가 철새홍보관과 연계해 숙박형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반갑습니다.
여름이면 태화강 삼호대숲은 하얀 새들의 쉼터가 됩니다. 고요히 흔들리는 대숲 사이로 날아오르는 백로류의 모습은 도심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장면이죠. 근처에 자리한 철새홍보관은 태화강의 생태 문화를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공간입니다. 철새 교육장, 5D 영상관, VR 체험관, 카페, 전망대 등이 있어 아이와 함께 하는 체험 학습 장소로도 제격입니다. 특히 전망대에서는 철새들이 머무르는 삼호대숲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삼호철새마을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분이라면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철새홍보관의 탐조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문 해설사와 함께 삼호대숲을 걸으며 철새를 관찰하고 설명을 듣는 유익한 시간이 될 테니 꼭 신청해 보세요. 도심 속에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움직임을 느끼고 싶다면, 철새가 머무는 삼호대숲과 그 주변을 둘러보는 생태 체험이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