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만드는 공간과 사람, 일곱 가지 이야기
창원의 커뮤니티
디벨로펀

재미있는 창원을 위한 작당 모의
창원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디벨로펀’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창원에서 가장 재미있는 축제로 손꼽히는 ‘세모로 페스타’가 디벨로펀의 기획으로 탄생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골목 투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역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경연을 하거나, 인근 맛집을 모아 플리마켓을 열기도 한다. 지난가을에 진행한 ‘테이스티 로드’에선 줄 서서 먹는 맛집 열 곳의 푸드 트럭을 선보였다. 9900원에 열 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티켓은 사전에 매진됐고, 하루 동안 6000여 명이 다녀갔다. 디벨로펀은 ‘로컬 아티스트를 위한 페스티벌’을 주제로 다양한 콘셉트의 이벤트를 기획한다. ‘다시 놀러 오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것이 목표. 디벨로펀의 손길이 닿은 곳의 재방문율이 50퍼센트를 넘기도 했다. 이 외에 다양한 지역 브랜드와 협업도 진행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디벨로펀의 본거지인 카페 ‘오우가’를 찾아가면 된다. 오우가에는 그동안 디벨로펀이 제작에 참여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굿즈도 있다. 창원 지역 기업 몽고식품과 협업한 간장병에 든 콜드브루, NC 다이노스와 협업해 만든 디저트, 춘천의 로컬 맥주 양조장 감자아일랜드와 함께 출시한 맥주가 대표적이다. 삼각김밥 모양 피낭시에, 메주 모양 스콘도 디벨로펀의 성격을 잘 담아냈다.
오우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의안로17번길 12
interview

강동완 디벨로펀 대표
디벨로펀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길거리 축제를 기획하는 데 힘써 왔습니다. 보통 로컬 크리에이터 회사가 여행 상품을 만들거나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는 달라 보여요. 저희는 처음부터 여행사보다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기획사가 되고자 했어요. 이름처럼 디벨로퍼 역할을 하는 것이죠. 창원은 특례시가 된 후 14년 만인 지난해에 인구가 100만 명 이하로 감소하는 위기를 겪었어요. 창원을 떠나는 시민이 점점 증가한다는 것인데, 그분들을 잡아 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여행객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창원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나요? ‘세모로 페스타’를 두 번째 개최하며 여행객이 늘었다는 걸 실감했어요. 첫 회엔 참가자 대부분이 창원 시민이었는데, 2회 때는 참가자 중 절반 정도가 여행객이었습니다. 여행지로서 창원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마산, 창원, 진해를 아우르는 창원특례시는 다양한 성격을 띤 지역이에요. 마산에는 원도심의 고즈넉함과 함께 경남의 아름다운 바다가 있죠. 진해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군항제로 유명하고요. 창원은 계획도시답게 정비가 잘되어 있고, 시설 좋은 호텔도 많아요. 전국에서 강남구 다음으로 카페와 베이커리가 많은 곳이 창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창원의 거리
세모로드






2 박말순에서는 지역 식재료를 접목한 이탤리언 음식을 판매한다.
3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푸투베이커리.
4 푸투베이커리의 인기 메뉴, 수제 소시지빵.
5 한약방 콘셉트의 식당 윤가한약방.
6 타르트 맛집 에드썸.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집합소
원조 ‘노잼 도시’ 창원을 ‘유잼 도시’ ‘맛잼 도시’로 변모시킨 일등 공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세모로드’다. 세모로드는 본래 창원시 원도심인 소답동과 이태원 경리단길의 이름을 합쳐 ‘소리단길’로 불렀는데, 어느 동네나 하나쯤 있는 ‘~리단길’로 불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지역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세모로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4~5년 전만 해도 지나는 사람 하나 없이 휑하던 세모로드가 창원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청년 사업가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 덕분. 신도시 개발로 원도심의 기능을 상실한 소답동 일대에 패기 있는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 예술 거리가 되었다. 세모로드 곳곳에는 세련된 감성의 카페와 레트로 분위기의 레스토랑 등이 자리한다. 그중 ‘박말순’은 이 동네로 시집와 평생을 여기서 산 박말순 할머니의 이름을 딴 이탤리언 레스토랑. 완도 전복 리소토, 톳 명란 오일 파스타 등 지역에서 난 싱싱한 식재료를 이탈리아 감성으로 재해석한 퓨전 메뉴를 선보인다. 한약방 콘셉트의 ‘윤가한약방’도 세모로드에서 꼭 가 봐야 할 곳. 곰국과 보쌈, 아홉 가지 반찬에 대추 치자밥을 더한 윤가정식은 이 집의 시그너처 메뉴로 하루 50인분만 판매한다. 유기농 카페 ‘오우가’와 타르트 맛집 ‘에드썸’, 수제 소시지를 판매하는 ‘푸투베이커리’도 지나치기 아깝다. 세모로드에선 주기적으로 맥주 파티나 플리마켓,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려 지역민과 여행객의 발길을 끈다.
박말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읍성로34번길 17-8
윤가한약방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의안로17번길 9-2
에드썸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의안로16
푸투베이커리 경남 창원시 의창구 의안로27번길 2
창원의 문화
화이트래빗

