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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밤마실을 즐기는 네 가지 방법

2025년 04월 28일

  • EDITOR 강은주(여행 칼럼니스트)
  • PHOTOGRAPHER 장은주
  • 제작 지원 (재)세종시문화관광재단

밤이 부드러운 계절, 세종시의 야간 문화관광 브랜드 ‘세종 밤마실’이 찾아온다. 불 밝힌 이응다리와 세종호수공원, 국립세종수목원을 거닐며 세종의 밤을 만끽할 때다. 크고 작은 공연과 축제도 이 도시를 달빛처럼 밝힌다.

1. 봄날 야경, 낭만 야행
이응다리 & 세종호수공원

야경이 아름다운 이응다리는 연말연시에 열리는 ‘세종빛축제’의 주무대다.
세종호수공원과 세종중앙공원에서는 ‘세종낙화축제’를 여는데, 이는 세종시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의례 ‘세종 불교 낙화법’을 소재로 한다. 가을에는 젊고 자유로운 도시의 비전을 드러내는 음악 축제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빌딩 숲에 안긴 자연 친화적 쉼터 세종호수공원. 물꽃섬에서 바라본 호수의 반영이 그림 같다.

미래 도시처럼 유려한 건축물이 늘어선 세종의 밤은 낮과 다른 표정으로 우리를 매혹한다. 거리를 수놓은 형형한 조명과 스카이라인, 일렁이는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시의 첫 번째 랜드마크, 이응다리에 닿는다. ‘금강보행교’라고도 부르는 이 구조물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1446년을 기리고자 둘레 1446미터로 설계한 원형 다리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분리한 복층 구조라 걷고, 달리고,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달콤한 강바람이 밀려오는 전망대에 다다르자 자음 ‘ㅇ’ 형상의 거대한 다리 전경이 시야를 압도한다.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든 왕의 뜻이 이렇듯 크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밤을 완성하는 또 다른 장면은 세종호수공원에 있다. 약 70만 제곱미터(21만 1000평) 규모의 드넓은 공원은 세종 시민의 자랑이다. 수생식물이 서식하는 습지섬과 물꽃섬, 모래사장으로 꾸민 물놀이섬 등 주제별 섬과 벚나무 길, 이팝나무 길, 나들 숲 등 산책로가 자연 친화적 삶을 독려한다. 어둠이 내리면 호수 한가운데 놓인 수상무대섬으로 발길이 모인다. 금강의 조약돌을 형상화한 돔형 공연장에 푸른 조명이 드리우니 이내 우주정거장 같은 초현실적 모습이 된다. 우주만큼 검고 깊은 호수에 도시의 밤이 어른거리고, 낭만이 찰랑거린다.
주소 세종시 세종동 29-111(이응다리), 세종시 다솜로 216(세종호수공원)
문의 044-868-9127(이응다리), 044-850-4370(세종호수공원)

세종 밤마실
세종에는 밤이 되어야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색색의 조명을 밝힌 건축물과 공원, 세종낙화축제와 세종빛축제 등 다종다양한 야간 축제와 행사가 밤의 낭만을 더해 준다. 2025년은 세종시 야간 문화가 새롭게 시작하는 해다. 세종시는 올해 야간부시장제를 도입해 예년보다 풍성한 야간 문화 예술 행사와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다. 도시의 야간 문화 관광 브랜드 세종 밤마실은 이들을 하나로 꿰어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문의 www.sjcf.or.kr(세종시문화관광재단)

INTERVIEW

세종시 박영국 야간부시장(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한국 최초의 야간부시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포부로 임하고 계신지 한말씀 부탁드려요. 한 도시의 야간 문화를 이끄는 일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그만큼 기대도 큽니다. 야간부시장은 이미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나이트 거버너(night governor)’ 또는 ‘나이트 메이어(night mayor)’라는 명칭으로 시행해 온 제도입니다. 밤을 무대로 벌이는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페스티벌 등을 총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직무이자 시스템이지요. 세종시만의 특색 있는 야간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은 물론 여행자가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도록 여러 유관 부서 및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야간부시장으로서 세종의 야경 명소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여행 문화 자원이 풍부한 세종은 성장 잠재력이 큰 도시입니다.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꼽힌 랜드마크 이응다리와 2016년 당시 세계 최대 옥상 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등 특색 있는 명소, 세종예술의전당으로 대표되는 공연 예술 인프라를 꼭 즐겨 보셨으면 합니다.
세종의 야간 문화 관광 브랜드 세종 밤마실을 비롯해 앞으로 펼쳐질 야간 문화 행사와 축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세종 밤마실의 대표 프로그램은 ‘세종 밤마실 주간’입니다. 주요 축제를 개최하는 기간에 크고 작은 행사를 한데 모아 낮부터 밤까지 즐기도록 하는 것이지요. 상반기에는 세종호수공원에서 개최하는 ‘세종낙화축제’와 세종예술의전당 야외 광장에서 열리는 ‘어반나잇-세종’ ‘코카카아트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과 ‘세종예술의전당 윈터페스티벌’ 등을 전후해 연 5회 세종 밤마실 주간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야간 문화 예술 공연, 세종 밤마실 주간 지역 상권 할인 등 크고 작은 행사와 혜택을 준비했으니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2. 밤은 노래한다
세종예술의전당 &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

지역의 예술 부흥을 이끄는 복합 문화 공연 시설 세종예술의전당. 도시의 다양한 문화 시설과 연계한 공연을 기획해 문화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세종에는 야경에 활기를 더하는 음악 분수가 여럿이다. 도시상징광장과 방축천음악분수가 대표적이다.

