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부터 6일까지 강릉 옥계해수욕장 일원에서 제1회 세계커피축제가 열린다. 커피 향 그윽한 해변에서 캠핑을 하고, 커피 만들기 체험을 하며, 옥계오일장에서 지역 특산물도 살 수 있는 기회.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포함된 황금연휴를 가장 알차고 낭만적으로 보낼 방법이 강원도 강릉에 있다.


강릉은 어떻게 커피의 도시가 됐을까
커피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강릉이 커피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기 시작한 건 불과 20여 년 전. 2000년대 초 커피 자판기 몇 대가 놓여 있던 안목항에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 들어서고,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명장들이 강릉에 터를 잡으면서 ‘진짜배기 커피는 강릉에 있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이후 안목해변에 커피 거리가 형성되고 커피박물관에 더해 상업용 커피 공장까지 들어서면서 강릉은 커피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2009년 안목해변과 사천해변, 경포 시내 전역에서 제1회 강릉커피축제가 열렸다. 그 세월이 벌써 17년. 해를 거듭하며 강릉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에는 방문자 수 40만 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1년에 단 며칠, 가을에만 열리는 축제는 커피 문화를 제대로 만끽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봄에도 커피 축제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5월에 열리는 제1회 세계커피축제는 동해의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끽하며 강릉의 커피 문화를 느긋하게 즐길 절호의 기회다.


2 강릉커피박물관에선 로스팅 체험이 가능하다.
해수욕장과 특별한 축제 공간
제1회 세계커피축제는 개최 장소부터 특별하다. 여행자로 북적이는 초당이나 안목항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의 옥계해수욕장이 주무대. 커피 체험 시음 부스와 세계 유명 커피를 알리는 부스, 강릉 공예가들이 꾸민 부스 30~40개 동을 설치한다. 옥계해수욕장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이라 봄 바다의 낭만을 만끽하며 커피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고운 모래에 폭 100미터가 넘는 백사장 앞,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한국여성수련원에는 50여 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사이트가 마련된다. 스치듯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돌아가는 축제가 아닌, 하룻밤 묵으며 강릉의 커피 문화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세계커피축제 공식 여행사 ‘따라와 트래블’에서 확보한 솔라뷰호텔과 한국여성수련원 숙박 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여행 상품권을 구매하면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포함된 황금연휴 기간에 숙박이 가능하다. 한국여성수련원의 대형 식당에선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옥계해수욕장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는 썬옥호텔도 축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5월 2일 개막식과 함께 축하 공연, 퍼포먼스가 이곳에서 열린다. 20여 개국 주한 대사와 대사 부인들이 궁중 한복 패션쇼를 하고, 세계 각국 대사들이 직접 커피를 추출해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수자이자 목조각가인 김종흥 명인이 장승을 타목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인다. 썬옥호텔에서 운영하는 썬옥 베이커리 카페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이니 꼭 들러 볼 것.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울창한 소나무 숲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이 광천수로 만든 소금빵은 꼭 먹어 봐야 할 이곳의 시그너처다.


5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 한마당
축제는 상시 프로그램과 날짜별 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커피커퍼박물관과 강릉커피박물관에선 세계 커피 유물을 상시 전시하고 커피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한국여성수련원 솔밭에는 무료 텐트촌과 함께 커피를 생산하는 각 나라의 대사관 빌리지를 설치하고, 바이크 쉼터도 마련한다. 금진해수욕장에서는 유료로 서핑 체험도 가능하다. 5월 4일에는 옥계오일장이 서고 투호놀이 경연대회가 열린다. 5월 5일에는 어린이날 기념식에 더해 긴꼬리연날리기, 시민노래자랑 등이 열기를 더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커피나무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커피커퍼박물관은 세계적 규모의 커피 유물 전시관이자 체험관. 이곳의 최금정 관장은 강릉의 커피 문화를 이끈 인물로 이번 축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2000년 제주 여미지식물원에서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들여와 강릉에 커피 농장을 설립한 그는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커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횟집만 즐비하던 안목해변에 처음으로 카페를 연 최금정 관장은 강릉카페축제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강릉커피박물관, 커피커퍼박물관과 함께 강릉에 두 곳의 커피커퍼 카페를 운영한다.
제1회 세계커피축제
기간 5월 2일~6일
장소 강원도 강릉 옥계해수욕장 일원
문의 033-652-5599
홈페이지 ddalawa.com
INTERVIEW

“강릉을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제1회 세계커피축제 최금정 공동 집행위원장
제1회 세계커피축제는 순수 민간 자본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강릉의 커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한국여성수련원과 썬옥호텔, 복지TV, 등명락가사 등에서 봉사와 기부 형태로 뜻을 모아 주었습니다.
축제 장소를 옥계해수욕장 일원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옥계해수욕장은 초당이나 안목과 달리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동진부터 심곡, 금문, 옥계로 이어지는 해안로가 무척 아름다운데, 여행객 대부분이 옥계까지는 오지 않아요. 이번 세계커피축제를 통해 옥계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기대합니다.
옥계면 주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축제에 주민도 참여하나요? 옥계번영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습니다. 5월은 해수욕 시즌도 아닌데 축제를 위해 화장실과 소방 시설, 주차 공간 등을 손보고 소나무 군락지도 정비했습니다. 축제 기간 중 옥계부녀회는 푸드 마켓을 열어 강릉의 먹거리를 선보이고, 옥계오일장에선 주민들이 강릉 특산물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해외에서도 많은 분이 참석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세계커피축제에는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브라질·베트남·라오스 등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과 커피 소비 대국인 미국·중국 등 20여 개국 주한 대사, 그리고 전 세계 커피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합니다. 이름에 걸맞은 그야말로 글로벌 커피 축제가 될 겁니다. 5월 2일 개막식 날 오전에는 해외 내빈들이 먼저 커피커퍼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커피커퍼박물관이 소장한 수만 점의 커피 유물과 자료를 보면 강릉이 얼마나 커피에 진심인 도시인지, 왜 강릉에서 세계커피축제를 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이번 제1회 세계커피축제의 영어 표기가 ‘World Coffee Festival in Gangneung’입니다. 강릉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세계커피축제를 열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축제에 오신 주한 대사들이 그들 나라에서 커피 축제를 열어 달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세계적인 커피 도시인 시애틀이나 케냐, 멜버른 등에서도 커피 축제를 하고 싶습니다. 세계커피축제 도메인도 이미 구매해 두었습니다.
제2회 세계커피축제 계획도 있나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제2회 세계커피축제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더 새롭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에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과 커피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은 세계커피축제에 꼭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