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무대로 향하는 별들

2025년 02월 09일

스타들의 도전으로 뜨겁게 달궈진 연극 무대는 올해도 그 열기를 이어 갈 전망이다. 새롭게 도전하거나 혹은 아주 오랜만에 복귀하는 별들의 무대 소식.

부산을 찾는 전도연 출연의 화제작 <벚꽃동산>. ⓒ LG아트센터 서울

연극 마니아에게 2024년은 황홀한 해였다. 전도연, 황정민, 조승우 등 일명 ‘톱티어’ 배우들을 무대에서 만나다니, 다시 생각해도 꿈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벚꽃동산>으로 무대에 올랐고, 뮤지컬 스타로 유명한 조승우는 <햄릿>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티켓 파워 또한 어마무시했다. 30회 차 단일 캐스트로 진행한 <벚꽃동산>은 객석 점유율 95퍼센트로 4만 관객을 동원했고, <햄릿>은 시야 제한석까지 전회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무대에 오른 스타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24년 만에 연극 무대를 찾은 박성웅을 비롯해 최원영, 문정희, 박효주가 오랜만에 연극에 도전한 2인극 <랑데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5일 막을 내린 <대학살의 신>에는 김상경과 신동미가 10여 년 만에 복귀해 무대의 공기를 만끽했다. 유승호와 손호준이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이현우가 <사운드 인사이드>로, 이동휘와 김준한이 <타인의 삶>으로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고, 안은진은 <사일런트 스카이>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더 뜨거워지는 2025년 연극 무대
스타들의 무대 진출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먼저 김강우가 포문을 열었다. 2016년 <햄릿-더 플레이> 이후 그가 두 번째로 선택한 연극은 미국 추리 소설의 대가 토머스 쿡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붉은 낙엽>이다. 아들이 이웃집 소녀의 실종 사건에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가정 내에 피어오르는 의심과 내면의 균열, 평범한 가족의 파멸을 그린 작품으로, 김강우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버지 에릭 무어를 연기한다.
라인업 대부분을 유명 배우로 채운 작품도 눈에 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동명 영화를 각색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홍은희, 한혜진, 박하선, 유이, 임수향 등을 내세웠다. 2023년 초연 당시 이름을 올린 이들이 재연에 다수 캐스팅된 가운데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은 유이가 요시노 역에 도전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의 연극 도전은 <애나엑스>에서도 이어지는데, 아이오아이와 위키미키 출신으로 유명한 김도연이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잘 알려진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충격적인 사기극을 다룬 작품으로, 김도연은 최연우, 한지은과 함께 애나 역에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현재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 출연 중인 한지은 역시 이번이 12년 만의 연극 출연. 방송에서 소처럼 일한다고 해서 ‘소상엽’이란 별명이 붙은 이상엽도 이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장진 감독의 연출작 <꽃의 비밀>에도 친숙한 얼굴이 대거 등장한다. 황정민, 정영주, 장영남 등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무대에도 자주 오르는 연륜 있는 배우를 비롯해 이엘,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 김슬기 등이 메인 포스터를 꽉 채워 연극에 관심 없는 이라도 한 번쯤 포스터를 들여다볼 법하다. 이엘은 <아마데우스> 이후 7년 만의 연극 출연인데, 털털한 애주가 자스민 역을 맡아 애주가로 알려진 평상시 모습과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들이 무대로 향하는 이유
올해 전도연, 조승우 같은 대형 스타들도 연극 무대에 설까?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단연 이영애다. 그는 LG아트센터 서울이 오는 5월에 무대에 올릴 기획 공연 <헤다 가블러>를 두고 출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애는 1993년 <짜장면> 이후 연극 무대에 오른 적이 없기에 이번 출연이 확정된다면 무려 32년 만의 복귀인 셈이다. 재미난 건 국립극단 또한 비슷한 시기에 <헤다 가블러>를 무대에 올린다는 점. 압도적 카리스마를 지닌 이혜영이 출연 예정이라 이영애의 헤다와 이혜영의 헤다를 비교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전도연과 박해수가 오는 3월 사흘간 <벚꽃동산>으로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의 열풍을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했던 타 지역의 연극 팬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스타들의 무대행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경기 침체와 대작들의 흥행 참패,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치솟은 제작비 등 다양한 이유로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편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 활동 기회가 줄어든 상황. 이런 때에 유명 배우들의 연극 무대 진출과 성공 사례가 이어지니, 여러 배우들이 연극 출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연극계도 스타들의 무대 진출을 환영한다. 스타의 출연 소식만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신규 관객 유입도 용이해 관객층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다 보면 작품성이 떨어질 염려도 있고, 스타의 출연으로 티켓값이 상승해 연극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없진 않다. 이는 연극 진출을 고려하는 배우와 연극 제작사 등 공연계 전체가 장기적 안목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연 일정
<붉은 낙엽> 1월 8일~3월 1일, 서울 국립극장
<바닷마을 다이어리> 1월 15일~3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애나엑스> 1월 28일~3월 16일, LG아트센터 서울
<꽃의 비밀> 2월 8일~5월 11일, 서울 링크아트센터
<벚꽃동산> 3월 13일~15일, 부산시민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