한국 음악의 3대 악성 중 하나로 꼽히는 난계 박연은 조선의 제례악과 제례 의식을 개정하고 악기도감을 만들어 아악을 정비한 음악가로,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위인이다. 그의 뒤에는 음악 관련 사업을 널리 펼치고 육성한 왕이 있었으니, 바로 세종이다. 최첨단 음향 시설과 1063석의 대극장을 갖춘 세종예술의전당은 그 이름과 내력에 걸맞은 품격을 지닌 종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나성동에 들어선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우아한 건물은 비상하는 도시의 모습을 구현한 것으로, 2021년 한국문화공간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널찍한 야외 광장에서는 어반나잇-세종, 코카카아트페스티벌 등 문화 행사를 개최해 밤낮으로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종예술의전당이 클래식 음악과 발레, 오페라, 뮤지컬 등 묵직한 프로그램을 공연한다면 박연문화관에 자리한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은 대중음악 활성화를 위한 공연과 행사를 기획하는 전략 기지이자 공연장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1미터로 좁힌 기획 공연 ‘디깅라이브세종’, 지원 사업에 선정된 뮤지션 네 팀이 선보이는 ‘뮤즈 세종 쇼케이스’, 지역 상가와 상생하는 클럽 공연 ‘공실 상가 라이브’ 등 산뜻하고 재기 발랄한 무대가 봄밤의 흥을 돋운다.
주소 세종시 국립박물관로 21(세종예술의전당), 세종시 갈매로 387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
문의 044-850-8989(세종예술의전당), 044-850-0571(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

한 걸음 더
도시상징광장 정부세종2청사에서 세종중앙공원까지 이어지는 1.2킬로미터의 광장으로, 세종예술의전당 야외 광장과 연결된 개방형 문화 공간이다. 바닥 분수와 거울 분수 등이 뿜어 내는 시원한 물줄기가 눈을 즐겁게 하면서 한층 다채로운 밤 풍경을 이룬다.
방축천음악분수 어진동에 있는 방축천음악분수는 황홀한 음악과 눈부신 조명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명소다. 해마다 5월부터 약 5개월간 가동하는 분수를 감상하기 위해 수많은 방문객이 찾아온다.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에서 도보 15분 거리여서 함께 구경하기 좋다.

3. 향긋한 밤 산책
국립세종수목원

궁궐정원의 밤 풍경. 호롱불을 들고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거닐 색다른 기회다.
야간 개장 기간에는 지역소상공인과 연계한 플리마켓, 체험·교육 프로그램,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공연 등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어떤 식물은 밤이 되어야 본격적인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박꽃, 달맞이꽃, 하늘타리···. 수분을 돕는 곤충이 야행성이라 그렇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어둠과 밤을 양분 삼아 움직이는 모든 야행성 생물을 위해 야간 개장 프로그램 ‘우리함께夜(야)’를 진행한다. 한낮의 열기가 잦아들 무렵 국립세종수목원에 가면 한층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800여 종의 열대식물을 품은 열대온실, 알람브라궁전을 모티브로 조성한 지중해온실, 테마별 체험 행사가 열리는 특별전시온실 등은 은은한 조명과 신비로운 향기로 발걸음을 이끈다. 호롱불을 손에 들고 정원을 거니는 색다른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서울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와 부용정을 재현한 궁궐정원, 전남 담양 소쇄원의 특징을 반영한 별서정원, 조선 시대 민가의 소박한 마당처럼 꾸민 민가정원 등 한국 전통 정원을 산책하는 동안 잠시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하다. 지역 농가에서 정성껏 기른 꽃으로 꾸민 사계절 꽃길, 희귀 자생 수목으로 조성한 보듬정원, 식물의 향과 촉감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감각정원 또한 산책의 기쁨을 안긴다. 올해 야간 개장 프로그램은 5월 17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한다.
주소 세종시 수목원로 136
문의 044-251-0001

4. 황홀한 조명 맛집
플레져 & 세컨드세컨드

카페 플레져의 밤 풍경. 청량한 음료에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곁들여 본다.
도시 외곽에 자리한 카페 세컨드세컨드에는 널찍한 잔디 마당이 있다. 이웃 가게인 글램핑 바비큐장 ‘보글스마켓’도 함께 운영하니 두루 즐기기에 편리하다.

세종의 황홀한 밤 풍경을 건물 49층 높이에서 굽어본다. 금강 지류인 제천 인근에 우뚝 올라선 카페 플레져는 이응다리와 세종호수공원 등 이 도시를 대표하는 야경 명소와 더불어 국립세종도서관, 국립어린이박물관, 세종예술의전당 등 근사한 건축물의 자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후 8시 이후에는 기존 조명을 소등하고 작은 램프 등 간접조명만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해 통창 너머 야경이 한층 선명해 보인다. 와인과 하이볼 등 주류 메뉴는 물론 시그너처 메뉴 ‘플레져 슈페너’, 계절 메뉴 ‘청포도 코코에이드’ 등이 봄밤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돋운다. 도시 외곽에 자리한 카페 세컨드세컨드는 이채로운 야경을 선사한다. 1960년대 미국의 레트로풍 인테리어를 충실히 구현한 이 공간은 비행기 격납고를 닮은 거대한 돔 형태 건물에 들어섰다.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색색의 간판과 형형한 네온사인. 외관부터 인테리어까지 정교하게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력 메뉴 또한 미국식 정통 베이글이다. 쫄깃한 식감을 살려 현지 맛에 가깝게 레시피를 조율했다. 감자·토마토 바질·크랜베리 크림치즈 베이글 등이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5월에는 상큼한 풍미를 더한 신메뉴 오렌지 크림 라테와 오렌지 아메리카노를 선보인다.
주소 세종시 중앙공원서로 10(플레져), 세종시 깊은내길 82(세컨드세컨드)
문의 044-272-9488(플레져), 0507-1329-9183(세컨드세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