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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사랑 이야기

2025년 07월 22일

  • WRITER 정수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영화감독과 시한부 배우의 사랑을 품은 1300년 된 은행나무. 잎이 진다고 나무가 죽는 게 아니듯, 영화가 끝나도 사랑은 남는다.

삶에서 드라마틱한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영화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런 순간을 모아 작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더 영화 같을까. 드라마 <우리영화>는 데뷔 이후 차기작을 찍지 못하고 있는 영화감독 제하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배우 다음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관계의 끝을 알면서도 만남을 시작한 두 사람이 주인공인 만큼 장면 하나하나, 감정과 대사의 밀도가 높다. 1화 초반, 제하와 다음의 이야기를 함축한 은행나무 신만 봐도 지극히 영화적이다. 캠코더를 든 다음이 푸르른 은행나무를 찍으며 오른편에서 걸어오고 제하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다 각자 왔던 길로 사라진다. 이후 황금빛 가을과 황량한 겨울을 거쳐 푸른 잎으로 빼곡한 은행나무가 다시 나타나고, 이번에는 제하가 웃으며 다가오는 다음을 촬영하면서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마주 본다. 장면 전후로 흐르는 내레이션. “영화는 인생처럼 엔딩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간다. 그리고 또 어떤 인생은 엔딩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시작일 때가 있다.”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에 계속 등장하는 은행나무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에 있다. 드라마에서 그렇듯, 실제로 봐도 높이 32미터, 둘레 16.27미터의 웅장한 자태가 시선을 압도한다. 최근 밝혀진 나무의 수령은 무려 1317년.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을 지나온 나무처럼 제하와 다음이 만든 영화도, 겹겹이 쌓아 올린 사랑도 어떤 이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소포모어 징크스를 앓고 있는 영화감독과 생의 끝자락에서 인생의 주연으로 살아 보려는 배우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배우 남궁민과 전여빈이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절절한 사랑을 연기했다.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