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를 걷고, 푸른 동해 바다를 조망하며 커피를 마시고, 지역 청년들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엿보는 일. 올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강원도 강릉으로 떠나 보자.





2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 뤼미에르의 아늑한 공간.
3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의 추천 메뉴, 드립 커피.
4 초당옥수수가 들어간 커피와 디카페인 라테, 강릉샌드와 초당 순두부 찹쌀떡.
1 커피 한 잔, 디저트 한 입
안목해변
자판기 커피가 유독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안목해변은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었다. 강릉 전역에 커피 향이 가득하지만 안목해변은 여전히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성지다. 한국에서는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카페지만, 커다란 통창으로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안목해변에서 맛있는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2015년에 문을 연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를 추천한다. 근처에 공장을 두고 HACCP 인증까지 받아 품질에 더욱 믿음이 간다. 이곳의 시그너처 원두는 안목 블렌드와 문래 블렌드. 시즌에 따라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인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말은 ‘카페 뤼미에르’에서 실감하게 된다. 성인 손바닥보다 큰 크루아상과 탐스러운 딸기 토핑이 입맛을 돋우는 케이크는 저절로 지갑을 열게 한다. ‘강원옥찹쌀떡 안목해변점’에선 초당옥수수 가루가 뿌려진 커피를 즐겨 보자.
주소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14번길 28(보사노바 커피로스터스 강릉점),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14번길 18(카페 뤼미에르),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14번길 14(강원옥찹쌀떡 안목해변점)



2 누드미술관 내부.
2 바다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풍경
하슬라아트월드
강릉의 해안 도로를 일주하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물들을 만난다. 보랏빛이 감도는 푸른 철골 구조의 하슬라아트월드도 그중 하나. 강릉 출신 예술가 최옥영·박신정 부부가 일군 복합 문화 공간으로 미술관부터 호텔, 레스토랑, 웨딩홀, 컨벤션홀까지 들어섰다. 산의 경사로를 따라 자리한 만큼 내부를 모두 돌아보려면 계단을 오르내리고 동굴을 통과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마주하는 수준 높은 작품과 황홀한 바다 풍경에 반해 고단한 줄 모른다. 하슬라아트월드의 백미는 야외 조각 공원. 해안 절벽을 따라 설계한 성성활엽길, 소나무 정원, 갈대 숲길은 트레킹을 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 사이로 절묘하게 보이는 예술 작품들은 부드럽게 감성을 자극한다. 비너스상이 있는 바다 정원을 찍고 돌아 내려오는 길 끝엔 붉은 철제 구조물 작품이 기다린다. 이 구조물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최옥영 작가가 만든 바이오 공중 뮤지엄인 누드미술관이 나온다. 전면이 유리로 덮인 공간으로, 총 12개 층에 걸쳐 작품과 동식물을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3 230만 년 전 동해 탄생 비밀 간직한
바다부채길
정동진과 심곡항을 잇는 해안 산책로, 바다부채길은 ‘부채끝’이라는 옛 지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위에서 바라보면 동해를 향해 펼쳐 놓은 부채처럼 보이기 때문. 바다부채길은 230만 년 전의 지각변동이 관찰되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길로,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바다부채길을 일반에 공개한 건 9년 전. 그동안 해안 경비를 위한 군 경계 근무 정찰로로만 이용하던 길에 드디어 여행자의 발길을 허락했다. 지난해 4월엔 기존 코스에 640미터를 추가한 심곡-정동 간 총 3.1킬로미터 길이의 바다부채길 전 구간을 개방했다. 여행은 마음 맞는 동행이 있으면 즐거움이 배가되지만 바다부채길만큼은 혼자 걸어도 충분히 좋다. 박력 넘치는 동해의 파도 소리에 마음이 상쾌해지고 강감찬 장군 설화와 관련된 투구바위, 지역의 구전설화가 깃든 부채바위, 주워 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반질반질한 몽돌이 깔린 몽돌 해변에 저절로 마음을 빼앗긴다. 정동항(정동 매표소)과 심곡항(심곡 매표소) 두 곳에 바다부채길 입구가 있고, 편도 1시간이면 충분히 동해 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50-13




2 강원도 감자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 삶은감자 매장.
3 이발소 소품샵에서 판매하는 강릉 바다 사진 엽서집.
4 강릉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창작소
임영로
교동사거리에서 동서 방향으로 흐르는 강릉대로를 제외하고 남북 방향 대로와 그 주변 샛길은 주소가 모두 ‘임영로’로 시작한다. 기발하고 세련된 아이디어로 점철된 청년 사업가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동네다. 전국 맛집으로 통하며 1년 내내 줄을 서는 교동반점과 형제칼국수가 있고, 강릉역은 고작 도보 15분 거리다. 교동사거리에 있는 ‘이발소 소품샵’은 강릉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콘텐츠 회사 더웨이브컴퍼니가 공유 오피스 ‘파도살롱 교동점’을 편집숍으로 재단장한 곳이다. 수달 캐릭터를 ‘모에’라 이름 짓고 자체 기획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강릉에 거주하는 크리에이터 혹은 강릉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작가들이 제작한 엽서, 문구, 스티커와 각종 소품을 판매한다. 강릉시립미술관 쪽으로 길을 건너면 아기자기한 카페와 숍이 밀집한 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강원도 토박이 강소율 작가의 작업실 겸 숍 ‘산소울’이 있다. 자연에서 영감받아 점토 제품을 만드는데, 작품과 함께 실내에도 작가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판이 아주 작지만 드나드는 사람이 워낙 많아 놓칠 수 없는 ‘오어즈(Oars)’에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가득하다. ‘삶은감자’는 조소를 전공한 박연재 대표가 론칭한 핸드메이드 굿즈 및 소품 브랜드다. 데스크테리어 트렌드에 힘입어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옥수수, 감자, 도토리, 고랭지 무 화분이 인기다. 강릉의 오늘과 청년들이 만드는 로컬 콘텐츠를 살펴보고 싶다면 지체 없이 임영로로 향하자.
주소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 198(이발소 소품샵),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92(산소울),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93(오어즈),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97-1(삶은감자)

5 지상 59미터 바다 위를 걷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동해 바다를 좀 더 높은 곳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그리고 테마파크에 온 듯한 기분도 누리고 싶다면 동해시에 있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만 한 곳이 없다. 2021년 묵호등대와 월소 택지 사이에 조성한 체험 관광지로, 스카이워크와 스카이 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드 등 짜릿한 체험 시설은 물론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도깨비 아트하우스 등을 갖추고 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대형 도째비 모형을 만났다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제대로 찾은 것. ‘도째비’는 강원도 사투리로 도깨비를 뜻한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중간쯤에 티켓 판매 부스가 있는데, 여기서 스카이밸리 입장권과 액티비티 이용권을 구매한다. 이제 스릴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스카이 사이클에 도전해 보자. 59미터 높이의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탁 트인 시야에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묵호항 등대에 올라가 봐도 좋다. 안전을 위해 창문을 닫아 놓아 몰입감은 덜하지만 고요히 바다를 감상하고 싶을 때 제격이다. 등대 아래쪽 논골담길로 발길을 돌리면 바닷바람에 시달리며 쌓인 피로를 풀기에 적당한 ‘등대 카페’와 묵호항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무코야선물가게’가 나온다.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에서 인생샷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자.
주소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