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 가기 전에 영화 여행은 어떤가. 국내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린다. 전주역 앞 도서관부터 영화가 끝나고 들를 소품 숍과 식당, 전망대까지. 전북 전주의 멋과 맛을 즐겨볼 장소를 찾았다.

책과 휴식을 함께 즐기는 문화 쉼터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


전주 여행의 시작과 끝인 첫마중길에 위치한 예술·여행 특화 도서관. 화장실로 사용하던 컨테이너가 2021년 4월에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공간은 ‘여행자 라운지’와 ‘아트북 갤러리’로 나뉜다. 여행자 라운지는 무료 충전과 무료 짐 보관 서비스는 기본이고, 도서관 여행 코스를 안내한다. 전주 관련 여행책을 비롯해 리커버 북과 매거진 등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 비치되어 있고, 컬러링 엽서와 글감 상자는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아트북 갤러리는 예술 분야에 집중한 공간. 루이 비통, 반 고흐, 무민 일러스트 아트북은 물론 마블의 만화 <어벤져스> 최종 모음집, 베르사유궁전 사진집까지 패션, 미술, 영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아트북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영화 포스터, 음반 커버 등 상징적인 그래픽 카드를 전시하는 ‘한 칸 미술관’, 달마다 여행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월간 여행자’ 등 자체 큐레이션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게가 38킬로그램에 달하는 한정판 도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 북>을 맨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곳이니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807 문의 063-714-3524
음악과 활자 너머 커피에서 얻는 위로
현해탄


조도가 낮은 공간에 차분히 내려앉은 햇살. LP 음악과 빛바랜 종이책, 그리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 이 모든 요소가 존재하는 현해탄은 머무르기만 해도 따뜻한 위로를 받는 곳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일자 형태로 길게 뻗은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위에 <백범일지>를 비롯한 한자와 옛 한글을 섞어 세로로 쓴 서적들이 꽂혀 있다. 책은 자유롭게 열람 가능하며, 언제든 공간에 대한 감상과 생각 정리를 도울 연필과 방명록도 마련해 두었다. 현해탄의 시그너처는 현해탄 커피. 처음엔 쓴맛이 나다가 우유의 깔끔한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차가운 라테다. 곁들이 메뉴로 수제 피낭시에도 추천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진한 버터의 풍미가 가득해 씁쓸한 커피와 잘 어울린다. 현해탄의 맛과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붐비는 주말보다 평일 방문을 권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평1길 32 문의 @hhtan_coffee
정형화되지 않은 매력의 소품 숍
탐미주의


전주한옥마을 향교길에 위치한 감각적인 소품 숍. 탐미주의 1호점은 컵·커틀러리 등 소품과 잡화를 판매하고, 2호점은 가구·조명 등 부피감 있는 인테리어 쇼룸으로 운영한다. 이곳의 한아름 대표는 발리, 인도네시아, 타이, 인도 등에서 큐레이팅해 수입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소개한다. 반죽을 주무른 흔적이 남은 숟가락, 울퉁불퉁한 토기, 두 갈래로 나뉜 컵 손잡이 등 탐미주의의 물건은 정형화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자유로운 형상을 띤다. 어글리 컵이 대표적으로,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만져 보면 의외로 반질반질한 질감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정해진 용도는 없다. 동일한 패턴이나 모양이 없는 이 컵은 인센스 받침대, 주얼리 보관함 또는 술잔이 되기도 한다. 내 공간에 두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정이 될 것이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69(1호점) 문의 @tamijui_
국밥과 비빔밥에 듬뿍 넣은 전주 인심
오래옥


근사한 한옥에서 콩나물국밥과 육회비빔밥을 즐길 수 있는 맛집. 오래옥의 콩나물국밥은 전주 남문식으로, 수란을 국물에 넣지 않고 토렴해 먹는다. 국물 세 숟가락을 수란 그릇에 넣고 기호에 따라 콩나물과 김 가루를 섞어 먼저 구수한 풍미를 낸다. 그런 다음 국물을 맛보면 콩나물의 시원하고 뜨끈한 기운이 발끝까지 전해진다. 마지막 한술까지 부족함 없도록 콩나물과 밥은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주문할 때 국밥용 오징어는 꼭 추가할 것.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콩나물과 쫄깃한 오징어의 조합이 별미다. 오래옥에선 육회비빔밥도 인기다. 콩나물, 상추, 당근, 애호박, 무채, 김 가루를 푸짐하게 넣고 수제 비빔장과 함께 신선한 한우 육회와 달걀노른자를 올려 낸다.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가 한입 가득 어우러져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운다. 식당을 나서기 전, 전동성당이 한눈에 담기는 창문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4(전주한옥마을점) 문의 063-252-2118
전주한옥마을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
오목대


1974년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오목대는 전주 완산구 풍남동에 위치한 작은 언덕이자 정자다. 1380년(고려 우왕 6년)에 남산의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이성계 장군이 일가친지를 모아 승전을 자축한 곳이기도 하다. 그가 조선 왕조를 개국한 후 정자를 지었는데,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아 정자 이름을 오목대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전주 시민에겐 휴식 공간으로, 여행객에겐 전주한옥마을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사랑받고 있다. 완만한 계단으로 이어진 정상까지는 단 5분 만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있는 널찍한 정자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 잠깐 쉬어 가기 좋다. 오목대 정상은 사방이 나무에 가려져 전주한옥마을이 잘 보이지 않으니, 오목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놓인 나무 덱을 추천한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 노을이 질 무렵.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전주한옥마을의 기와가 주황색 노을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55 문의 063-281-2114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놀이터
금지옥엽 무명씨네

우리는 영화 감상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관련 소품을 소장하곤 한다. 영화 포스터, OST LP부터 영화 관련 서적 같은 것들. 이 모든 것을 갖춘 금지옥엽 무명씨네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종합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무명씨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곳은 옛날 상가 주택 구조를 그대로 살려 내부에 나선형 계단과 미닫이문이 있고, 방 구조로 이뤄진 점이 독특하다. 고전 영화부터 최근 개봉작까지 아우르는 포스터와 LP는 물론, 원작 소설과 비평서 등 영화를 더욱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전문 서적까지 갖췄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도 판매한다. 자체 제작 굿즈부터 전주국제영화제 굿즈, 지역 청년 디자이너와 협업한 굿즈, 영화 배급사 굿즈까지 다양하다. 이 외에도 정기적으로 영화 상영회와 영화제를 여는 것은 물론, 지역 청년들이 영화인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간 대여 사업도 한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영화제 티켓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 일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96 문의 @cherish_storage.no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