상상이 현실이 되는 원도심 바
원도심의 느긋한 바이브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화이트래빗’은 적절한 목적지가 될 것이다. 술집이자 책방이며 커뮤니티 공간인 화이트래빗은 2021년에 오픈했다. 무역을 전공하고 10여 년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김병철 대표가 고등학생 시절까지 살던 마산 고향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김대표의 추억 속 집이자 젊은 창작자들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서점 겸 카페이고, 밤에는 칵테일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칵테일 바로 변모한다. 물론 위스키나 칵테일을 홀짝이며 책을 읽는 낭만을 누려도 좋다. 화이트래빗이 추천하는 북 큐레이션도 눈여겨볼 것. 문화 예술, 인문학과 글쓰기, 다양한 술 세계까지 섭렵한 김 대표의 안목은 믿어도 좋다. 단골이 이 공간에 어울릴 만한 책을 직접 가져오기도 한다. 화이트래빗은 이벤트 무대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한 해를 시작하며 부적을 그리는 이벤트, 미국의 금주법이 끝난 리필 데이를 기념하는 포틀럭 파티, 또는 손님으로 왔다가 토크쇼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등 뜻밖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책과 술, 이야기와 음악이 있는 곳.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흰 토끼를 따라 신비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면, 화이트래빗은 누구에게나 문을 활짝 열어 준다.
화이트래빗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북5길 23
창원의 플랫폼

장옥아트플레이스
예술을 입은 근대 역사 건물
장옥(長屋)은 일본식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을 말한다.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가옥 형태로, 일제강점기 흔적이 남은 진해에서도 볼 수 있다. 진해구 백구로에 위치한 장옥 거리가 대표적. 거리엔 1910~1912년에 지은 2층짜리 일본식 건물 여섯 채가 길게 이어져 있다. 당시 건물 1층은 상가,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은 도장집, 인쇄집, 카페 등 상점이 들어서 있다.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장옥 거리를 걷다 보면 유독 한 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장 겸 공방이자 지역 주민의 사랑방이기도 한 ‘장옥아트플레이스’가 그곳이다. 화가이자 지역 문화 기획자인 정지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이사장이 주인장이다. 2020년 진해에 터를 잡은 그는 낙후한 동네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빈집을 빌려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진해그리다’는 정지윤 이사장의 그림을 바탕으로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드로잉 클래스, 실크스크린 체험 등을 진행하는 장옥아트플레이스의 간판 브랜드다. 화려한 컬러와 과감한 터치로 진해의 이야기를 담아낸 그의 그림은 엽서, 아트 북, 퍼즐을 비롯해 티셔츠와 에코백 등을 장식하고 있다. 장옥아트플레이스에서는 그림을 전시하거나 굿즈를 판매하고, 주기적으로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장옥아트플레이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백구로 19-2
interview

정지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이사장
장옥아트플레이스에선 어떤 전시가 열리나요? 진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민화 작가, 한지 공예가 등의 작품 전시가 주로 열렸습니다. 색동 콘셉트의 ‘진해그리다’ 굿즈를 직접 만들어서 전시하기도 했죠. 진해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2020년 진해 돌산마을에서 새뜰마을 활동가로 일하면서 진해에 관심이 생겼죠. 사실 저는 마산 출신이라 진해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마을 활동가로 일하며 진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어요. 수도권 중심의 문화 기획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을 살린 로컬리티를 구축하기 위해 시티앤로컬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진해그리다는 그 과정에서 탄생했고요. 들고 계신 지도 그림도 그중 하나인가요? 맞아요. 원도심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보여 주려고 장복산부터 여좌천, 중원광장, 속천 바다까지 진해의 대표적인 곳을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진해에서 활동하며 느끼는 진해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진해에는 일제강점기 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요. 국가등록문화재인 진해역, 마산의 러시아 영사관에서 영향을 받은 진해우체국, 일제강점기에 병원이자 관사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스타트업 창업 공간으로 변모한 ‘보태가’ 등이 대표적이죠. 문화 예술 활동에 영감을 주고 무대도 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야말로 진해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창원의 커뮤니티

