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지역 관광 추진 조직 DMO를 통해 부산 원도심에 매력적인 여행 콘텐츠를 이식한 젊은 사업가들이 있다.
산복어울스테이 & 하이앤드하우스
보수동과 여행자들을 잇는 따뜻한 공간
책방골목으로 유명한 중구 보수동. 산복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고,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이 모세혈관처럼 이어진다. 교통이 불편한 데다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 때문에 인구 소멸 위험 문제를 안고 있지만, 두 청년 사업가가 지역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마을에 숨을 불어넣으며 온기를 돌게 한다. 모디하우스 1호점 ‘산복어울스테이’를 운영하는 ‘청년문화로 협동조합’ 이예진 대표와 모디하우스 2호점 ‘하이앤드하우스’ 정하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3 하이앤드하우스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식음료 패키지와 캐리어.
모디하우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정하연) 모디하우스는 부산관광공사와 부산 DMO가 ‘모두의 여행을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한 ‘모-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편안한 휴식처를 조성해 여행자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중구 산복도로에 1호점 산복어울스테이와 2호점 하이앤드하우스가 위치하고 이바구길에 자리한 3호점 이바구캠프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도시 재생 민박촌으로 운영 중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사업, 어떻게 시작했나요? (이예진) 버려진 주민 공용 시설 건물을 부산 중구청에서 위탁받아 산복어울스테이 공간으로 활용하게 됐어요. 보수동은 인구가 많지만 청년 인구가 적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인 데다 유동 인구도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언덕 윗동네는 주거지이고, 오래된 책방골목이 펼쳐진 아랫동네는 여행자들이 종종 찾기는 하지만 체류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계하고 보수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행자들이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건물 2층을 리모델링하고 부산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로 결정한 이유예요. 여기서 5분 거리에 위치한 하이앤드하우스는 카페도 겸해 여행자 라운지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산복어울스테이를 찾는 여행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이예진) 보수동은 외부인이 많이 찾는 동네가 아니어서 게스트하우스 사업이 될까 의문이 들었어요. 다행히 주말엔 손님이 적지 않은 편이고 성수기엔 주말, 주중 할 것 없이 꽉 찹니다. 특히 20·30대 손님이 많아요. 방과 거실이 트였으니 사생활을 공유할 만큼 편한 사이인 분들이 좋아하세요.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이라 ‘이런 곳에 숙소가 있네?’ 하고 놀라는 분이 많은데 ‘언덕이긴 하지만 조용해서 쉬기 좋다’ ‘공간이 넓고 예쁘다’고 반응하는 손님도 계세요. 호텔보다는 저렴하고, 모텔에 비해선 넓은 공간을 장점으로 봐 주시는 듯해요. 공용 공간인 1층에서는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고, 2층 숙소에서는 고전 오락 게임과 보드게임, TV 시청이 가능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도 하시죠.
부산 DMO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정하연)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부산 DMO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다방면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부산 DMO에서 소개받은 리모델링 업체와 공사를 진행했고, 부산관광공사의 도움으로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사업 초기에 홍보 마케팅 대행사를 연결해 주셔서 브랜딩 작업이 매우 수월하기도 했고요.
보수동에서의 삶, 희로애락이 궁금합니다. (정하연) 부산이 고향인 사람이 보기에 보수동 주택가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만큼 사람 간 거리도 가까워요. 도시의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따스하고 끈끈한 정서를 느끼면서 관계망을 만드는 이 사업에 더 큰 애정이 생겼습니다. (이예진) 저는 서구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 부산 시민으로 살았고, 지금은 김해에 거주합니다. 어린 시절 산복도로와 민주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아직 갖고 있죠. 산복도로가 관통하는 보수동에 애틋함을 느끼다 보니,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게 운명인 듯도 합니다.
앞으로 계획을 알려 주세요. (이예진) 수익을 창출하고자 산복도로의 이미지를 담아 만든 페이퍼 디퓨저를 출시했습니다. 포장 디자인은 제가 직접 했어요. (정하연) 지역 활성화를 위해 게스트하우스 4호점, 5호점을 준비 중입니다. 올해는 지자체와 협의해 이러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 합니다.