크로스워크
로컬을 위한 지원 커뮤니티
‘크로스워크’는 지식, 취향, 지역, 세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원의 커뮤니티 클럽이다. ‘횡단보도’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크로스워크는 지역민은 물론 여행자가 만나고 교류하며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나누는 교집합 같은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창원 중동에 새롭게 들어선 대형 카페 ‘브릭커스커피’는 크로스워크의 철학을 담은 첫 번째 공간. 싱글 오리진 커피를 직접 선별하고 손수 내리는 것은 기본이고,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국비 지원 과정을 개설해 운영한다. 경력 단절 여성이나 은퇴를 준비하는 직장인에겐 더할 수 없이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브릭커스커피는 카페 이상의 공간을 꿈꾼다. 브릭커스커피 바로 옆에는 창원 시민과 여행자들의 문화생활 교류의 장이 될 ‘블루브릭 갤러리’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든 라이브러리’가 문을 열 예정이다. 배움과 성장이 교차하는 공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장소를 지향하는 크로스워크는 책, 영화, 커피, 와인, 예술 등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레퍼런스 클럽도 운영한다. 과학과 인문학을 접목한 맥주 만들기, 쇼트폼으로 나를 브랜딩하기, 그림일기 마스터 클래스, 글로 나의 마음 그려 보기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또한 필라테스, 요가, 클라이밍 등 액티비티 클럽도 운영할 예정이다. 크로스워크의 모든 공간을 연결한 플리마켓 행사도 기획 중이다. 지역 주민은 물론 머무르는 여행을 추구하는 여행자라면 창원의 크로스워크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브릭커스커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동북로 23
창원의 예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세계적인 추상 조각가의 예술 세계
한국인 이주 노동자와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나 인생 대부분을 이방인으로 산 조각가 문신. 아버지 고향인 마산과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떠난 일본, 20년간 작품 활동을 한 파리를 오가며 살아온 그는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해 주변을 면밀히 탐색하며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환갑을 앞두고 고향 마산으로 돌아온 문신은 1981년, 바다가 굽어보이는 추산동 언덕에 터를 잡고 미술관 건립을 위해 첫 삽을 떴다. 1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집대성해 1994년 미술관을 건립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듬해 지병으로 타계했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창원시 공동 주최로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를 개최했어요. 이후로 문신을 아는 분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죠.” 20여 년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하 문신미술관)에서 활동한 박효진 학예사의 말이다. 문신미술관은 수년간 젊은 창작자들과 지역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지역 대학교 의류학과 학생들이 문신의 예술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디지털 패션쇼로 선보였다. 문신미술관은 지난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올해는 문신 타계 3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문신미술관은 문신에게서 영감을 얻은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고 있다.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한다.” 한국 추상 조각의 거장, 문신의 작품 세계를 만나야 할 때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47
창원의 굿즈

마사나이
창원을 재해석한 원도심 감성
‘마사나이’는 마산을 테마로 티셔츠, 모자, 컵 등을 선보이는 굿즈 업체다. 2022년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했다. “동갑내기 친구 세 명이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어딜 가나 꼭 붙어 다녔는데, 성인이 된 후엔 전 세계로 흩어졌죠. 어느 날 우연히 다시 모였고, 과거 스트리트 문화와 각종 서브컬처의 중심지였던 마산을 우리만의 기억으로 재해석하기로 했어요.” 박승규 대표는 친구들과 3·15의거부터 프로야구 팀 NC 다이노스까지 마산 역사를 연구했고, SNS에 마산의 옛날 사진과 뉴스, 이야기를 올려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산을 테마로 한 티셔츠, 모자, 컵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22년 서울 성수동에 연 팝업 스토어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로컬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사나이의 강점은 마산을 이용한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한번 보면 눈을 떼기 힘든 재치 있는 디자인에 있다. ‘끄지라’라고 쓴 소화기, 손가락을 은근히 들어 올린 것 같은 모양의 한자 ‘마산(馬山)’이 적힌 모자, 아귀찜을 열정적으로 요리하는 아주머니 그림이 들어간 티셔츠 등이다. 확실한 정체성과 감도 높은 디자인으로 4년 만에 마산 대표 로컬 브랜드로 급성장한 마사나이. 박 대표와 친구들은 지난해 11월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마사나이의 제2막을 알렸다. 3·15의거기념탑과 몽고정, 문신미술관, 신신예식장 등 마산을 상징하는 것들로 둘러싸인 위치에 둥지를 튼 오프라인 매장은 입지마저 마사나이의 정체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마산 여행의 추억을 하나쯤 간직하고 싶다면 마사나이 몽고점을 잊지 말자.
마사나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몽고정길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