모-디
모-디는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지역 관광 추진 조직 DMO 사업 ‘모두의 여행을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의 약자다. 이동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이가 여행할 수 있도록 한 입간판 경사로 조성 사업,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포용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모디 부산 플랫폼 사업, 생활 인구 유입 증대를 위해 중구 산복도로의 빈집을 활용한 모디하우스 숙박 프로그램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모디하우스는 현재 1호점 산복어울스테이, 2호점 하이앤드하우스, 3호점 이바구캠프를 운영 중이다.
산복어울스테이 부산시 중구 망양로288번길 7-3
하이앤드하우스 부산시 중구 고가길 24-1
무명일기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공간
영도는 부산이 제2의 수도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일꾼들이 모여 삶을 이룬 곳이다. 작은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 물양장에는 각종 선박과 컨테이너, 창고가 즐비해 투박한 정취를 자아낸다. 영도의 역사적 건물들은 이제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음악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들 중 한국관광공사의 ‘요즘 여행, 로컬 체험’ 사업에 선정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명일기(無名日記)’의 김미연 대표와 만났다.
3 고유한 관점과 취향이 두드러지는 무명일기의 제품 큐레이션.
무명일기는 어떤 공간인가요? 무명일기는 ‘정해지지 않은 일상의 기록’을 의미합니다. 지역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무명일기의 관점으로 의식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합니다. 물양장 주변을 영도 카페 거리라 하지만, 이곳은 카페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무명일기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구현되는 중심 공간에 가깝죠. 문화를 공유하는 라운지 같은 개념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무명일기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이자 공연과 전시, 커뮤니티 행사 등이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합니다. 무명일기를 정의하는 것은 무명일기를 이용하는 ‘사람’입니다.
지향하는 콘텐츠를 소개해 주세요. 무명일기가 추구하는 가치는 음식 콘텐츠 ‘영도소반’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도를 기반으로 한 브런치 도시락으로 부산, 특히 영도를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 담겨 있죠. 한국에서 처음 고구마를 재배한 곳이 영도라는 사실 아시나요? 무명 보자기에 싼 소쿠리를 열어 보면 조내기 고구마 크로켓, 해녀 카르파초 샐러드, 6·25전쟁 당시 피란민의 애환이 서린 이북식 기지떡까지 영도 사람 또는 역사와 얽힌 식재료를 오롯이 담았습니다. 부산 바닷가에 흔한 테트라포드 형태를 본뜬 티라미수 케이크 또한 지역의 풍경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렇듯 디저트 하나에도 지역을 품기 위한 고민이 깃들어 있습니다. 공간 여기저기에 놓인 각종 오브제와 의류, 소품, 책 등도 모두 무명일기에서 직접 기획하거나 다른 로컬 브랜드와 연계해 제작한 것입니다. 제품은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판매합니다.
무명일기가 나아갈 방향이 궁금합니다. 영도에 자리한 여느 대형 카페와 비교하면 이곳은 한없이 부족해 보일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무명일기는 지금처럼 천천히 ‘포근한 온기, 소소한 것들을 통해 마음으로 공감하다’라는 슬로건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여 드릴 거예요. 올해는 공간 일부를 리노베이션할 계획입니다. 1.5층에 긴 테이블을 놓아 워크 스테이션으로 조성하고, 1층엔 무명일기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을 마련할 생각이에요. 더 큰 계획은, 무명일기 바로 앞 부두에 있는 폐바지선을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이른바 ‘부유식 해상정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거예요. 영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5 영도의 바다가 그림 액자처럼 펼쳐진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봉래나루로 178
지역을 만나는 법, DMO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DMO(Destination Marketing & Management Organization)는
지역 기반 거버넌스를 구축해 관광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책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지역 관광 마케팅 및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활동을 수행한다.
주민과 사업체, 지방자치단체로 이루어져 지역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지역 관광 추진 조직 DMO는 그 지역만의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사업을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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